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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Oct 25. 2024

잼을 배우러 프랑스로 떠나다(완)

2일동안 숙소와 INBP 국립 제과제빵 학교를 왔다 갔다 하며 프랑스의 다양한 과일과 허브, 술 등 여러 첨가물을 가지고 30여가지의 잼을 만들 수 있었다. 서로 같은 꿈을 꾸는 열정적인 쉐프님들과 함께 배우고 공부하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3일날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잼들을 완성하고 수료를 하는 날이었다.



지구 반대편의 시차는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웠기에 3일 차 아침에도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오늘은 루앙을 떠나는 날이었기 때문에 INBP학교를 가기 전 루앙을 둘러보기로 했다. 나는 차가운 새벽공기를 마시며 가방을 챙겨 나왔다. 아직 어둑한 거리에는 청소를 시작한 환경미화원분들이 몇몇 있을 뿐 고요했다. 나는 센강이 흐르는 다리까지 구글맵을 보며 걸어갔다. 조용히 바다에서 흘러들어온 센강의 강물을 지켜보다 저 멀리에서 보이는 성당을 발견했다. 



성당은 거리가 꽤 멀었음에도 그 웅장함과 장엄함에 소름이 돋았고 다가가기 힘든 공포감이 밀려왔다. 물밀듯 들어오는 다양한 감정에 저 성당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뚜벅뚜벅 걸어 성당 앞에 도착했다. 성당은 족히 아파트 7층 이상의 높이로 너무 거대해서 한 눈에 담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문부터 벽, 기둥 하나하나 세밀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걸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과 창의성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나는 성당의 벽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그 감촉을 몸에 기억했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을 가서 모나리자도 실물 영접하고 니케, 비너스 같은 정말 대단한 조각품들도 만나봤지만 나는 루앙에 있는 성당에서 더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성당에 빠져있다 수료식이 기다리고 있는 학교로 돌아갔다. 오늘은 한 시간 이른 7시에 수업을 시작했다. 어제 완성하지 못한 잼들과 왕가의 방식으로 만드는 잼을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3일 동안 만든 잼들을 종류별로 하나씩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테이블에 색색별의 잼들을 한 줄로 세워 놓았는데 무슨 작품 같았다. 그 병들을 하나하나 열어 스푼을 꽂았다. 우리들은 잼을 냄새 맡고 맛을 음미하며 평가를 했다. 우리가 실수로 잘못 만든 견과류가 까끌까끌한 식감을 주는 잼을 제외하고는 다 완성도가 높은 잼들이었다. 역시 다들 오너 셰프에 어렸을때부터 요리를 해왔던 분들이라 교수님이 가르쳐준 것을 바로 습득하고 적용한 것이다. 



테이블에 3일 동안 만든 잼을 모아서 계단식으로 진열하고 INBP로고가 새긴 벽을 뒤에 세우니 그럴듯한 포토 존이 완성되었다. 교수님과 나를 포함한 수강생들이 포토 존에 서고 사진기사님이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참 수료가 실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교수님과 악수와 함께 인사를 나누고 프랑스까지 온 큰 이유였던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프랑스어를 못하다 보니 소통이 힘들었지만 3일 동안 같이 배우고 만들었던 수강생쉐프님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몇몇의 쉐프님들과는 인스타로 소통하며 지내고 있는데 문득문득 그 떄 생각이 난다. 3일을 함께한 교수님과 수강생분들은 프랑스에서 너무나도 좋은 기억을 남겨주셨고 내가 프랑스를 좋게 생각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셨다.



루앙에서의 수업을 끝내고 나와 통역해 주시는 A는 파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A는 내가 파리에서 구한 숙소까지 다시 데려다주셨다. 숙소 출입구에서 들어가는 법을 몰라 애를 먹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3일 동안 통역을 해주시며 프랑스를 알려주신 A께 나는 감사함을 전했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그렇게 나는 프랑스에 온 목적을 이루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2일동안 파리를 눈에 담고, 촉감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공항으로 돌아갔다. 



프랑스를 다녀오고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바로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정리했다. 3일간의 추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잼을 공부하며 해소하기 못했던 갈증을 대부분 완벽히 해소할 수 있었던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국내에서 공부하고 논문들을 살피고 해외 서적들을 번역해서 읽고, 일본에서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잼 장인인 크리스틴 페르베흐의 노하우를 익히고, 프랑스에서 세계 잼 챔피언께 기술을 배우니 자신감이 많이 올라갔다. 



나는 이렇게 배운 모든 것들을 활용해 1등 장인이 되어야겠다 마음먹었다.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면 언젠간 아니 곧 1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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