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아 할아버지 May 08. 2023

<로아의 무릎서재> 첫 번째 이야기

<샬롯의 거미줄> (1)

로아야,


우리 로아에게 들려줄 첫 번째 이야기는 <샬롯의 거미줄>이야. 이 스토리를 쓴 사람은 미국의  화이트라는 유명한 수필가인데, 오래전에 할아버지는 이분이 쓴 <뉴욕이 이런 곳입니다>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단다. 어린이 동화인 <샬롯의 거미줄>은 이 분에게 손주가 생긴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해. 그러면, 화이트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되겠구나. 그래서 그런지, 이 할아버지가 로아의 성장을 소재로 글을 쓰면서 화이트 할아버지가 가끔씩 생각나기도 했고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단다. 이 할아버지도 지금까지 써온 것과는 전혀 다른 글을 쓰기 때문이지. 이 할아버지 마음과 같다면, 화이트할아버지도 평소의 어른을 위한 어려운 글쓰기보다 어린이 스토리를 쓰면서 더 즐거웠을 것 같아. 


<샬롯의 거미줄>이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지? 자, 무릎에 앉힌 로아에게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야.      

어느 작은 마을에 아기돼지가 태어났단다. 그런데 이 아기돼지는 너무 작고 약했어. 그래서 훤이라는 여자아이가 자기 방에 데려다 우유도 먹이고 쓰다듬어 주면서 정성껏 돌봐주었지. 이름도 윌버라고 지어주었어. 그 덕분에 윌버는 튼튼한 돼지로 자랐단다. 로아처럼 호기심도 많고 활기도 넘쳤단다. 그런데 윌버가 훤보다 몸집이 더 커져서 훤이 돌볼 수 없게 되었고, 이웃 농장으로 보내지게 되었어.      
새로운 농장에서 윌버는 외톨이가 되어 외롭고 슬펐어. 그 모습을 보고 샬롯이라는 거미가 친구가 되어준단다. 샬롯 덕분에 윌버는 다시 활기를 찾고 행복해졌어. 시간이 흐르고 윌버는 몸집이 더욱 커지면서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단다. 돼지는 몸집이 커지면 죽어야 하기 때문이야. 사람이 먹는 식량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지. 이번에도 샬롯이 도움을 준단다. 샬롯은 거미줄에 윌버를 칭찬하는 글자들을 새겨 넣게 되고, 이로 인해 윌버는 유명해진단다. 윌버도 자신을 칭찬하는 글에 용기를 얻어 재능을 발견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되고. 그래서 윌버는 농장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되었대.     


로아야, 어때, 이 스토리 재미있지? 로아가 <샬롯의 거미줄> 책을 스스로 읽으려면 한참 커야 할 것이고, 그때까지 할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로아 성장에 맞춰 스토리로 계속 들려주려고 해. 할아버지가 이 스토리를 무릎서재 첫 번째 이야기로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단다. 할아버지가 꼭 전해주고 싶은 내용이 잘 들어있기 때문이야. 그중 3가지만 얘기해 줄 건데, 두 번에 걸쳐서 해야 할 것 같구나. 너무 길어지면 로아가 지루해할 테니까.


첫 번째는 공감이야. 공감이라는 건 상대의 힘들고 슬픈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고, 격려해 주고, 친구관계를 맺는 것을 말해. 샬롯이 윌버에게 대해주는 것이 공감이야.


“왜,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예요? 저는 아주머니를 위해 아무것도 해드린 것이 없어요.” 윌버의 말에 샬롯은 이렇게 대답하지.      
“우린 친구로 지냈잖아.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건데.”     


샬롯은 친절하고 현명한 거미란다. 윌버가 새로 농장으로 들어오고 아무도 외로운 윌버를 상대해주지 않을 때 샬롯은 친구가 되어주었지? 성장한 윌버가 자신감도 없고 팔려 갈까 봐 두려워할 때 윌버를 밤새 멋진 단어들을 거미줄에 새기지? 샬롯은 친구가 외롭거나 어려움에 부닥칠 때, 친구라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을 나누고 힘이 들어도 기꺼이 도움을 준단다. 이것이 바로 공감이란다. 공감은 꼭 실제로 도움을 주는데서 오는 것만은 아니야. 옆에 함께 있으면서 마음을 나누는 것 역시도 공감이야. 윌버는 샬롯에게 실제로 도움을 준 일은 없지만, 샬롯의 말대로, 친구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좋은 것이기 때문이지.

로아야, 공감이 왜 중요할까? 공감으로 위로받고 용기를 얻게 되면 누구나 변하기 때문이야. 용기를 얻은 윌버는 돼지라는 열등감을 극복하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래서 자신의 재능까지도 발견하게 되지. 그 재능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거두고 모두의 주목과 칭찬을 받게 되고. 샬롯의 공감으로 이렇게 변화한 윌버는 이제는 남한테도 공감 전하고 도움을 준단다. 샬롯이 죽으면서 남긴 알집을 윌버는 정성껏 돌보고 새끼거미들이 태어나자 친구가 되어주는 것처럼 말이야.


로아야, 생긴 모습도 다르고 몸집도 다른 거미와 돼지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공감을 느끼고 전해주는 일은 생긴 모습과는 상관이 없단다. 거미와 돼지가 친구가 되어 서로 돕는 것처럼, 친구관계나 공감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나 동물과도 맺어지고 일어날 수 있는 거야. 윌버가 태어났을 때, 너무 약해서 내다 버리려는 아빠를 졸라 여자아이 훤이 자기 방에 데려다 정성껏 우유도 먹이고 이야기도 해주고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듯이 말이야. 로아도 아파트 공원에 나가면 사람들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것을 보게 되지? 사람과 강아지 사이에 공감이 일어나서 아기처럼 느끼고 대하는 것이야.


그런데 동물도 공감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실제로 가능하단다. 코코란 이름의 고릴라 이야기야. 코코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으로부터 언어를 배웠단다. 사람처럼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코코는 수천 개의 단어를 이해하고 손짓과 표정을 이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해. 공감을 느끼면 표현까지도 표현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소년이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코코는 “슬프다,” “울다,” “힘들다,” “엄마”와 같은 단어를 표현했다고 해. 놀랍지?


동물들이 느끼는 감정에서 슬픔이나 공포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동물들은 기쁘거나 즐거운 감정도 느낄 수 있고, 즐거움은 전염성이 있다고 한다. 그 전염성은 동물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한테도 전염되는 것 같구나. 엊그제 로아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한 것 같구나. 아빠한테 들었단다. 로아가 퇴근한 엄마하고 아파트 공원에 나가서 강아지를 만났지? 로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애완동물을 만져본 적이 없었는데, 그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 쓰다듬어 주고 싶었나 봐.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신 아주머니가 안전하게 품에 안은 후에 로아가 조심스럽게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었지? 강아지도 귀여운 로아가 쓰다듬어 주니 기분이 좋았겠지. 할아버지가 보진 못했지만, 꼬리를 흔들고 낑낑거리며 인사를 했을 것 같아. 동물들은 자기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말해주니까.


그 강아지의 행복한 마음이 로아에게 전달된 것이 틀림없어. 할아버지가 어떻게 아느냐고? 로아가 강아지를 만져주면서 아주머니에게 로아 특유의 찡긋 표정, 그것도 아주 찐하게 지어주었다면서? 그 바람에 그 아주머니와 엄마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셨다지. 터치당하는 강아지와 터치하는 로아, 둘 다 놀라지 않고 안전하게 터치가 이뤄지도록 해주시는 아주머니, 옆에서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미소 짓는 엄마, 모두 모두 행복해지셨지. 즐거움이 전염된 거야.

로아가 강아지 만났을 때처럼, 공감은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란다. 우연히 만나서 마음 나누는 것도 일종의 공감인 것이지. 공감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처럼. 일상생활에서 모르는 사람이나 동물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어려운 친구를 돕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나누는 일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친절하게 대하는 태도로, 사회를 밝게 만든단다. 할아버지는 이런 일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단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공감 행동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야. 할아버지가 로아를 안고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주민을 만나면 인사를 먼저 건네는 것도, 로아가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기도 해.


로아가 커가면서 공감하는 일이 많아지고 로아가 공감을 먼저 건네주는 어린이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 할아버지의 바람이야. 앞으로 친구들도 많아질 것이고,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일도 자주 일어날 것이고, 뿐만 아니라, 로아와는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사람들과도 만나는 일도 일어날 것이야. 생각이나 모습, 말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마음이 다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지.


동물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아파트 공원에서 쓰다듬어주었던 강아지나 동물원의 코코처럼, 동물이라고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없겠지? 특히, 자연이 많이 아파하는 시대를 살아갈 로아에게는 자연에 대해서도 공감을 느끼고 존중으로 대하는 일이 중요하단다. 할아버지도 로아와 함께 지내는 시간에는 로아가 동식물과 자주 만나도록 해줄 생각이야. 물론 샬롯과 같은 거미와 윌버와 같은 돼지도 보게 될 것이야.


그런데, 로아야,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단다. 거미를 만나게 되면, 윌버에게 친절하고 윌버를 위해 열심히 거미집 짓는 일을 하다 지쳐가는 샬롯 생각이 나겠지? 힘을 내라고 거미에게 초콜릿을 주고 싶어질 것이고? 그래도 초콜릿은 안 된단다. 거미가 초콜릿을 먹으면 집을 지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야. 초콜릿 안에 든 카페인이란 것 때문에 거미는 힘도 없어지고 줄 짜는 솜씨도 잊어버린다고 해.       

작가의 이전글 <로아의 무릎서재>를 시작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