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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Sep 02. 2021

벌새(House of Hommingbird)

보통이라는 이름으로 묻혀버린 우리의 이야기



보통이라기엔 벅찼던 가장 보통의 삶. 사실 종종,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 벅찰 때가 있다. 시간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꽤 많은 사고를 치고, 나를 당황스럽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먼저 간 시간이 남긴, 흐트러진 흔적에 도달할 때 즈음엔 당황스러운 감정도 함께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 우리 중, 스스로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아니면 그 반대가 더 많을까. 아마 내 생각엔, 후자가 더 많을걸. 아마도. 


하지만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전자가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나름 괜찮은 삶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주변인들에게서 직접 듣는, 그들의 삶과 SNS에서 보이는 것들의 괴리가 점점 커져가는 걸 보면 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숨기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는 것,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일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삶이 원하는 것보다 견뎌야 하는 것들로 채워져 간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아마 은희는 그 시절 가장 보통의 삶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보통의 것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나름대로의 소음을 내고 있다는 것. 보통 또한 그 나름대로의 파동이 있지만, 서로가 가진 파동의 크기가 별다를 것 없기에 타인의 시선을 뺏지 못할 뿐. 


지금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그저 당연하다는 말로 묻어버리기엔, 절실했던 수백 가지의 몸부림이 있었으리라. 또한 누군가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얻어지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군분투해야만 겨우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것에, 우리는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당시에 사회의 최소 단위는 개인이 아닌 가족이었으니까.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누구도 관여해주지 않았으니까. 그게 자유인 줄로만 알았으니까.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심지어 내 옆에 앉아있는 친구마저도. 



우리는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죽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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