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n 클래식] 생상스 - 동물의 사육제

by 로아 할아버지

다소 의외였단다.


로아가 동화책에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보기 어려운 커다란 동물들을 보면 큰 관심을 보일 줄 기대했는데...


지난 어린이날, 로아는 엄마아빠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동물원에 갔었지. 책에서만 보아온 동물들을 실제로 만나고 경험해 보면 로아가 좋아할 것 같아서였단다. 실제로 로아는 작은 동물들에게 관심을 보였고 재미있어했지. 방문하기 전부터 보고 싶다고 했던 뉴기니아 피그와 귀여운 아기 토끼들과 노란 병아리들, 통돌이 안의 다람쥐, 거북이들을 보면서.


특히, 아주 많은 잉꼬들이 모여 있는 커다란 새장에 들어가서는 신기해하고 신나 했지. 먹이를 올려둔 손을 펼치면 곧바로 잉꼬들이 손과 팔에 올라와 앉곤 했으니까. 처음에는 무서워하며 아빠 품에 안겨 바라만 보다가 나중에는 로아도 용기를 내어 직접 팔을 뻗자 잉꼬들이 팔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했지.


로아가 관심을 보이고 재미있어했던 작고 귀여운 동물과는 달리, 야외 철장 안에 있는 커다란 동물들한테는 다가가려고 하지도 않더구나. 로아가 동화책에서 자주 만나는 호랑이와 곰, 사자 우리 가까이 데려갔지만, 로아는 선뜻 다가가지 못했지. 어른 품에 안긴 채로 이 동물들을 보긴 했어도, 무섭다면서 오래 머물려고 하지 않았어.


다소 의외였단다.


로아가 큰 동물들에게 더 관심을 보일 줄 기대했었거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로아 말대로 무서웠겠단 생각이 드는구나. 동화책에서 이들 맹수는 대개는 귀엽고 다른 동물이나 어린이들의 친구로 등장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들 맹수의 실제 모습은 위협적이고 공포까지 느끼게 하거든. 사실, 할아버지도 무섭거든. 로아와 같은 어린이들은 더하겠지. 그러고 보니, 이 ‘의외’의 결과는 할아버지의 잘못된 기대였고, 로아에게는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네.


동물들의 생태적 특성을 사실대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해. 야생의 동물들은 어린이의 친구로 지낼 수 없거든. 로아 아빠가 미국에서 지내던 어린 시절에 국립공원을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냇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엄마곰과 아기 곰이 나타난 적이 있어. 아빠는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아기 곰 쪽으로 다가가려고 해서 깜짝 놀라 아빠를 데리고 얼른 그곳에서 벗어났거든. 아마도 책에서 즐겨 읽었던 귀여운 ‘곰돌이 푸’가 떠올랐던 것은 아닌지 싶어.


동물들이 우리에 갇혀 지내는 것도 동물의 생태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해. 동물들은 자연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것이 본래의 모습이니까.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혀 지내는 동물들의 모습을 선뜻 로아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럼에도, 로아와 같은 어린이들은 동화나 만화영화에서처럼 동물들과의 유대감을 갖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생각이야. 어려서 형성된 동물이나 자연과 깊은 유대감은 어른이 되어서도 동물과 자연에 대한 존중과 생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니까.


그래서 생각해 본단다. 로아가 동물원에서 무서워했던 동물들과 스토리를 통해 친구가 되어 본다면, 혹시 두려움도 줄어들고 동물과의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동물원에서 로아가 특히 무서워했던 사자는 어떨까? 동물원에서 나란히 앉아 먼 곳을 응시하던 암수 한 쌍의 사자는 몸집도 아주 크고 당당하며 위엄 있는 모습이 위협적이었지. 동화책을 통해 로아는 사자를 많이 만나왔지만, 로아가 사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스토리는 더욱 특별하지 않을까?



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동물원에서 로아의 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한테 바로 떠올랐던 제목이구나. <동물의 사육제>는 그 자체로 스토리는 아니고 프랑스의 카미유 생상스라는 작곡가가 만든 음악이야. 두 대의 피아노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들로 여러 동물들의 움직임과 특성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일종의 음악스토리라고나 할까. 그 음악적 표현 방식이 매우 유머러스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니 로아와 같은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동물들의 모습과 울음소리, 행동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거야.


이 곡은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없고 여러 동물들의 움직임과 특성을 개별적으로 표현한 음악이긴 하지만,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한다면 하나의 연결된 스토리로 만드는데 어렵지 않을 거야. 이 곡에는 사자를 비롯한 육상 동물들과 뻐꾸기와 백조, 여러 새들, 바닷속 물고기들이 등장해. 로아가 동물원에서 보았던 동물들도 등장하니 로아가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데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단다.


‘동물의 사육제: 환상 속 모험’, 스토리의 제목으로 어떨까?


어느 날 아침, 로아는 호기심에 이끌려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전날 읽었던 책 때문이었어요. 숲 속에서 동물들이 춤을 추고 노래하고 공연하는 숲 속 동물마을의 사육제 내용이었어요. 숲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두 대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로아는 이 흥겹고 경쾌한 피아노의 멜로디에 맞춰 숲 안으로 난 길을 따라 깡충깡충 들어갑니다.


얼마 안 있어 숲 속 동물 마을이 나타났고, 마침 동물들은 막 사육제를 시작하려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때 바로 나무 뒤에서 더블베이스와 첼로의 묵직한 으르렁 소리가 들렸고, 깜짝 놀란 로아는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안녕, 예쁜 꼬마 아가씨!’


사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로아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바로 동물원에서 보았던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모습의 사자였습니다. 사자는 로아에게 사육제를 안내해 주겠다면서 피아노와 여러 악기들이 내는 당당한 행진곡에 맞춰 로아를 데리고 위엄 있게 숲 속 무대에 오릅니다. 그리곤 숲 속 마을 동물들에게 우렁찬 소리로 말합니다.


‘나 사자는 숲 속 동물의 왕으로서 동물의 사육제에 참여한 여러분을 환영한다.

자, 숲 속 마을 동물 사육제의 시작을 알리노라.

여러분의 각자의 장소에서 장기를 마음껏 뽐내도록 하라!’


사자의 명령에 동물들은 각자의 장소로 돌아가 사육제 공연을 준비합니다. 사자가 로아를 데리고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암탉과 수탉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닭들은 땅바닥에서 쉼 없이 재빠른 동작으로 먹이를 부리로 쪼고 있습니다. 클라리넷과 현악기 및 2대의 피아노의 높은음이 번갈아가며 각각 암탉과 수탉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꼬꼬댁’ 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움직여 먹이를 쪼고 간간히 양 날개를 활짝 펼치는 날개짓, 힘이 센 수탉이 암탉을 쫓는 모습을 악기들이 소리로 들려줍니다.


‘저 닭들은 먹이를 쪼아 먹으면서도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구나.

로아를 보면, 너에게도 쉬지 않고 말을 걸 거야.’


사자의 말에 로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괜찮아요. 저도 재잘거리기 좋아하니까요.’


로아의 대답에 사자는 미소를 짓습니다. 바로 그때, 사자와 로아 주위로 한 쌍의 동물이 빠른 두 대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날뛰듯 잽싸게 원을 돌며 지나갑니다.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로아는 무슨 동물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지경입니다.


‘너희 천방지축 당나귀 녀석들!

숲에서는 좀 차분하게 걷지 못할까.’


하지만 사자의 명령에도 당나귀들은 못 들은체하며 여전히 날뛰며 마구 달립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저러다 제풀에 지쳐 조용해질 거야.’


저렇게 날뛰다 나무나 바위에 부딪혀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로아에게 사자는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대답하곤 다음 장소로 안내합니다. 곧이어 숲 속에 난 작은 공터가 나타납니다. 나이 든 거북이가 로아가 있는 방향으로 엉금엉금 기어 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피아노의 낮은 왈츠 리듬에 맞춰 느릿느릿 하지만 끈기 있게 다가옵니다.


‘안녕, 어린 아가씨!

삶은 경주가 아니란다. 천천히 하지만 끈기 있게 한발 한발 옮겨 놓다 보면 어느새 결승선에 도착하게 된단다. 이 점을 잊지 않도록 해’


로아는 동화책에서 읽었던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떠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바로 그때 땅이 흔들릴 정도의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더블베이스의 낮고 육중한 소리에 맞춰 왈츠 리듬을 타고 덩치 큰 코끼리가 뒤뚱거리며 나타납니다.


‘내 몸은 크지만 나도 멋지게 왈츠를 출 수 있어. 껄껄껄’


로아는 코끼리의 우스꽝스러운 왈츠 추는 모습에 깔깔거리고 웃으며 박수를 보냅니다.


코끼리가 왈츠를 마치자, 이번에는 ‘보잉, 보잉!’ 소리를 내며 두 마리의 캥거루가 두 대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껑충껑충 뛰며 나타납니다. 느릿느릿 거북이와 뒤뚱뒤뚱 코끼리에게 보란 듯, 이들 캥거루는 긴 뒷다리를 이용해 연신 공중으로 날렵하게 뛰어오릅니다.


‘꼬마 아가씨, 너도 해 , 아주 재미있어!’


로아가 키즈 카페에 있는 트램펄린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입니다. 로아도 캥거루와 보조를 맞춰 연신 공중 점프하며 신나합니다.


‘로아야, 우리 다음 장소로 이동할까?’


뜀뛰기 놀이에 열중한 로아에게 사자가 다가와 말을 겁니다. 땀을 흠뻑 흘리며 계속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로아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는지, 사자가 안내한 곳은 숲 속 조용한 연못이었습니다. 피아노가 내는 잔잔하고 매혹적인 펼침화음에 맞춰 햇빛에 반짝이는 연못 수면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수면아래에서는 실로폰과 플루트, 현악기 소리에 맞춰 장난기 많은 작은 물고기들이 파닥거리며 우아하게 물결을 따라 쏜살같이 헤엄치며 이동합니다.


햇빛이 잘 드는 숲 속 연못의 윤슬과 우아한 물고기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몽환적인 멜로디를 들으면서 로아는 마치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이어 두 대의 여린 피아노 소리가 고요한 숲 속의 모습을 표현해 줍니다. 피아노 소리를 배경으로 클라리넷의 ‘뻐꾹, 뻐꾹’ 소리가 반복해서 숲 속에 울려 퍼집니다. 로아는 눈을 들어 소리 나는 곳을 바라봅니다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 저건 뻐꾸기가 내는 소리란다.

뻐꾸기는 수줍어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


사자의 말에 로아는 뻐꾸기의 생긴 모습이 더욱 궁금해졌지만, 이제는 소리로라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뻐꾸기 소리가 그치자 갑자기 숲 속이 소란해졌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무리의 새들이 재잘거리며 나무에서 나무로 재빠르게 연신 날아다닙니다. 플루트와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새들의 움직임만큼이나 빠르게 소리를 냅니다. 로아는 동물원의 커다란 새장 안에 들어섰을 때 작고 귀여운 잉꼬 무리가 로아 주위로 경쾌하게 재잘거리며 날아다닌 장면이 떠올라 새들이 더 정겹게 여겨집니다.


이들 새가 나타났던 것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떠나자, 숲은 다시 조용해집니다. 이 고요함 속에 아름답고 우아한 첼로 선율이 호수 쪽에서 흐르기 시작합니다. 눈을 돌려보니 호수 위에 백조 한 마리가 우아하게 물살을 가르고 있습니다. 우아한 발레리나가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참 아름답지?’


사자의 말을 들으며 로아도 언젠가는 발레를 배워 백조처럼 아름답게 움직임을 표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아는 홀린 듯 백조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첼로의 우아한 리듬에 맞춰 하얀 멋진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발레를 추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백조의 호수>에 등장하는 주인공 발레리나처럼요.



‘자, 동물 여러분, 모두 무대로 올라와 주세요. 이제 숲속마을 동물 사육제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자의 우렁찬 선언에 지금까지 나왔던 동물들이 모두 무대로 등장합니다. 피콜로를 위시하여 여러 악기 소리에 맞춰 각 동물들은 차례대로 자신들의 주제 테마를 짧게 반복합니다. 로아도 자신이 동물 사육제의 일원이 된 것처럼, 멜로디를 따라 박수치고 몸을 흔들며 신이 났습니다.


이제 사육제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사자는 로아를 꼭 안아주고는 로아가 들어왔던 숲길 입구까지 바래다줍니다. 로아는 자신을 친절하게 안내해 준 사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합니다.



다음번, 로아가 동물원에 방문한다면, 사자 우리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사자를 보면 처음과는 다른 느낌이 들까? 사자에게 이 ‘동물 사육제’ 스토리를 들려주려는 것은 아닐까?


할아버지의 이 기대도 ‘완전 의외’로 판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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