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공항에서의 황당한 경험

by Geoff Jung

2025년 6월,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국 시애틀 공항에서 한바탕 난리를 겪은 이야기다.


내 일정은 이렇게 짜여 있었다:

빅토리아 → 시애틀 (알래스카 항공): 오전 11:30 출발, 오후 12:25 도착

시애틀 → 인천 (아시아나 항공): 오후 2:15 출발, 다음날 오후 5:55 도착


딸네 집에서 빅토리아 공항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거리이다. 러시아워를 피하려고 새벽같이 출발해서 무려 6:10에 공항에 도착했다. 여유롭게 아침도 먹고 커피까지 한 잔 했다. 모든 게 완벽했다.


그런데... 비행기 출발 4시간 전, 항공기 정보 모니터에 올라온 한 줄에 나는 경악했다.


“Flight delayed to 12:56 due to mechanical problem.”

기계적 결함으로 1시간 26분 지연.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시애틀 도착 예정 1:50. 인천행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는 단 25분이 남는다.


게다가 미국 입국 절차 때문에 수하물 찾아야지, 세관 통과해야지, 다시 짐 부쳐야지...

25분 안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사실상 오늘 인천행 비행기는 물 건너갔다.


일단 아시아나 항공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공항 사무소? 연결 안 됨.

미주 대표 번호? 연결 안 됨.

통화 버튼 누르다가 손가락에 경련 날 뻔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오후 12:56으로 지연됐던 비행기마저 취소되었다.

대신 오후 2시 비행기가 대체 편으로 떴다. 9시가 되자 알래스카 항공 체크인 창구가 열리고, 직원이 말했다: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옵션1: 내일 오전 11:30 비행기로 재예약 + 아시아나 항공편도 내일로 변경

옵션2: 오늘 2시 비행기로 시애틀까지 가고, 거기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시아나 탑승


딸은 이미 집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빅토리아에서 또 하루 머물고 내일 또 공항 오는 것도 귀찮고,

내일도 비행기가 지연되면 또 그 난리일 것 같고...

오늘 일단 시애틀까지만이라도 가기로 결정했다.


알래스카 항공은

시애틀 공항 근처 Best Western 호텔 1박 숙박권

공항 식당 이용 쿠폰 $12을 제공. 물론 $12로 뭘 먹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정책상 어쩔 수 없다"라는 말에 더 할 말이 없었다.


드디어 2시 정각에 빅토리아를 출발하여 오후 2:50에 시애틀 도착 후, 입국 수속에 무료 1시간이 소요되었다. 애초 일정대로 11:30 비행기를 탔더라도 시간이 촉박했을 듯했다.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맥이 풀렸다.

“What a hectic day...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다...)”

얼마 전부터 호텔 식당은 운영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저녁은 뭐 먹지?"

아내와 함께였다면 시내에 나가서 멋진 식당이라도 찾았겠지만,

혼자인 데다 시애틀은 이미 여러 번 와본 도시라서 전화로 피자 시켜 먹고, 그냥 잤다.


다음 날,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하여, 아시아나 항공 체크인 창구에 알래스카 항공에서 받은 예약 확인서를 내밀었더니...


“고객님 예약이 없으신데요?”

“네???”


매니저를 호출했다.

잠시 후 확인서를 들고 안으로 들어간 매니저는 20분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이건 탑승권이 아니라서 발권이 안 됩니다.

알래스카 항공 창구에서 해결하셔야 해요.”


한숨 푹.

내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시스템상 어쩔 수 없단다.

“그래, 싸우는 데 시간 쓰지 말고 해결하자.”

알래스카 항공 창구는 공항 반대편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거기 도착했더니... 세상에!

Customer Service 창구에만 50명이 넘게 줄 서 있었다.

체면 불고하고 대기줄 정리하는 직원에게 간청했더니:


“모두 비슷한 상황입니다. 줄 서셔야 해요.

최소 1시간은 걸릴 겁니다.”


눈앞이 까매졌다.

오늘 비행기 또 놓치면 호텔비는 누가 내고, 내 일정은 또 어쩌고...


결국 마음을 졸이며 1시간 대기 끝에 내 차례가 되었다.

담당 직원은 젊고 스마트해 보이는 백인 남성이었는데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수정하는 듯했다.


상사에게 전화 걸고 한참 통화 끝에 말했다:


“시스템에 이제 인천행 일정이 뜨네요.

그런데 여기서 체크인은 안 되고, 다시 아시아나 항공 창구로 가셔야 해요.”


'오케이 오케이! You made my day!'

다시 공항 반대편으로 전력 질주하여 거의 체크인 마감 직전에 간신히 탑승 수속을 마쳤다.


뛰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비행기 만석이면 어쩌지?

비즈니스석이라도 줄려나?”


...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자신들의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 오늘의 교훈


“공항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시간은 넘치게 준비하자.”


참고로, 체크인 창구에서 어떤 승객은 여권 이름 스펠링과 예약 이름이 달라서 발권 거부당하여, 여행사에 국제전화 돌리며 진땀을 빼고 있었다.


내가 알래스카 항공 창구에 갔다 오고 나서야 그 승객도 간신히 체크인을 완료했다.

그 승객은 결국 인천 수하물 찾는 곳에서 다시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