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자식이 되기 위한 방법
병원 진료를 위해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고 있었다.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5 ~ 6살 정도로 보이는 딸이 함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부녀는 손을 꼭 잡고 아빠는 회사로 딸은 유치원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어서 우연히 부녀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다. 딸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빠 지금 몇 시야?"
"지금 8시 50분, 그런데 아빠는 시계를 5분 빨리 맞춰 놓으니깐 8시 45분쯤 되겠네"
빨리 맞춰 놓았다는 말을 딸이 이해할까 혼자 궁금했지만 역시나 딸은 아빠에게 물어봤다.
"왜 5분을 빨리 맞춰?"
이 질문에 아빠는 딸에게 큰 교훈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진지하고 근엄하게 말했다.
"5분을 일찍 맞추면 사회 생활할 때 늦지 않아서 좋고 미리 준비할 수 있어서 좋거든"
과연 이 말도 딸이 이해했을까? 딸은 "응, 그렇구나"라고 말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부녀와 가는 방향이 달라서 부녀가 이후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 수 없었다.
부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나의 부모님과 어렸을 적 나눴던 이야기를 한참 생각해 봤다. '나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을까? 나는 어렸을 적 부모님에 어떤 이야기를 들었지?' 물론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내가 지금도 부녀의 아버지처럼 시간을 5분 빨리 맞춰놓는 것을 보면 분명 나도 부모님 중 한 분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대학교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도 부모님은 나에게 인생에 이런저런 충고나 조언을 해주신다. 부모님은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면서 살아라. 항상 차조심해라' 등 아직도 내가 5 ~ 6살 어린아이인 줄 알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신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충고나 조언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했다가 크게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다.
사회생활에서 너무 참지만 말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면서 살라고 하셨지만 나는 화가 나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 또한 인생의 경험이구나'하고 살았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나는 바보가 되어 있었고 모든 사람들에게 만만한 상대가 되어 있었다. 한 번은 사람을 너무 믿은 나머지 그 사람이 뒤에서 나의 욕을 하고 있었고 크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내용의 부모님의 충고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그런 일 없을 거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알아서 할게'라고 무시했을 것이다. 경제적 피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후에는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우리는 기어코 잘못된 결정을 한 뒤 '부모님의 말을 들을 걸'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부모님도 분명 우리 조부모님으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충고나 조언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지금의 우리처럼 본인 마음대로 했다가 큰 후회, 큰 실패를 경험한 뒤에 똑같이 후회를 했을 것이고 그 후회를 기점 삼아서 지금의 우리에게 충고를 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글이 부모님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생각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책에서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적으로 한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나도 나의 부모님도 그랬던 것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지금껏 경험하고 성장했다. 성장을 위해서 일부러 부모님의 충고를 무시하고 실수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처한 상황에 맞춰서 적절히 충고를 받아들이면 동일한 실수를 경험하지 않게 될 것이다.
충고(忠告)라는 말은 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른다는 뜻이 담겨있다. 임금에게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어느 장군처럼 충고는 자신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진심이 담겨있다. 그 진심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학교에서도 충고를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잘 되기를, 내가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나에게 충고를 해주는 상대방의 진심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나의 상황과 환경에 맞춰서 적절한 선택을 한다면 분명 겪지 않아도 될 실수나 실패를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봤던 딸아이는 앞으로 아빠에게 어떤 충고를 들을까? 딸아이가 아빠의 충고를 잘 듣고 실천해서 어느 곳에 가든 칭찬받고 예쁨 받는 성인으로 자라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