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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Aug 30. 2021

콜미바이유어네임(Call Me By Your Name)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라요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단 한 번만 주어진단다.



인생의 모든 부분은 마주할 때는 우연 같지만 지나 보면 필연적이다. 엘리오는 그 여름에 다른 손님이 왔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의 가족이 올리버를 그 해 여름 손님으로 선택한 것도 필연적이었으리라.


어디에서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기에, 숨기고 또 숨기게 되는 그들은, 자꾸 자신을 동굴로 밀어 넣는다. 아니, 사실은 동굴로 밀어 넣으라고, 세상은 그들에게 매 순간마다 질책을 했겠지.


세상은 소수에게 얼마나 가혹한가.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인가, 부러운 것인가. 어쩌면 사람은, 세상의 축소판이 아닐까. 우리의 세상은, 꽤 자주 눈이 내리는 곳이지만 감정의 온도에 따라 눈이 녹아 민낯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니면 꾸준히 내린 눈으로 흔적을 덮어주기도 하니 말이다.


분명 각자의 경험이 다른만큼, 결말에서 느끼는 감정도 다를 거라 생각한다.

나도, 당신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우정 이상일지도 모르지. 난 너희가 부럽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을 못 이룰 만큼 자기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건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자신의 아들이 사회적 다수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지 정확히는 알 수는 없으나, 그는 제자리를 찾아오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찾아 나선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수이길 강요받고, 그렇기에 누군가는 자신과 맞지 않는 시작점에 놓여 고통받고 있음을, 그래서 스스로가 자신을 찾아가게끔 만들어준 그 무언가를 용기라고 불려야 할 것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존중받았다는 것이 획일화를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견뎌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지 않을까.


대상이 누구든, 사랑이다.

모두를 응원한다. 내 목소리가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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