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크루즈 여행 연대기

끝내 함께 떠나지 못한 약속

by Geoff Jung

몇 달 전의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 크루즈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은퇴 후 여유 있는 노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여행이, 이제는 젊은 세대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 보기


sss.jpg?type=w773 서카리브해 크루즈에서

크루즈 여행과 나의 첫 만남


내가 ‘크루즈 여행’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은 1970년대 중반, TV에서 방영된 미국 드라마 <사랑의 유람선(The Love Boat)>을 통해서였다. 그 당시 어린 나에게 크루즈는 그저 현실과는 동떨어진 ‘별천지’ 같은 세상이었고, 실제로 그런 배가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혹시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든 가상의 무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


실제로 크루즈 선박을 처음 본 건 2000년대 초 미국 여행 때였다. 부두에 정박한 빌딩만 한 거대한 배를 마주했을 때, 그 압도적인 규모에 넋을 잃었다. 그 순간 ‘언젠가 나도 꼭 크루즈 여행을 해보리라’고 마음먹었다.


내가 다녀온 세 번의 크루즈 여행


(1) 부모님 결혼 50주년 기념 알래스카 크루즈

일시: 2009년 7월

일정: 밴쿠버(캐나다) → 케치칸(미국) → 주노(미국) → 스캐그웨이(미국) → 밴쿠버

선박: NCL (Norwegian Cruise Line) Sun - 78,309톤 / 2001년 건조


(2) 결혼 30주년 기념 동지중해 크루즈

일시: 2016년 5월

일정: 베니스(이탈리아) → 두브로브니크(크로아티아) → 아테네(그리스) → 산토리니(그리스) → 스플리트(크로아티아) → 베니스

선박: NCL Jade - 93,558톤 / 2006년 건조

비고: 지금까지의 여행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여정


(3) 서카리브해 크루즈

일시: 2018년 4월

일정: 마이애미(미국) → 코스타마야(멕시코) → 하베스트 케이(벨리즈) → 로아탄(온두라스) → 코즈멜(멕시코) → 마이애미

선박: NCL Getaway - 145,655톤 / 2014년 건조


크루즈 여행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크루즈는 노인들의 여행이다?”


내가 경험한 크루즈의 승객 비율은 노인과 비노인이 대략 5:5였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여행객도 많이 봤다. 특히 여름·겨울 방학 시즌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승객이 상당히 많다.


2. “배멀미 때문에 못 간다?”


선박이 클수록 흔들림은 적다. 나는 세 번의 크루즈 여행에서 멀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첫날 시차 적응이 덜 된 어머니께서 약간의 흔들림을 느껴 의무실에서 멀미약을 드셨는데, 이후 전혀 불편이 없으셨다.


3. “장시간 배에 갇혀 지루하다?”


크루즈는 대부분 유명 해안 도시를 기항지로 두고, 다양한 선외 투어(shore excursion)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물론 별도 비용이 들지만, 투어를 이용하면 현지 관광을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다.


- 기항지에서는 자유여행을 해도 되고, 배 안에서 쉬어도 된다.

- 다만 재출항 시간에 늦으면 배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 선외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투어 팀이 돌아올 때까지 배가 기다려주므로 안심할 수 있다.

2018-05-08_12.22.36.png?type=w773 온두라스 로아탄에서 경험한 슈퍼맨 집라인
ppp.jpg?type=w773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블루돔을 배경으로

4. “배 안에서 즐길 거리 부족?”


수영장, 자쿠지, 워터 슬라이드, 암벽등반, 미니 집라인, 카지노, 피트니스 센터, 스포츠 코트, 공연장, 클럽,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설이 준비돼 있다. 매일 밤 열리는 대형 쇼와 이벤트까지 합치면,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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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짐 싸고 풀 필요가 없다”


매일 밤 다음 기항지로 이동하므로,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다.

일정에 따라 하루 종일 항해하는 날도 있다.


6.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의 매력”


대부분의 식사와 음료는 요금에 포함된다. 다만, 일부 고급 레스토랑과 주류, 인터넷 사용(Wi-Fi)은 별도 요금이다. 필요하다면 ‘고급 레스토랑·주류·인터넷 무제한 패키지’를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매일 일정 금액의 서비스 차지가 선실 계정에 부과되어 승선시 등록한 신용 카드에 하선 시에 일괄 청구된다.


7.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즐거움"


일반 해외 패키지 여행은 일행과 동일한 시간표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크루즈 여행은 예약 시 항로와 일정만 정하면, 그 이후 일정은 거의 ‘자유여행’에 가깝다.


- 밤늦게까지 춤추고 놀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즐기면 되고,

- 느긋하게 식사하고 차 한 잔 하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사람은 드대로 하면 된다.

-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여유를 즐기는 즐거움'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크루즈는 최적의 여행 방식이 될 것이다.


크루즈 여행은 '노년층 전용'이라는 편견과 달리,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행 방식이다. 바다 위에서 매일 새로운 도시를 맞이하고, 이동과 숙박의 번거로움 없이 여행을 즐기는 경험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나에게 크루즈 여행은 편안함과 모험, 휴식과 엔터테인먼트가 모두 담긴 완벽한 여행 방식이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또 배 위에서의 여정을 이어가고 싶다.


"결혼 40주년 기념 세계일주 크루즈"


일시: 2026년 5월

일정: Wherever You Wish

선박: JUNG INC. VOYAGES (150,000톤, 2026년 건조)


투병 중인 아내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하고 싶어, 우리가 만난 지 42주년 되는 날에 ‘세계일주 크루즈 티켓’을 직접 만들어서 선물했다 (그래픽은 딸에게 부탁). 아내가 건강을 회복하면 빚을 내서라도 실제로 떠나겠다는 각오였고, 그 마음만은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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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자 지인들로부터 “가격은 얼마냐”, “어디서 살 수 있느냐”, “일정이 며칠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자세히 보면 실제 티켓이 아니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었을 텐데, 아마 내가 이런 ‘가짜 티켓’을 만들어 선물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번 생에서는 끝내 함께 떠나지 못했지만,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언젠가 그 항해를 이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