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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을 배우러 프랑스로 떠나다(완)

by 젠틀플랜

2일동안 숙소와 INBP 국립 제과제빵 학교를 왔다 갔다 하며 프랑스의 다양한 과일과 허브, 술 등 여러 첨가물을 가지고 30여가지의 잼을 만들 수 있었다. 서로 같은 꿈을 꾸는 열정적인 쉐프님들과 함께 배우고 공부하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3일날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잼들을 완성하고 수료를 하는 날이었다.



지구 반대편의 시차는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웠기에 3일 차 아침에도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오늘은 루앙을 떠나는 날이었기 때문에 INBP학교를 가기 전 루앙을 둘러보기로 했다. 나는 차가운 새벽공기를 마시며 가방을 챙겨 나왔다. 아직 어둑한 거리에는 청소를 시작한 환경미화원분들이 몇몇 있을 뿐 고요했다. 나는 센강이 흐르는 다리까지 구글맵을 보며 걸어갔다. 조용히 바다에서 흘러들어온 센강의 강물을 지켜보다 저 멀리에서 보이는 성당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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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거리가 꽤 멀었음에도 그 웅장함과 장엄함에 소름이 돋았고 다가가기 힘든 공포감이 밀려왔다. 물밀듯 들어오는 다양한 감정에 저 성당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뚜벅뚜벅 걸어 성당 앞에 도착했다. 성당은 족히 아파트 7층 이상의 높이로 너무 거대해서 한 눈에 담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문부터 벽, 기둥 하나하나 세밀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걸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과 창의성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나는 성당의 벽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그 감촉을 몸에 기억했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을 가서 모나리자도 실물 영접하고 니케, 비너스 같은 정말 대단한 조각품들도 만나봤지만 나는 루앙에 있는 성당에서 더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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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성당에 빠져있다 수료식이 기다리고 있는 학교로 돌아갔다. 오늘은 한 시간 이른 7시에 수업을 시작했다. 어제 완성하지 못한 잼들과 왕가의 방식으로 만드는 잼을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3일 동안 만든 잼들을 종류별로 하나씩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테이블에 색색별의 잼들을 한 줄로 세워 놓았는데 무슨 작품 같았다. 그 병들을 하나하나 열어 스푼을 꽂았다. 우리들은 잼을 냄새 맡고 맛을 음미하며 평가를 했다. 우리가 실수로 잘못 만든 견과류가 까끌까끌한 식감을 주는 잼을 제외하고는 다 완성도가 높은 잼들이었다. 역시 다들 오너 셰프에 어렸을때부터 요리를 해왔던 분들이라 교수님이 가르쳐준 것을 바로 습득하고 적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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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3일 동안 만든 잼을 모아서 계단식으로 진열하고 INBP로고가 새긴 벽을 뒤에 세우니 그럴듯한 포토 존이 완성되었다. 교수님과 나를 포함한 수강생들이 포토 존에 서고 사진기사님이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참 수료가 실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교수님과 악수와 함께 인사를 나누고 프랑스까지 온 큰 이유였던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프랑스어를 못하다 보니 소통이 힘들었지만 3일 동안 같이 배우고 만들었던 수강생쉐프님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몇몇의 쉐프님들과는 인스타로 소통하며 지내고 있는데 문득문득 그 떄 생각이 난다. 3일을 함께한 교수님과 수강생분들은 프랑스에서 너무나도 좋은 기억을 남겨주셨고 내가 프랑스를 좋게 생각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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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에서의 수업을 끝내고 나와 통역해 주시는 A는 파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A는 내가 파리에서 구한 숙소까지 다시 데려다주셨다. 숙소 출입구에서 들어가는 법을 몰라 애를 먹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3일 동안 통역을 해주시며 프랑스를 알려주신 A께 나는 감사함을 전했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그렇게 나는 프랑스에 온 목적을 이루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2일동안 파리를 눈에 담고, 촉감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공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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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다녀오고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바로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정리했다. 3일간의 추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잼을 공부하며 해소하기 못했던 갈증을 대부분 완벽히 해소할 수 있었던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국내에서 공부하고 논문들을 살피고 해외 서적들을 번역해서 읽고, 일본에서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잼 장인인 크리스틴 페르베흐의 노하우를 익히고, 프랑스에서 세계 잼 챔피언께 기술을 배우니 자신감이 많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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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배운 모든 것들을 활용해 1등 장인이 되어야겠다 마음먹었다.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면 언젠간 아니 곧 1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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