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또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찬사(讚辭)
얼마 전 회사 면접관으로 참석을 했다. 딱딱한 분위기의 기존 면접과는 달리, 지원자와 티타임 정도의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조금은 편한 면접이었다. 면접 전에 지원자가 작성한 이력서를 보고 뭔가 나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라온 환경,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도 있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학창 시절 줄곧 아르바이트를 했다던 한 지원자.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요즘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는 해외여행도 가보지 않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던 그. 이름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나를 뽑아준 회사에 감사해하며 열심히 일도 하고 자격증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던 그의 자기소개서를 보고 ‘나와 비슷하게 살아온 사람도 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나와 비슷하게 살아온 그분은 어떤 사람일까? 면접관이었던 나도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그를 기다렸다. 준수한 외모와 차분한 말투의 그.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참 힘들게 사셨구나. 그래도 잘 버티면서 살았구나’
면접이 끝나고 난 뒤 면접 장소 안에는 무언가 무거운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합격, 불합격을 떠나서 그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안 쓰러움일까? 나만 느낀 것 같았는데 다른 면접관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힘들게 살아온 사람에게서만 나는 특별한 분위기? 아니면 그를 안타깝게 생각한 우리들의 동정심이었을까? 같이 면접을 봤던 파트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나는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별할 때 다른 내용보다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떻게 극복을 했는지를 보는 것 같다고.
맞는 말이다. 나는 끈기 있는 사람, 힘든 상황 속에서도 버티고 버텨서 살아온 사람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업무 능력은 회사에 와서도 충분히 향상할 수 있지만, 사람의 기질은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마주한 고통, 고난 속에서 어떻게 극복했는지,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깨닫고 한 단계 성장했는지는 그 환경과 상황을 겪어보지 않는 이상 누구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끈기 있고 버티는 사람을 매우 좋아하고 존경한다.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 끈기. 나는 끈기가 있는 삶을 살아왔다. 버티고 버텨서 지금의 내가 됐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결국 버텼다. 나에게 찾아온 심리적, 경제적, 육체적 고난을 지금까지 잘 버티면서 묵묵히 견뎌왔다. 내가 악착같이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버티면 00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견디면 00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라는 목표가 명확했다. 그 목표를 달성한 이후 달라질 나의 삶을 갈망했기 때문에 고통의 현실을 견딜 수 있었다.
최근에 강민선 작가의 『끈기의 말들』이라는 책을 보게 됐다. 독립출판을 운영하면서 여러 권을 출판한 작가이기 때문에 끈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책에서 끈기에 대해 논한 영화, 드라마 속 대사, 유명인의 들을 말을 인용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끈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그의 책을 읽다가 끈기는 이어달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끈기는 단순히 버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목표를 갖고 자신만의 속도로 가다 보면 결국 그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누군가는 100m 달리기처럼 단거리로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반면에 다른 누군가는 42.195km라는 긴 마라톤의 거리를 달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거리의 차이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고 싶고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오늘 한 걸음, 내일 한 걸음 천천히 내딛다 보면 42.196km 같았던 거리가 짧아질 수도 있고 나의 노력 외에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100m 보다 더 짧아지는 경우도 분명 생기게 된다. 인생은 언제나 예상대로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면접을 봤던 그는 아쉽게도 합격을 하지 못했다. 그가 어렵게 달리고 있는 힘든 길을 사실 구제해주고 싶었다. 다양한 방법과 조건을 가지고 심도 있게 면접관들과 논의를 해봤지만 현재 뽑고 있는 포지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마음이 아팠지만 채용이라는 것이 감정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나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다.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 묵묵히 끈기를 갖고 하다 보면 분명 좋을 일이
있을 것이라고. 흔들리지 말고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라고’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끈기를 갖고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모든 끈기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우리는 분명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다! 우리는 끈기의 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