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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이 Oct 25. 2018

일상 속에서 쉬고 싶다면, #포르투갈 -2

관광, 휴양보다 특별한 일상

지난 포르투갈 후기 1편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르투갈의 미디어 노출이 증가하면서 '포르투갈’의 관심도가 급증한 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여행 책 코너에서도 포르투갈 서적을 모아둔 섹션이 생겨나기도 했다.


[10일의 휴가가 있다면, #포르투갈-1]

https://brunch.co.kr/@geniejini/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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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과 포르투

뻔한 관광 루트로 가기는 싫었다. 이는 끊임없는 고민의 시작점이었고 밀린 과제로 남아 2주 전쯤에야 아직 확정된 것이 비행기 표 밖에 없다니... 이제는 정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슨하게 방문할 지역들이라도 정하기로 했다.

다행인지 많은 선택지가 있지 않았다. 필수코스는 수도 리스본이었고 선택 옵션은 포트와인의 본 고장 포르투였다. 어느 블로그에서 '리스본보다 포르투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는 글만 보고 이왕 포르투에도 함께 가기로 마음먹었다. (돌아보니, 리스본보다 포르투 일정을 길게 잡은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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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 남아있는 특별한 문화

과거 대항해시대 바다의 시작이자 땅의 끝이라고 불리었던 포르투갈의 위상만큼, 일상 속 문화유산들도 화려한 면모가 남아있다.

특히 포르투갈에서는 실내외를 타일로 디자인하는 아줄레주(Azulejos)라는 타일 양식을 어디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사각형의 퍼즐 조각들이 이뤄져 하나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화려한 패턴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길을 걸어 다니면서 타일 하나를 살펴보기도 하고, 타일이 모여 만들어낸 패턴을 바라보기도 했다.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안부터 건물 밖까지 일상 속에서 타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치 집 주인들끼리 상의라도 한 듯 각자의 패턴들의 조합들이 어울린다.
타일은 집에도 있구요. 깨진 타일은 조각낸 타일로 이어 붙일 수도 있지요.



특히 포르투의 기차역인 '상 벤투 역'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찾는 주요 관광지이자 일상 속 건물이기도 했다  하얀 배경에 파란 색상의 그림은 포르투갈의 넓은 바다를 공간에 담은 듯했다. 이 기차역을 보고 싶어 리스본에서 포르투에 갈 때는 버스를 타고 돌아올 때는 기차를 탔다.



해리포터 세계로 떠날 것 같은 포르투의 기차역


해리포터의 영감을 받았다는 서점도 포르투갈(포르투)에 있었다. 빈 공간에 끼워 맞추듯 자리 잡은 렐루 서점은 작은 공간이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 굽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서점의 넓은 모습이 드러난다.


해리포터의 한 장면에 나올 것 같은 서점은 책을 사려는 사람들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듯 하다.


역시 빠질 수 없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여기저기 놓여있다. 하나 사야할 것 같은 기분


천장에는 시선을 끄는 넓은 창문이 있었는데, 이 또한 타일 형식으로 되어 있어 사사이로 아낌없이 들어오는 알록달록한 빛이 책 위에 떨어져 아름다웠다.


스테인드 글라스 형식의 천장이 서점을 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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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사람, 음식.
포르투갈은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언어

연령이 있는 분들은 포르투갈어를 주로 사용했고, 젊은 사람들은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같이 쓰기도 했다.

자국어가 있다 보니 영어로 소통할 때는 비교적 알아듣기 쉬운 단어와 직관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 아마 외국인이라 천천히 이야기 해줬을 수도 있지만, 엄청 빠른 속도로 구사하는 미국인과 대화하는 것만큼 손에 땀이 나는 일이 있을까 !포르투갈에서는 서로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님을 이해하면서 대화하는 교감 속도가 좋다.


Bom dia! Boa tarde! Boa noite!

봉 디아! 보아 따르지! 보아 노이치!

좋은 아침! 좋은 오후! 좋은 저녁!


Obrigado.

오브리가도.

고마워요.


그곳의 언어를 쓰면서 좀 더 친근해지는 기분이 든다.

오브리가도 ! 가 입에 붙었다. 신이 난다


사람들

참 친절하다. 대체적으로 만났던 사람들의 인상은 친절하다는 느낌이었다. 동양인이 많지 않았고 혼자 돌아다니는 동양여성은 더욱이 흔치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낯선 이방인에게 따뜻한 표현이 후했다.

길을 묻거나 물건을 살 때도 어르신들은 포르투갈어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손짓만 봐도 어떤 이야기인지 맥락상 눈치를 챌 수 있기 때문에 'Si, Si(예, 예)' 하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루는 사진을 부탁했다가 말을 이어가게 된 친절한 포르투갈 친구가 반나절 동안 포르투 안내를 해주기도 했다.


여유로운 포르투갈 골목마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연주를 하는데, 한 사람이 노을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마주 보지 않아도 그 연주와 그 순간이 정말 와 닿았다. 함께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관광

리스본과 포트루 모두 맵이 없어도 되는 작고 소소한 동네라고 표현하고 싶다.

만약 2일의 여유가 있다면 하루는 맵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두 번째 날에는 가지 못한 것을 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특히 리스본에서는 28번 트램만 타면 주요 관광지를 돌기 때문에 노선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주요 관광지들이 무료로 오픈되어 주말을 잘 활용하면 좋다.

*도움이 된 포르투갈 minube 여행정보(PDF)


알록달록하거나 빈티지 한 것을 구경해도 좋다.
쓸모 없지만 아름다운 알록달록 우표를 샀다.
리스본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혼자 사색하기도 하고 함께 노을을 구경하기도 한다.


가끔은 혼자 지내며 생각이 많아지는 외로운 시간도 좋고, 일행과 함께 하는 것도 좋다.


그 모든 것은 두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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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다녀와 변한 나


이제는 어떤 술보다도 깔끔한 와인 맛을 안다. 그중에서도 적당히 달면서 상큼한 그린 와인의 맛을 알게 되면서, 와인이라는 어려운 영역에 작은 나의 취향이 생겨난 듯하다.

이 전에는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짰다면, 이제는 ‘적당히’라는 가벼운 가중치가 생겼다. 꼭 필요한 여행 일정을 적당히 짜고, 적당히 사람들과 어우러지면서 여행을 하는 방법이 좋아졌다.

스페인 음식이 좋다. 맛집을 찾아가는 재미가 생겼다. 혼자 온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포르투갈에서는 와인과 음식이 좋아 특히 함께 할 때 더 배가 됨을 느꼈다.

고마워요가 입에 붙는다.


예상치 못하게 마음에 드는 곳을 여행하면서 취향을 발견하기도 하고, 쌓아가기도 한다.


하늘을 바라보고 노을을 찍는 여유도 일상에서는 쉽지 않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선 놓칠 수 없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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