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간결, 간소해야 될 이유_결정피로
오랜만에 맥도널드에 갔다. 최근 판매하고 있는 마라맛 햄버거를 먹기 위해 큰 마음을 먹고 6개월 만에 맥도널드로 향했다. 광고하던 제품을 키오스크에서 찾은 후 장바구니에 담고 뭔가 허전한 것 같아서 사이드 메뉴를 고르려고 했다. 스낵랩, 애플파이, 치킨텐더 등 많은 메뉴가 보였다. ‘무엇을 먹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다행히 나의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지만 너무 많은 사이드 메뉴 속에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다가 나는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메인 버거세트만 결제를 했다. 이런 일은 일상 속에서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다. 카페를 가도 수십여 가지가 넘는 메뉴 속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르다가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먹는 메뉴나 늘 똑같은 메뉴를 고르기 일쑤였다. 수많은 OTT사이트 중에서 하나를 고른 뒤 그 안의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무엇을 볼지 다시 결정해야 하는 것도 큰 피로다. 그래서 나는 OTT를 실행했다가 다시 닫은 적이 한두 번도 아니다.
결정피로라는 말이 있다. 결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결정피로도 내가 겪는 하루의 많은 피로감 중 한몫을 크게 차지한다. 스티브 잡스 하면 검은색 터틀넥, 청바지, 뉴발란스 신발을 신고 신제품 발표를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회사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멋진 정장과 반짝이는 구두를 신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적인 시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효율을 중시하는 그에게는 발표를 위해 옷을 고르는 시간조차 불필요한 투자, 노력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더 투자하기 위해 덜 중요한 것, 쓸데없는 것들을 포기하거나 단순화하는 것이 결정피로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모든 사람에게 죽을 때까지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동안 많은 고민과 걱정, 불안이 머릿속을 오가며 반복된다. 그런데 그중에서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일어나지 않을 일, 쓸데없는 기대감, 해결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불안, 불필요한 감정소모 등 이렇게 나의 시간을 갉아먹는 생각들만 잘 관리해도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더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머릿속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기록하려고 한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안 하려고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생생해진다. 생각이 나면 생각나는 대로,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쁘면 그상태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기장에, 나의 아이패드 메모장에 글로 뱉어 내려고 한다. 그 글들을 보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거고 쓸데없는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결정피로도 마찬가지다.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내가 고민하고 고려하는 것들, 눈치 보는 사람과 말, 상황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을 글로 기록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록하다 보면 내가 왜 이런 생각과 감정이 드는지, 내가 왜 결정을 미루고 회피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방법이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단순하고 간결하게 만들어서 내가 더 집중해야 할 것, 내가 더 신경 써야 할 것을 올바르게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고 결정을 조금 더 쉽게 내릴 수 있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