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하지말고 즐겨라!

[장르 한 스푼_#8] 붉은 돼지(2003) 리뷰

by 근영


붉은 돼지의 포스터를 보았을 때 코믹과 신기함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비행기를 조종하며 날아다니는 돼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코믹하다. 그리고 어째서 조종사는 돼지가 되었는지(애초에 돼지인건가?)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다 보고 난 후 떠오른 것은 아! 이 영화는 ‘해석을 거부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거창한 의미보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체취를 물씬 담은 애정담긴 영화인 것이다. 물론 해외와 국내 리뷰는 이 영화의 반전 메시지와 페미니즘을 가져와 이 영화의 핵심을 풀어낸다. 하지만 이런 컨텍스트들은 영화가 주는 긴장감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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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코에게 비행은 속죄이자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다. 하늘은 그에게 다그치지 않고 그저 열린 공간이다. 이 하늘에 그는 어떠한 것에도 구속받지 아니하고 정치와 의무(군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공간으로 인식하고자 노력한다. 그의 이런 노력은 하늘이라는 공간이 ‘전쟁터’가 아니라 ‘일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전쟁터’로서의 하늘은 ‘목적지’가 있고, ‘목표(죽여야 하는 대상)’이 있고, ‘나의 의지’는 불필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돼지인 포르코에게 하늘은 자유롭게 활공하는 공간이며 어떠한 의무도 부과되지 않는 공간이다. 살아가면서 나의 의지와 반하는 의무가 인간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그 의무는 때로는 나의 생명보다 더 상위의 것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돼지에게 그런 인간의 논리를 적용하게 된다면 너무나 코믹해지고 ‘의무’라는 족쇄를 거는 쪽이 더 바보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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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컨텍스트를 거부하고 나는 ‘재미’에 집중했다. <붉은 돼지>의 숨겨진 의미를 파고들려고 할수록 하나로 완벽히 통합되지 않는 불협화음을 느낀다. 오히려 이런 거대한 이론적 틀을 버리고 편안히 영화를 들여다보니 더욱 이 영화를 활공하듯이 느낄 수 있었다. ‘해석’을 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그저 즐기라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볼때는 다같이 공적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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