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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이 May 30. 2018

10일의 휴가가 있다면, #포르투갈 -1

포르투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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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낯설었다.

여행 전, 포르투갈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생김새도 가늠이 안되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관광지가 아니면 한국인을 만날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2016년 기준, 실제로 포르투갈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은 150여 명 정도이며, 리스본(수도)에는 50명도 안된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이국적인 상대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래서인지 많은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제스처와 함께 작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덕분에 능청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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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흥이 없었다.

포르투갈? 와인이 유명하지. 실컷 마시고 오겠네!
난 와인 잘 몰라. 글쎄.


웹 서밋 덕에 갈 계기가 생겼지만 포르투갈을 전혀 몰랐다. 그래서인지 설렘이나 긴장 같은 감흥도 없었다. 포르투갈 하면 축구가 유명했던가...라고 할 정도로 무던했다. 비행기 티켓만 먼저 구매하고 차차 알아봐야지 싶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꽤 멀구나(경유로 15시간 정도 비행) 보통 스페인 여행 가면서 들리는 옆 나라네.'라는 정보를 습득했다. 그렇게 없던 감흥이 -1 더 떨어졌다.

경유로 15시간 정도 비행을 해야 갈 수 있는 나라 (출처 : Google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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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설레발

그래도 가기 전 책 한 권은 읽어야지 싶어서 '포르투갈'을 검색했다. 아쉽게도 스페인 여행에 부록 정보처럼 껴있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볍게 역사랑 문화 정도만 알아가야지 싶어 관광 안내책이 아닌, 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이라는 책을 구매했다.


읽다 보니 포르투갈에 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산보다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가 좋고, 화려한 쇼핑몰보다 문화 예술품을 보는 것이 좋고, 심플한 것보다 빈티지한 스타일이 좋고, 자동차의 편리함보다 트램의 낭만이 더 좋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밥보다 사랑하는 ‘빵’이 포르투갈어에서 기원했다니... 운명의 데스티니!


의식주가 모두 마음에 드는 곳인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과 와인의 도시 포르투를 모두 방문하기로 했다. 웹 서밋을 제외한 약 10일 동안 포르투갈만 방문하는 일정이 완성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날짜를 하루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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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의식주(衣食住)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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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衣)의 취향

#신발 #빈티지 #액세서리 #자라(ZARA)


포르투갈의 많은 길들은 돌들이 타일 형태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래서인지 돌길에도 굽 닳을 걱정 없는 편한 컴포트 슈즈가 많은데, 운동화를 신고 가지 않았다면 하나 구매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구매했어야 했다. 한국에 돌아와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슈즈들을 찾아보려니 쉽지도 않고, 있더라도 가격이 적당하지 않다.  


시장에 열린 수제화 매장. 발치수를 재고 수제신발을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모습.


수제화 대신 구매한 빈티지 스타일의 캡슐커피 귀걸이는 여행 내내 작은 흥을 불러일으켰다. 캡슐커피를 압착해 만든 귀걸이였는데, 포르투갈의 문양들을 닮은 듯해서 기념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자라, 코스 같은 스페인 스파 브랜드도 저렴해 예상치 못한 쇼핑을 해버렸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입기 조금 애매한 화려한 옷들도 포르투갈에서는 멋진 여행 룩이 되었다.

투머치^^* 관광객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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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食)의 취향

#빵 #그린와인 #문어 #대구요리 #강가에서 #반주


빵 (pão 팡) 

포르투갈은 식전 빵조차 맛있었다. 평소 식전 빵을 주문하지 않았는데 포르투갈에서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전 빵을 매번 먹었다. 포르투갈에 장기적으로 머문다면 빵이 맛있어서 조금 더 머무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나라라 해산물 요리도 유명했는데, 그중 바다의 스테이크. 문어요리가 정말 맛있었다.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식감이 메인 디시로 먹기에 충분했다.


대체적으로 음식은 굉장히 짜다. '노 시즈닝 플리즈'



그린 와인

와인의 맛을 전혀 모르고 지냈지만, 한국식당의 콜라만큼 저렴한 와인 한 잔에 식사와 함께하는 와인의 맛과 흥을 알게 되었다. 밥을 먹는데 와인을 곁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될 정도. 매일 반주를 하느라 여행 마지막쯤에는 체력이 떨어져 고생을 좀 했다.


레스토랑에서 추천해주는 와인 또는 하우스 와인들도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적당히 달면서 상큼한 그린 와인이 내 취향이었다. 가격도 1만 원이 채 안되었는데, 이 와인을 알게 된 이후로 숙소에 와인이 떨어지지 않게 미리미리 구매해두었다.


포르투에서 밤에 와인 한 병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빠른 발걸음으로 귀가하는 동양인을 흥미롭게 보는 여러 눈빛과 마주치기도 했다.

포르투갈에서 유일하게 만들어진다는 그린와인 (Green Wine)


생선요리 & 강가

날이 좋던 하루는 포르투 도우 강을 보며 생선요리를 먹고 싶어 졌다.

한 시간을 헤매다 구글맵으로 sardinha alfandega라는 레스토랑을 어찌 찾아갔지만, 반쯤 열린듯한 철장 입구에 해저 사진 간판이 수족관인가 싶어 여러 번 머뭇거렸다. 용기를 내서 기웃거리니 아무도 없는 레스토랑에서 주인인듯한 노년의 남성이 편하게 웃어주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져 강가가 보이는 창 앞에 홀린 듯 앉았다.


그리고 그 날, 포르투갈에서 가장 맛있는 대구(빠깔라우) 요리를 먹었다. 생선 한 마리를 감자, 미니 양배추 등 가니쉬와 함께 먹는 평범한 요리인데 하우스 와인과 먹으니 그 맛이 정말 좋았다.


직접 생선을 발라주시는 모습. 잠시 외로웠던 여행자의 기분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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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住)의 취향

#호스텔 #에어비앤비 #조용한동네 #발랄한구석


리스본에서는 호스텔

여행지를 갈 때 호텔, 에어비앤비, 호스텔 어디서 머물 것인가를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포르투갈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스텔들이 포르투갈에 모여있다기에. 다행히 혼자 여행을 떠날 때는 호텔보다 사람들이 복작복작 있는 호스텔이 더 좋았다.


첫날, 호스텔 창문에서 바라본 포르투갈의 저녁풍경


Home Lisbon에 머물렀는데, 매우 진한 웰컴 주를 포함한 환영 인사는 기본. 밤에 창문 밖을 바라보면 중세시대의 드라큘라가 된 기분이었다. 옛 건물의 모습을 유지한 외관 덕에 하루를 머물러도 중세 유럽에 머무는 묘한 설렘이 있었다.


포르투에서는 에어비앤비

포르투에 도착해서는 조용한 동네라 현지인과 함께 지내고 싶어 에어비앤비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밤 11시를 넘어 귀가를 하더라도 가족들의 귀가시간이 더 늦어 얼굴을 쉽게 보기 힘들다는 부분이 특이점(?)이었다.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모습이었다.


하루는 동네가 너무 조용해서 ‘이 곳 밤늦게 혼자 돌아다니기에 좀 무섭지 않아?'라고 물어보니,

친구가 웃으며 시끄러운 곳에 문제가 생기지. 너만 문제를 안 일으키면 상관없을 듯’이라 말한 것이 아주 농담은 아니었다. 그만큼 포르투는 조용한 동네다.

포르투의 흔한 가정집


그리고

그냥 발랄한 건물들이 너무 좋았다. 관광지를 가지 않아도 길을 걷기에 좋은 이유였다. 그 색다른 조화들은 아무리 봐도 질리는 법이 없었다.


골목골목 또 새로운 구석이 나타난다. 길을 잃으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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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만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음 10가지 의식주 취향 중 끌리는 점이 있을지 체크 해보자. 쉽게 화려하지 않아 마음먹고 알기 전까지는 느끼기 어려운 매력들이다.



#포르투갈 취향 체크리스트

1. 유럽 여행을 하고 싶다. 하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서 물가가 저렴한 곳으로 가고 싶다.
2. 쇼핑보다 건축물이나 미술품 등 역사적인 문화유산을 보는 것이 좋다.
3. 밥보다 빵이 좋다.
4. 와인을 사랑한다 또는 사랑해보고 싶다. (와인을 몰라도 좋다.)
5. 자라, 같은 스파 브랜드를 좋아한다.
6. 호스텔이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머무는 것이 좋다.
7. 빈티지 스타일의 액세서리를 좋아한다.
8. 세련된 도시 구경보다 정감 있는 마을과 동네에서 쉬고 싶다.
9. 트램의 낭만을 좋아한다.

그 외
10. 길치다. (포르투갈 우버는 정말 편하다!)


전부가 아니어도 강렬하게 끌리는 한 가지가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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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2에서 포르투갈이 나온다. 디에디트도 포르투갈로 한 달 동안 떠났다. 차츰 마주하니 그 순간들과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2번째 글에서는 내가 좋아했던 포르투갈의 문화, 사람, 관광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다.


(잊고 있었는데, 전 직장동료의 작은 보챔 덕에 1년 만에 여행기를 다시 꺼냈다. 땡큐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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