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과 함께한 특별한 인연
미국 콜로라도에서의 첫 만남
1986년 5월, 아내와 결혼을 하고 그해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로 유학을 떠났다. 6년 동안 살면서 가장 자주 찾았던 곳이 바로 록키마운틴 국립공원이다. 학교가 있던 도시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1987년 여름방학에 처음 방문한 이후 지인이나 가족이 올 때마다 여러 차례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그곳을 마주했을 때 웅장한 산세에 압도되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캐나다 록키마운틴을 향한 동경
유학 시절,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설명에는 “Rocky Mountain National Park”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미국의 국립공원 풍경과는 달랐다. 나중에야 그것이 캐나다 록키마운틴 국립공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첫 방문과 이민의 시작
그 꿈은 2000년 5월 현실이 되었다. 당시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H 건설 기술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던 나는 이미 캐나다 독립 이민을 수속 중이던 상태였고, 록키마운틴의 관문 도시인 캘거리에서 열리는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러 가게 되었다. 학회 일정이 없던 날, Banff 국립공원을 방문할 수 있었다. 오래전 사진으로 보던 그 경치를 직접 눈으로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학회에서 만났던 한 참가자로부터 캘거리의 한 컨설팅 회사의 채용 소식을 이메일로 전해 듣게 되었고, 인터뷰 끝에 운 좋게 취업에도 성공했다. 그해 10월, 결국 캘거리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2010년 밴쿠버로 이사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록키마운틴을 찾았다. 에드먼턴에 살던 시절 (2003~2010)에도 매년 공원을 방문할 만큼 내 삶과 깊은 인연을 맺은 곳이다.
Banff vs Jasper, 두 얼굴의 매력
캐나다 록키마운틴은 여러 국립공원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Banff 국립공원과 Jasper 국립공원이다.
Banff 국립공원은 캘거리에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숙박과 식당, 상업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언제나 활기차고 북적이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Jasper 국립공원은 Banff보다 규모가 넓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덜 개발되어 있어, 더 조용하고 웅장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흔히 “Banff는 상업적이고 활기차다, Jasper는 자연 그대로의 매력이 있다”라는 말이 오가곤 한다. 두 공원 모두 색깔이 뚜렷해, 어디를 더 좋아하느냐는 결국 여행자의 취향에 달려 있다.
꼭 가봐야 할 명소들
록키마운틴에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명소들이 많다.
Lake Louise
Moraine Lake (캐나다 20달러 구지폐에 그려진 호수)
Peyto Lake
Emerald Lake
Takakkaw Falls
Columbia Icefield
Maligne Lake
그리고 수많은 빙하와 온천들까지.
나는 지인들에게 “평생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절경”이라고 늘 강조한다. 지금도 매년 캐나다를 방문할 때면 꼭 캘거리에 들르는 이유가, 가까운 지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록키마운틴이 그리워서다.
내가 가장 사랑한 Moraine Lake
록키마운틴 공원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은 단연코 Moraine Lake다. 예전에는 “내가 세상을 떠나면 내 재를 이 호수에 뿌려 달라”라고 아내에게 말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바램을 취소했다. 그 이유는 최근엔 관광객이 너무 늘어나 개인 차량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사전 예약 후 셔틀버스를 타야만 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주차만 잘하면 자유롭게 호수를 즐길 수 있었는데, 지금은 훨씬 까다로워졌다.
마지막 여정, Lake O'Hara
아내와 마지막으로 록키마운틴을 찾은 때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인 2021년 9월이었다. 그때까지 대부분의 명소를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지인과의 대화에서 처음 알게 된 숨겨진 보석 같은 호수가 있었다. 바로 Lake O’Hara (오하라 호수)였다.
이곳은 여름 성수기 동안에만 왕복 셔틀버스가 운행되는데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우리도 여러 해 동안 시도했지만 예약과 추첨에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마지막 해에는 “걸어서라도 가자”는 각오로 캘거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편도 11km의 산길은 쉽지 않았지만, 아내와 함께 3시간 반의 산행 후, 호수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도 지쳤지만 그 먼 길을 걸은 아내가 더 기특했다. 아마 아내와 함께 한 산행 중에서 제일 긴 거리였을 것이다. 사실 걷다가 아내가 정 힘들어하면 포기하고 돌아갈 각오도 했었다. 점심식사를 하며 기력을 회복한 후에 다시 가파른 앞산을 올라 호수를 내려다보니, 눈앞에 펼쳐진 절경이 하루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 주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낮은 기온에서 산에 오르며 사진을 너무 많이 찍는 바람에 정상에서 두 사람의 핸드폰이 모두 방전된 것. 하지만 눈으로 본 풍경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다행히 하산 때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어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발에는 물집이 잡혔지만, 아내와 함께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나와 아내에게 캐나다 록키마운틴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생의 여러 순간과 얽혀 있는 특별한 장소다. 보고 있으면 고향처럼 마음이 편해지고, 떠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곳. 무엇보다도 아내와 함께한 수많은 추억이 깃든 곳이기에, 내 삶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장소로 남아 있다.
#RockyMountain #LakeLouise #MoraineLake #PeytoLake #LakeOHara #Banff #Ja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