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2 직장맘의 어떤 날 마음 이야기
주위의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살기.
내 마음과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어떤 것에도 휩쓸리지 않고 단단하게 살기.
내 안의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들어 매기.
둘째와 매우 친하게 지내는 친구 두 명이 있다. 1학년때부터 같은 반이고 엄마들끼리도 성향이 잘 맞아서 친하게 잘 지내는 사이이다. 매주 목요일 인라인 강습도 함께 받고 주말엔 가끔 도서관이나 키즈카페 등을 함께 가기도 한다.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고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있을 때 소소한 마음을 표현하며 돈독히 지내는 관계이다. 아이들 셋은 너무도 친해 세 명의 애칭을 따로 정해놓고 부를 정도이고 엄마들 또한 늘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이며 나에겐 그들이 진심으로 감사한 존재들이다.
그중 한 명은 엄마가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성격이 워낙 좋아서 아파트 단지 내에 두루두루 많이 교류를 하고 아이도 성격이 순하고 착하여 여기저기 잘 어울리는 아이이다. 그래서 꼭 우리와의 모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친구 모임과 엄마들 모임에 소속이 되는 친구다.
나머지 한 명은 여자아이지만 성격이 밝고 털털하여 남자아이들과도 재밌게 잘 지내는 아이고 엄마도 워낙 교양 있고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엄마이다. 늘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엄마라 주위의 평판도 좋다. 역시 지금 아파트에 오래 살아온 터라 아는 사람도 나보다는 많아 적당한 교류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아이가 1학년때는 친구 관계나 엄마들 관계가 참 어려웠다. 다들 잘 모르는 사이인데 처음이니까 같은 학교라서, 같은 아파트라서 친하게 지내고 서로가 어떤 아이인지 살펴보고 내 아이랑 잘 맞는지 아닌지 등등 서로에 대한 궁금증으로 조심하면서 지내온 일 년이었다. 나름 조심한다고 해도 안 맞는 사람과의 관계는 멀어지고 대부분 어디까지가 맞는 관계일까 어느 선까지 친하게 지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지내왔다.
2학년이 되면서 운 좋게 지금 아이들과 더 돈독해져서 감사하게도 일 년간 정말 재밌게 잘 지내왔다.
하지만 아이가 1학년일 때와 2학년일 때의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내가 육아휴직으로 쉬었던 1학년때와 다르게 2학년때는 복직을 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물리적 거리로나 내가 멀어진 점이다.
아침에 아이 등교시키고 오며 가며 만나는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커피 한 잔을 하고 그러다 주도적인 엄마가 있으면 점심 약속도 하고, 어쩌다 술 약속까지 하게 되는데 그런 자연스러운 모임에 나는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친하게 지내던 엄마들도 우연히 함께한 다른 엄마들과 커피를 마시다가 점심을 먹게 되고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약속을 자연스럽게 잡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이번 주말에 네 팀의 모임이 생겼다. 내가 다 알고 지내는 엄마들인데, 지난달 함께 점심을 먹고 우연히 아이들 연극 공연을 같이 보러 가자는 말이 나왔고 추진력이 뛰어난 한 엄마의 빠른 예약과 결제로 순식간에 잡혀버린 약속. 그게 이번 주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한 달 가까이하지 못하고 뒤늦게 조심스레 꺼낸 다른 엄마가 미안해하며 이야기를 했다. 일부러 자기들끼리만 가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면서 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우리 둘째가 모르면 괜찮고 그 연극도 둘째 성향은 아닌 거 같다고 가서 재미있게 보고 오라고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내가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에 네 팀의 모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내가 거기에 끼어들기엔 나도 편하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서 나에게 가자고 했으면 오히려 거절하고 싶은데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그들이 가는 것까지는 괜찮다. 괜찮았는데...
아침에 자고 있는 아이 얼굴을 보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성격이 더 좋았더라면 여러 엄마들하고도 더 편하게 잘 지냈을 텐데 하는 미안함.
엄마가 직장을 안 다니고 집에 있는 엄마였다면 그래도 내 아이가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기회나 모임이 더 많았을 거라는 미안함.
우리가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이래저래 아이에게 더 풍족한 기회를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미안함.
그냥 주위 다른 엄마들처럼 내 아이를 돌보고 싶은데 돌보지 못하는 것 자체에 대한 미안함.
워낙 친구들과 놀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그걸 따라주지 못하는 미안함...
끝도 없이 미안한 마음이 마음속 깊숙이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물론 큰 아이를 고3까지 키운 내가 이런 것쯤 그리 중요하지 않고, 저렇게 못 논다고 아이가 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없는 것도 아니며 좀 더 크면 엄마가 만들어주는 친구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등등 머리로나 경험으로나 다 알고는 있다.
하지만 한 번 마음 깊숙이까지 주욱 내려가버린 내 미안한 마음은 출근하고 나서도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웬만한 다른 일에는 별로 큰 감정의 동요가 없는 편인데, 유독 아이와 관련된 일에는 내 마음이 널뛰기가 된다. 눈앞에 당장 해결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맞닥뜨린 어린아이처럼 안절부절못한다.
아직도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못하다니...
그래!
우리도 재미있는 뭔가를 하자! 어디로 놀러 가면 좋을까?
생각했는데...
큰 아이 수시 논술 입시가 있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다 같이 나갔다.
대학 탐방...
날씨도 많이 춥지 않고 오랜만에 바람을 쐬니 가족 나들이가 되었다.
아직 남은 가을이 참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