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의 추억

by Geoff Jung

오늘 문득 아내와 다녀온 동유럽 여행이 떠올랐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해인 2019년 7월, 아내와 나는 7박 8일 자유 일정으로

빅토리아 → 프라하 (체코) → 체스키 크룸로프 (체코) → 드레스덴 (독일) → 비엔나 (오스트리아) → 부다페스트(헝거리) → 빅토리아

이렇게 동유럽을 여행했다.


이 여행에는 잊지 못할 추억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웃음이 터졌던 해프닝 두 개가 아직도 생생하다.


✈️ 해프닝 #1 — “뛰어!!!”


여행의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우리의 첫 비행 루트는 빅토리아 → 몬트리올 → 프랑크푸르트 → 프라하.

그런데 빅토리아 공항에서 수속을 하는데 직원이 말한다.


“출발이 좀 지연돼서요… 몬트리올 환승 시간이 40분에서 20분으로 줄었네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우리의 항공기내 좌석은 뒤쪽이었고 더구나 환승 게이트가 공항 끝에서 끝이라니 — 이런 일이 꼭 나한테 일어나더라. (이게 바로 머피의 법칙!) 직원이 슬쩍 조언을 해줬다.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먼저 내리게 해달라고 부탁하세요.”


비행기에 타자마자 눈치를 보다가 승무원을 불렀다.


“Excuse me... we have a very short connection time...”


승무원이 친절하게 답했다.


“방송은 해드릴게요. 다만… 다른 승객들이 양보해 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 믿는 건 운명과 다리 근육뿐.

착륙 직전, 드디어 방송이 나왔다.


“환승 시간이 촉박한 승객이 계십니다.

다른 승객 여러분께서는 자리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불이 켜지자마자 우리는 번개처럼 짐칸 문을 열고 “Thank you! Thank you!”를 연발하며 길을 뚫었다.

주변 승객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양보해 줬다 — 기적이었다.

체크인 수하물도 없었다. 캐리온 두 개뿐.

이제 남은 건 전력질주!


“뛰어!!!”


나는 내심 자신 있었는데, 문제는 평소 운동을 많이 안 하던 아내였다.

그런데 웬걸?

아내가 나보다 앞서 달리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캐리어를 질질 끌고.

나는 헉헉거리며 뒤에서 힘을 내보았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저 여자 뭐지???”


그게 바로 대한민국 아줌마의 폭발적 추진력.

결국 우리는 공항 반대편 끝에 도착했고, 놀랍게도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가 20분 연발 중이었다.

온몸이 땀에 젖었지만, 그날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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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프닝 #2 — “여보,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요!”


프라하에서는 현지 한인 여행사 1일 가이드 투어를 이용했다.

그다음 날은 독일 드레스덴 1일 가이드 투어.


아침에 여유롭게 카페에 들러 라떼를 마셨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내가 배를 부여잡았다.


“나 배가 좀 이상해...” 난감했다.

다행히 얼마 후, 가이드가 말했다.


“잠시 후에 휴게소에 들러 가겠습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여자 화장실 줄이 수십 미터.

이건 거의 놀이공원 인기 놀이기구 수준이었다.

나는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여자 화장실 줄은 그대로, 아내는 저 멀리, 거의 점처럼 보였다.


“이러다 진짜 큰일 나겠는데...”


그때 번뜩!

남자 화장실은 바쁜 고비를 넘어가고 있었고 안을 보니 한 칸이 비어 있었다.

나는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여보, 나랑 같이 가자. 남자 화장실로!”


아내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래!”

나는 몸으로 아내를 가리며(?) 빈칸으로 밀어 넣었다.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여보, 휴지가 없어요!!!”


아... 그래서 그 칸이 비어 있었던 거였구나...

나는 버스로 전력질주해서 화장지를 가지고 아내에게 돌아왔다.

영웅처럼 돌아와 구출 작전 완수.


잠시 후 평온한 얼굴의 아내가 나타났고, 우린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우리가 버스로 돌아온 마지막 승객이었지만 늦지는 않았다.


그게 벌써 6년 전 일이다.

그때는 그저 웃겼던 일이, 지금은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는 따뜻한 추억이 되었다.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보, 그때 내가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 아직도 기억나?”

“기억나지. 내가 아직도 못 따라잡았잖아.”

kkk.jpg?type=w800 독일 드레스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