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한 시작
※ 2025년 7월에 쓴 글입니다.
2024년 7월, 하와이 빅아일랜드를 여행했다. 벌써 1년 전의 일이지만,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여행은 13년간 운영하던 비즈니스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일정이었다. 하와이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1989년, 미국 유학 중 딸아이의 돌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아후섬의 호놀룰루에 들렀던 때였다. 무려 35년 만의 하와이 방문이었다. 이번엔 ‘활화산’을 꼭 직접 보고 싶어서 빅아일랜드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항공편과 여행 루트
빅아일랜드에는 동쪽 해안의 힐로(Hilo)와 서쪽 해안의 카일루아-코나(Kailua-Kona)라는 두 개의 주요 도시가 있다. 우리의 출발지는 캐나다 빅토리아, 최종 목적지는 서울.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 편은 오아후의 호놀룰루에서만 가능하므로, 경로는 다음 중 하나여야 했다:
빅토리아 → 힐로 → 코나 → 호놀룰루 → 서울
또는 빅토리아 → 코나 → 힐로 → 호놀룰루 → 서울
항공편 검색 결과, 빅토리아에서 힐로로 가는 항공편은 적고, 코나로 가는 항공편이 더 많았으며, 힐로에서 호놀룰루로 가는 항공편도 코나에서보다 많았다. 항공편이 많다는 건 일정 짜기가 수월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뜻이다.
직항이 없는 빅토리아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최종 여정은 이렇게 정해졌다:
빅토리아 → 시애틀 → 코나 (렌터카 이동) → 힐로 → 호놀룰루 → 인천
렌터카는 코나에서 픽업해서 힐로에서 반납하는 일정으로 예약했다.
코나 도착과 첫날 저녁
2024년 7월 14일 오전 6시 30분, 빅토리아에서 출발하여 시애틀을 경유, 하와이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경 카일루아-코나 공항에 도착했다. (빅토리아와 하와이 간 시차는 3시간이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수령하고, 사전에 Airbnb를 통해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20분 정도의 거리였다.
일몰 시간이 가까웠기에 짐만 숙소에 들여놓고 서둘러 해변으로 나갔다. 거센 파도와 함께 펼쳐진 황홀한 석양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해가 진 뒤에는 해변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본 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의 충격적인 현실
숙소로 돌아와 조명을 켜고 자세히 살펴보던 아내는 깜짝 놀랐다. 청결 상태가 너무나 형편없었던 것이다.
침대 시트와 이불은 새것으로 보였지만, 나머지는 엉망이었다. 천장의 선풍기 날개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소파에는 머리카락이 보였으며, 집기류엔 먼지가 겹겹이 앉아 있었다. 바닥 구석에는 죽은 바퀴벌레까지 있었다. (이후 퇴실 전까지 거미와 개미도 몇 마리 보았다.) 몇 달간 청소가 전혀 되지 않은 듯했다.
“어떻게 이런 숙소를 예약했느냐”라고 질책하는 아내에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예약 당시 리뷰들을 꼼꼼히 읽었고, 해변에서 도보 5분이라는 점이 매력이라 판단했지만,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집주인과의 연락
바로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우리는 원래 이틀을 예약했지만, 첫날만 머무르고 나가겠다며 둘째 날 숙박비 환불을 요청했다. 집주인은 “그럴 리 없다. 지금까지 그런 불만을 받은 적 없다”라고 했지만, 사진을 찍어 보내자 태도를 바꿨다. 결국 둘째 날 숙박비는 환불해 주되, 리뷰는 남기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우리는 대충이라도 청소를 하고, 피곤한 몸을 누일 수밖에 없었다.
둘째 날 – 머무를 것인가, 떠날 것인가
다음 날 아침, 다행히 벌레에 물린 자국이나 가려움은 없었다. 다른 숙소를 알아보니 그나마 가능한 곳은 매우 비싼 호텔뿐이었고, 하루 밤을 위해 짐을 싸서 이동하는 것도 바쁜 여행 일정 중에 부담스러웠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그냥 하루 더 머물되 청소비만큼은 환불받기로 했다. 어차피 하루 종일 외출할 예정이었고, 잠만 잘 계획이었다.
집주인도 동의했다.
내가 남긴 리뷰
우리는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Airbnb 숙소를 이용해 봤지만, 이 숙소는 단연 최악이었다. 결국 다음에 올 손님들을 위해 솔직한 리뷰를 남겼다: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머물렀던 모든 에어비앤비 중에서, 여기가 최악이었습니다. 숙소는 사진과 비슷하게 보이긴 했지만, 먼지가 많았습니다. 침대 시트만 교체되어 있었고, 나머지 청소 상태는 끔찍했습니다. 우리는 이틀을 예약했지만 첫날밤을 보낸 후 바로 떠나고 싶었고, 그래서 호스트에게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호스트는 우리가 리뷰를 남기지 않는다면 환불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여행 일정이 바쁘다 보니 다른 숙소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아 그냥 머물기로 했고, 대신 청소비는 받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호스트는 이런 상황은 드문 일이라며 사과했지만, 마지막 청소가 언제였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바퀴벌레, 거미, 개미가 나왔는데 그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먼지가 쌓인 정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예약 전에 리뷰를 꼼꼼히 읽고 많은 긍정적인 평가를 보고 믿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내가 묵은 방만 그런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경험을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집주인의 반응
집주인은 나의 리뷰에 대해 이렇게 반응했다:
“우리는 Geoff의 리뷰에 남겨진 발언들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는 우리가 그의 공간을 청소조차 하지 않았다고 암시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8년간 호스팅을 해오면서 우리가 배운 한 가지는 ‘청결함’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해당 공간을 청소했습니다. 물론, 선풍기 날개 청소는 놓쳤고, 그가 죽은 개미 한 마리를 발견하긴 했습니다 (우리는 열대 지역에 살고 있으며 개미를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근 이 공간에 조각된 마호가니 문, 새로운 타일 샤워기와 샤워 바, 타일로 마감한 간이주방, 그리고 새 페인트칠까지 하며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숙소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리뷰에 매우 당황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위치에 대해서도 실망스럽다고 언급하며 별점 2개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위치에 대한 불만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고, 거의 모든 손님들이 우리의 위치를 칭찬해 왔습니다!
모든 손님에게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지만, 항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의 짧은 소회
나는 위치에 대해 불만을 말한 적이 없었다.
첫 숙소의 불쾌한 경험으로 인해 코나에서의 여행 시작이 불편하게 느껴진 건 참 아쉬운 일이다.
이 일은 다시는 잊고 싶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 “좋은 리뷰가 전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