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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 할아버지 Apr 29. 2023

<로아의 무릎서재>를 시작하며

“무릎서재?” 로아야, 좀 생소하지?     


로아에게 부치는 편지 이름이란다. 지금까지 이 할아버지의 “로아 육아일기”는 로아가 태어나서부터 첫 돌까지 성장하는 모습의 기록이었지. 첫 돌을 지나면서 로아는 몸과 마음이 부쩍 크고 있고, 할아버지와 ‘대화’가 가능해지는구나. 그래서 이제는 로아에게 직접 말을 걸려고 해. 짧게는 로아를 무릎에 앉혀두고 말로, 길게는 로아가 성장하면서 읽어보도록 글로 소통하기 위함이야. 로아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말 걸기 소재는 무엇일까 생각해 오면서 떠올려진 것이 ‘무릎교육’이야. ‘무릎교육’이 내용이라면, ‘무릎서재’는 형식이겠구나.   

   

‘무릎교육’은 어른들에게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란다. 엄마아빠가 로아를 무릎에 앉혀두고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무릎교육이란다. 로아아빠도 어려서 할머니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책을 보고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단다. 옛날부터 무릎교육은 엄마아빠보다는 할머니나, 특히 할아버지의 몫이었지. 인성교육을 위해서였지. 그런데, 할머니할아버지들과 엄마아빠들이 따로 떨어져 살게 되면서, 집에서 할머니할아버지의 무릎교육은 많이 없어졌단다.     


이제는 유치원에서 ‘무릎교육’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더구나. 일전에 기사에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소식이 실렸더구나. 할머니들이 교육을 받고 유치원을 방문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으로 유치원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해. 미국 유치원 아이들도 그런가 봐. 로아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할아버지가 안식년을 보냈던 미국 대학에 부설유치원이 있었어. 어린이 음악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던 로아 할머니가 그 유치원에서 늦깎이 인턴십을 하면서 인상 깊었다며 자주 들려주던 얘기가 ‘이야기할머니’들이야. 이 할머니들은 교대로 매일매일 유치원에 와서 아이들을 무릎에 올려두고 책을 읽어주었다고 해. 


아직 로아에게는 낯설겠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도 스토리텔링은 로아와 같은 어린아이들에게 여전히 흥밋거리고, 스토리텔링을 통한 ‘무릎교육’이 어린이 인성 발달에 여전히, 아니 이전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앞으로 로아는 인공지능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고, 로아의 마음과 생각 역시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 같구나. 엄마아빠나 할머니할아버지가 해오던 역할이 점점 더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과학기술이 대신할 것이야. 사람들이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하던 소통도 더욱더 기계장치를 통해 하게 될 거야. 로아가 할머니할아버지하고 스마트폰으로 영상 통화하듯이 말이야.      


그런데, 로아가 좋아하는 할머니할아버지와 영상통화에서 쉽게 싫증을 내고 ‘딴짓’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계와의 소통에는 직접 대면보다는 정서적 교감이 쉽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엄마가 매일같이 병원에 출근하고 아빠가 먼 뉴욕에 출장 가는 이유이기도 하지. 정서적 교감이란 부분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수 없으니까. 로아가 영상통화보다는 할아버지 품에 안겨 얼굴을 맞대는 것을 더 좋아하고, 할아버지의 표정을 살피며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옹알이 수다쟁이가 되는 것은 정서적 교감이 이뤄지기 때문이란다.


로아가 성장하면서 기계문명으로 인해 이러한 정서적 교감 능력을 잃지 않고 오히려 꾸준히 길렀으면 하는 것이 할아버지 바람이야. 더 나아가서는, 정서적 교감능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정서적인 필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공감 능력을 키우기를 바란단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더더욱 필요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이란 분이 미래는 ‘공감의 시대’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술이 지배하게 될 미래에도 공감은 인류의 역사를 주도할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고 하는구나.


‘무릎서재’에 대한 생각은 기술문명 속에서 ‘공감의 시대’를 실천하기 위한 무릎교육을 가정에서 다시 이어갈 수는 없을까 하는 할아버지의 고민에서 나온 것이란다. 교육은 할아버지가 평생동안 해오던 일이기도 하고. 물론 대학생보다는 로아와 같은 어린아이들의 교육이 할아버지에게는 더욱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교육’이 아닌 ‘서재’라고 한 이유는 로아를 위한 인성교육이 긴 호흡으로 그리고 책을 통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야. 할아버지 서재에는 그간 할아버지를 키워낸 소중한 책들이 자리 잡고 있듯이, 로아의 서가에도 시대를 초월하여 어린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제공해 온 어린이고전문학으로 하나둘씩 채워 넣으려고 한단다. 그 책들이 로아가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로아의 인성 성장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야. 로아가 궁금해할 것 같구나. 왜 로아의 무릎서재에는 어린이고전문학으로 채워지는지?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어린이고전문학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로아와 같은 아이들에게 스토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을 키우는데 도움을 줘온 검증된 책이기 때문이란다.      


로아의 서가에 꽂힐 책에는 어린이외국작품도 많을 것 같구나. 로아가 글로벌 마인드를 기르는데 도움이 되길 원하기 때문이야. 영문학과 영미문화는 할아버지가 평생 공부해 왔고 가르쳐왔던 분야로 어린이고전문학도 외국인들의 생각과 문화가 잘 드러나 있어서, 이들 어린이 스토리북을 통해 스토리 속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그들의 사회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단다. 로아가 살아갈 세계에서는 지금보다도 더욱 건강한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할 것이고, 그 출발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란다.      

 


   

로아야, 

할아버지가 하는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혼란스럽지? 요즈음 로아가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모야 모야?”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구나. 당연히 그렇겠지. 로아의 무릎서재는 지금의 로아보다는 성장할 미래의 로아에게 전해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란다. 로아서가에 채워질 책들도 일부는 로아가 10대에나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단다. 할아버지가 로아 성장에 맞게 재구성해 줄 것이니까. 깊이 있는 작품분석이나 시대와 사회, 문화 읽기가 아닌, 스토리와 연관하여 할아버지의 삶의 경험에 근거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려고 한단다.     


오늘로 로아가 정확히 생후 13개월이 되는 날, 로아의 육아일기도 ‘로아의 무릎서재’로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하는구나. 할아버지가 직장 복귀를 한 지금도 최소한 격주로 만나 로아를 무릎에 올려두고 책을 읽어주거나 스토리 타임을 갖는 것처럼, 무릎서재 책도 로아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로아의 인지능력에 맞춰 간단한 스토리로 들려줄 생각이란다. 얼마나 기억에 남을지 모르지만, 로아가 책을 스스로 읽을 때가 되면, 할아버지 무릎에서 들은 스토리가 ‘어쩐지’ 익숙하지 않을까 기대해 보면서.  


‘무릎서재’를 로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기록해두려고 하는 이유는 이렇단다. 로아가 성장하면서 할아버지와 직접 만나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할아버지도 언젠가는 로아 곁을 떠날 날도 올 것이기 때문이지. ‘무릎서재’ 편지로 남겨 그 빈자리를 메꾸려고 한단다. 로아가 성장하면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책과 편지를 성장의 눈높이에 맞춰 스스로 읽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로아야. 그동안 브런치 스토리에 올린 할아버지의 생각과 글을 통해 로아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주신 분들이 계시단다. ‘무릎서재’로 이분들과 공유가 지속되어 로아만이 아닌 로아와 같은 어린아이들의 정서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할아버지에겐 글 쓰는 것이 더욱 보람 있고 소중한 일이 될 것 같구나. 그래서 글쓰기란 무겁고도 설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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