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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Feb 17. 2022

올드보이

Oldboy






웃어라, 모든 사람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평범했다. 그 어느 것도 별 다를 바 없는 삶이었다. 수습만으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던 삶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 즈음 지옥 같던 15년이 시작됐다. 내가 죽였다던 나의 아내는 이미 나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꿈이었을까, 꿈이라기엔 지난 삶은 너무나도 명확했고 현실이라기엔 손끝에 닿지 않을 만큼 이미 멀어졌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날 이곳에 가두었나. 원한이 있다기엔 너무나 평화로웠고, 충동적이라기엔 너무 많은 것이 준비되어있었다. 아, 질문이 틀려 대답을 들을 수 없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내 아내는 무엇 때문에 살해당해야만 했을까.


모든 순간의 끝에 내가 있다고 말하던 당신은 어디에 있는 걸까. 기억하지 못한단 이유만으로 15년을 태웠다. 원망을 하기엔 그 감정조차 타버린 지 오래다. 아니, 질문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다시, 나는 무엇 때문에 15년 동안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걸까. 그렇게 15년을 위해, 그리고 15년간 준비되었던 감옥이었다. 세상 그리고 가족의 기억 속에서조차 잊힐수록 나는 더 넓은 감옥으로 다다르고 있었다.


결국 모든 일은 오대수로부터 비롯되었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잊힌 것들이 그를 다시금 에워싸고 있었다. 나로부터 나온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도 전에, 떠내려 보냈던 것들의 무게를 알고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세상에 내보내진 모든 것들은 결국 내려앉는다는 걸 오랜 시간 망각하고 있진 않았던가.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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