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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이 Sep 29. 2015

#6 아아! 더 치열한 곳으로

스타트업이란, 정글로 들어간 기분이다.


 직장인 3년 차

 생각이 많아진다는 직장인 3년 차가 되면서, 나름의 직장인 사춘기와 슬럼프가 찾아왔다. 뭐든 '열심히'에 초점을 맞추던 신입이 현실에 치이면서 겪게 되는 괴리감 때문이었을 것 같다.

 무튼, 나는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더 치열한 곳으로 이직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여전히 이 일을 사랑했고, 아직은 쉬는 상상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더 들뜨게 했다. 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가서 오너십을 가지고 '열심히' + '잘' 해보고 싶었다.


마무리를 제대로 하겠다고 아등바등 거리며

이직 일정을 늦추느라 하루밖에 쉬지 못한 것이... 조금 많이 아련하다 (흑)




스타트업으로 3주차

 이제는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지만, 문화충격으로 가득했던 3주가 지나갔다.


 첫인상

 나의 전 직장은 위계질서가 심했던 기업 st도 아니고, 나름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유연하게 굴러갔던 에이전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쌓인 얄팍한 고정관념들이 있어서인지 스타트업의 자유로움은 혼란스러웠다.

스타트업은 '질서'라는 단어보다는 '자유'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자유' 보다는 '방목'(+그러나 모든 것은 본인의 책임)이 조금 더 어울릴 듯 싶다.



'선임'에서 '님'이라는 모호한 직위로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면 끝.

처음에는 교회에서 ‘자매님’을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님'이라는 모호한 직위는 모두를 평등하게 했다. 의사 결정 시 묘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서열'이라는 문화를 허물게 만들어줬다

 대신, 의사 결정의 Key는 경력 있는 사람보다 해당 직군에 있는 전문가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슈는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으로 

 스타트업에서 발생하는 이슈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

정말 상상초월이라 정신을 못 차려 혼이 쏙 나가곤 했다 

(마른 세수)

 바쁜 상황 속에서 논의를 위한 보고 문서를 만드는 일보다 빠른 해결책과 대응이  우선시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의실도 따로 없으며, 회의 시간을 정하고 회의실을 예약하는 등의 준비과정도 필요 없다. 문제가 생기면 함께 즉석으로 논의하고 해결책이 있으면, 그냥 실행이다. 

실행되고 또 새로운 오류가 있으면 다시 고치는 식.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일당

 작은 스타트업이라 하나의 part에 1-2명 정도의 멤버가 있다. 그리고 멤버들은 일당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적응 기간이라 그렇지만, 나중에는 200까지 해야 할 것 같은 강력한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나는 원래 UX part에서 UX concept 리서치 또는 UI 설계를 담당했다. 기획에서 내려온 시안을 UI로 그려 GUI/개발팀에게 넘기는 'Role 간의 경계'가 명확했다. 그래서 2-3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UX의 모호함 때문인지 나의 직군에 대한 개념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달랐다. 그 덕에 '디자인 팀'으로 분류되어 디자이너와 함께 심미적인 부분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도 있고, '기획자'로 분류되어 새로운 기능에 대해서 서비스 기획을 고민해야 할 때도 있다. '사용자'를 읽어내야 하는 업이기에 CS 팀에게 이슈가 있을 때도 가장 먼저 나를 찾는다. 

 이제는 나의 Role이라는 것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입장 정리 (feat. 온실 속 화초)

 온실 속 화초가 정글로 뛰어들었으니 헤쳐나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더 큰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회사/서비스를 키우기 위해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서비스를 구체화할 수 있을지 '진짜'만을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어렵다 ! 

 감당해야 할 고민의 파이가 너무 커져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리고 가이드를 주던 사람은 없어지고, 가이드를 줘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 

 여전히 어렵다 !


 후하.

 심호흡 한번 하고, 슈퍼문에게 기운 받아 힘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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