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홈, VUX, 젠틀파이, AI봇, AI스피커, 대화설계, 챗봇기획
좋은 서비스 경험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정의하자면, '자연스러운 사용성에서 서비스의 유용함을 적절히 느낄수 있고, 감성적인 만족감을 주는 경험'이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울 것만 같은 이 '대화'라는 사용성이 AI스피커랑 할때면 좀처럼 자연스럽지가 않다. "이름이 뭐니?" "배고파" "외로워" " 오늘 날씨?"라며 스무턴 정도 대화가 오가면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한발자욱만 더 들어가면 말이 안통하는 것 같아 난감하다.
이게 다 니 책임이야라며 스피커한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싶겠지만, 알고보면 우리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그닥 매끄럽지 않다. 사람들이 말을 너무 모호하게 하는 탓이다.
"샬롯, 사과살래" 하면 어디로 보내야 할까? 백화점으로 보내야 할까? 슈퍼로 보내야 할까?
"샬롯, 아이유 노래 검색해줘"하면 어디로 보내야 할까? 음악으로 보내야 할까? 검색으로 해야 할까?
"샬롯, 꺼줘"하면 무엇을 꺼야 할까? 하고 있던 서비스를 꺼야할까, 스피커를 꺼야할까?
척하면 착착착! 행간까지 읽어내는 '인간'과의 대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기의 모호한 발화방식은 생각치도 않고, 이걸 대체 왜 못알아듣지? 라며 기기에게 화를 낸다. 우리의 관념 속 기계는 절대 틀리지 않기 때문에, 기계의 잘못은 상대적으로 용서하기 어렵다. '이것을 못알아 듣는가? 스피커여!' 그렇지만, 인간이여, 당신의 질문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앞의 '샬롯, 사과살래' 라는 말은 모호하다. 백화점? 슈퍼? 어디에서 사고 싶단 말씀인지 모르겠다 하면, '무슨소리예요? 당연히 슈퍼죠'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과일을 백화점에서만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케바케 그때 그때 다른 사람도 있다.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 상황이 기기에게는 도대체 난해한 선택의 갈림길이다. 그런데도 솔직히, 이렇게 발화한 사용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고, 주어진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응대를 해야 한다. 스피커봇의 대화 설계를 어떻게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제일 쉬운 방법은 ①이해하지 못했다며 처리하지 않는 방법이다. 실제로 질문이 포함한 정보량이 충분하지 않으니 처리할수 없고,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틀린 응답은 아니다. 고객의 만족도가 빠른 속도로 냉각될 뿐, 봇 너의 잘못이 아니다.
봇을 만드는 사람이 조금만 더 품을 들이면 한결 자연스러운 대응을 할 수 있다. 재질의, 즉 ②어디서 사고 싶은지 다시 물어보는 방법이다. "어디서 사고 싶으신가요? 백화점이요? 슈퍼요?"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네. 당연히 이게 제일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그럼 물건을 살 때마다 계속 물어본다고 한 번 생각해 보자.
칫솔 살래 ▸ 백화점에서요 슈퍼에서요?
한우 살래 ▸ 백화점에서요 슈퍼에서요?
숟가락 살래 ▸ 백화점에서요 슈퍼에서요?
스타킹 살래 ▸ 백화점에서요 슈퍼에서요?
그렇다. 계속 들으니 성가시다. 게다가 선택지가 백화점과 슈퍼 2개면 그럭저럭 괜찮을텐데, 만약에 사과 파는 곳이 백화점, 슈퍼, 마트, 홈쇼핑, 편의점으로 다섯개나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과 살래 ▸ 백화점, 슈퍼, 마트, 홈쇼핑, 편의점 중 어디서 사시겠어요?
립글로스 살래 ▸ 백화점, 슈퍼, 마트, 홈쇼핑, 편의점 중 어디서 사시겠어요?
괜찮지 않다. 쇼핑몰이 수십개 더 다양하게 많으면, 확장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③ 정해진 룰에 따라 특정한 곳으로 일단 보내 버리면 어떨까? 슈퍼: 백화점=7:3으로 과일은 슈퍼에서 가장 많이 사기 때문에 슈퍼로 보낸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오호라, 과일은 슈퍼에서 보여주는구나. 똑똑한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슈퍼말고 백화점에서 과일을 사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분명 바로 이어서, "아니, 백화점에서 사과살래"라고 목적지를 포함해서 요청할 것이다. 이 방식은 다수를 단 번에 만족시킬수 있는 데다가, 단 번에 만족안된 소수는 추가 발화를 통해 '목적지를 포함해서 말해야 한다는 걸 학습시키는 두가지 장점이 있다. 다만, 이 룰이 우리의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할수 있다. 가장 많이 사는 매장으로 결정했다는 이 룰만 봐도, 칫솔은 백화점, 어린이 칫솔은 마트, 오랄비 칫솔은 홈쇼핑 등 개별 아이템별로 가장 많이 사는 곳이 다를 수 있다. 또 가장 많이 사는 몰이 시간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어 변경관리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과살때는 백화점으로 갔는데, 오늘은 슈퍼에서 보여주는 식으로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흠. 이제, 어쩐다.
④ 유저에게 목적지를 포함해서 말하라고 가이드를 주자.
"백화점에서 사과살래 혹은 슈퍼에서 사과살래라고 말씀해주세요."
대부분의 보이스봇들이 이런 방식을 취한다. 결과적으로는 가장 빠르게 유저를 학습을 시킬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사용자의 기대에 못미친다'에 있다. '인공지능이면 알아서 해야지 왜 뭘 더 물어보고 그래' 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사과는 슈퍼에서 사는거 아냐! 인공지능이라면서 뭘 또 물어봐, 더 배워라 AI!"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사람들 진짜 너무하다. 인공지능은 심령술이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대안을 더 생각해 보자.
식료품은 슈퍼에서, 화장품은 백화점에서, 의류는 홈쇼핑에서 살거라고 ⑤유저별로 각자 세팅할 수 있게 해 주면 어떨까? 간단히 말하면 개인화다. 사용자마다 생각과 쇼핑 패턴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AI가 짐작하지 말고 개인이 선호하는 곳에서 쇼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법이다. 어떤 사람은 모든 물건을 백화점에서 살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카테고리마다 다를 수 있다. 샬롯홈은 이 유저별 개인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서비스 카테고리별로 선호하는 서비스를 자유롭게 변경할수 있어서, 물건을 사려 할때, 목적지를 포함해서 발화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설정한 선호도에 맞는 쇼핑몰로 보내준다. 물론, 이 방식도 카테고리가 세분화 되는 순간 복잡도가 급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고객의 의도를 좀 더 명확히 파악, 반복 명령어 사용의 불편을 없앤다는 장점이 있어서 샬롯홈에서는 최종적으로는 이 방식을 선택했다.
아마 사람들이 기대하는 인공지능이란, 우리 인간 따위가 생각해내지 못한 ⑱번째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가끔, 현재의 봇 기획이란 인공지능이 ⑱번째 방법을 도출해 내기 위한 ①~⑰방식으로 학습데이터를 모으는 수단에 불과한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고객이 만족한 방법을 찾아내야 학습을 시킬것 아닌가. ;-)
위에 '사과살래' 예는 대화형 서비스 설계 과정에서 부딪혀야 할 수십만가지 고민 중 하나다. 어떤 유형이든지, 모른다에서부터 개인화까지, 즉 ①~⑤의 대응 방식을 한번 떠올려 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대화를 설계한다는 건 지루한 고민의 연속이긴 하지만, 사용자에게 최고의 대화 경험을 주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샬롯홈과 연관지어 총 3편의 글을 썼습니다. 함께 봐주세요.
① 샬롯홈 소개 : AI 스피커, 샬롯홈을 소개합니다
② 샬롯홈 기획이야기 : AI 스피커 기획, 완벽하지 않은 질문에 대처하기 (현재글)
③ 샬롯홈 기획이야기 : 통합챗봇 구조 만들기 (예전에 쓴 글이지만 샬롯홈을 기획당시 작성한 글)
* 샬롯홈은 롯데 임직원과 주요 고객에게만 오픈되어 있으며, 추후 공개 예정 (2020년 1월 30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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