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n 클래식] 프란츠 리스트

<새들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체스코>

by 로아 할아버지

"쉿, 할아버지, 조용 ~ 백조가 날아가요!"

"응, 백조? 백조가 어디 있어?"


로아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할아버지는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논 한가운데에 백로가 한 마리 서있었다. 하얀 털의 덩치 큰 새는 로아에겐 모두가 다 백조였다. 스토리북을 통해 자주 접했던 새가 백조였기 때문이다. 로아는 곧이어 ‘백조’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백조야, 혼자서 뭐 해? 친구들은 어디 있어? 심심하지 않아?"

로아에겐 ‘진지한’ 말 건네기였다. 마치 그 ‘백조’가 대답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처럼.



요즈음 로아는 동물들에게 관심이 많고 자주 말을 건네더구나. 할아버지 집 처마에 둥지를 짓고 알을 품고 있는 어미 제비에게 알의 안부를 묻고, 아기제비가 언제 태어날지 궁금해했지. 할아버지와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면서 로아가 가장 관심을 갖는 곳도 어미소와 아기소가 사는 우리였어. 로아는 할아버지 손을 이끌고 아침저녁으로 소 우리에 찾아갔지. 어미소와 아기소를 신기한 듯 한참 바라보다가 엄마소의 ‘음머~’ 소리에 로아는 아기소가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아기소의 행동을 보고는 로아 나름대로 해석하기 일쑤였구나.


로아가 점점 커가면서 동물들에게 말 걸기를 그만두겠지만, 지금의 로아 모습과 마음은 참 사랑스럽단다. 겉으로의 말 걸기는 그만두더라도 로아가 동물을 생각하고 대하는 지금의 마음은 커가면서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연 속 생명체를 향한 존중은 로아의 말 걸기를 통해 드러나는 자신과 동물들의 개인적인 관계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말 걸기는 로아와 같은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서만 유래하는 것은 아니란다. 프란체스코 신부님의 일화는 잘 알려져 있지. 프란체스코는 아주 오래전에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신부님으로, 어느 날 신부님은 다른 마을에서 설교하기 위해 일행과 함께 길을 나섰지. 한참을 가는데 신부님은 길 옆 들판과 나무 위에 많은 새들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어.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요. 난 저 작은 새 자매들에게 가서 설교를 하고 올 테니." 일행에게 이 말을 남기고 신부님은 혼자서 새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지. 새들은 신부님이 다가오는 것에 관심두지 않고 시끌벅적 수다스럽게 떠들고 부산하게 이리저리 날아다녔지.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단다. 신부님이 설교를 시작하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떠들썩하던 새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신부님 주위로 몰려들었어. 나무에 있던 새들도 신부님 앞으로 내려와서 자리 잡았고.


"나의 귀여운 새 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당신들을 창조하신 하나님에게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 덕분에 여러분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다닐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러니 자매 여러분은 그분을 찬송하는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자매 여러분이 씨를 뿌리거나 베틀을 돌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여러분에게 멋진 옷을 지어주셨지요. 노아의 홍수 때는 모든 새의 종류별로 두 쌍씩 방주 속에 보호해 주셨고요. 자매 여러분이 목이 마르면 물을 먹을 수 있도록 샘물과 강을 만드셨고, 안전하게 안식을 취하도록 산과 계곡을, 둥지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를 수 있도록 나무를 만드셨습니다. 여러분의 창조주는 자매 여러분을 매우 사랑하셔서 번성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니, 자매 여러분은 그 은혜를 잊지 않고 항상 그분을 노래로 찬송해야 합니다."


프란체스코 신부님이 이 설교말씀을 이어가는 동안 모든 새들은 신부님의 말씀을 경청했어. 말씀이 끝나자 새들은 목을 길게 빼고 양 날개를 펼치며 머리를 숙여 신부님께 감사의 표현을 했어. 신부님이 축도를 마치고 나서야 새들은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날아갔다고 해.


이 설교 장소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움브리아에는 새들에 둘러싸인 프란체스코 신부님의 모습이 담긴 조각상이 세워져 있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 아름다운 꽃을 헌화하면서 프란체스코 신부님을 기린다고 하지.


프란체스코 신부님의 새들을 향한 설교는 믿기 힘든 이야기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로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로아도 새나 소와 같은 동물들에게 진지하게 말을 거니까.



그런데 로아처럼 프란체스코 신부님의 이야기를 믿었던 음악가도 있었어. 바로 유명한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라는 분이야. 사실 리스트는 젊은 시절 자기 마음대로 살았고 음악도 아주 난해하고 엄청난 기교를 요구하는 곡을 많이 만들었어. "당신 나처럼 연주할 수 있어?" 하며 뽐내듯이.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안타깝게도 어린 자녀들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까지 겪으면서 원래 갖고 있고 종교로 다시 돌아온 거야. 음악도 이제는 경건하고 단순한 멜로디로 바뀌게 되었고. 바로 이 시기에 작곡된 음악에 새에게 설교하는 프란체스코 신부님의 이야기도 들어있단다.


두 명의 성인의 이야기를 피아노 음악으로 담은 <두 개의 전설>에서, 첫 번째 곡이 <새들에게 설교한 앗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야. 이 곡에서 리스트는 프란체스코 신부님이 새들에게 설교하는 모습을 피아노로 담아내고 있구나. 곡이 시작되면, 피아노가 높은음으로 각 음을 번갈아가며 연달아 빠르게 움직이며 표현해. 도레도레, 솔라솔라의 트릴이나. 도도도도도도, 도미도미도미도미와 같은 트레몰로로. 신부님의 설교가 시작되기 전 새들이 시끄럽게 재잘거리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지.


그러다 피아노는 갑자기 낮은음으로 내려와 엄숙하고 서정적인 단순 리듬으로 연주를 해. 프란체스코 신부님의 설교 시작으로 새들은 조용해지고, 신부님은 사랑을 담아 새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조용조용 전하는 모습이 연상되지.


다음으로 피아노는 높은음과 낮은음을 번갈아 가며 연주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데, 이는 마치 신부님의 설교가 끝나고 새들과 신부님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연상하게 해 주지. 이때 높은음으로 표현되는 새소리는 처음의 새소리와는 달리 시끄럽지 않고 절제되고 조화를 이루는 소리야. 마치, 설교를 듣기 전의 천방지축 새들이 설교로 인해 순화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줘.



리스트의 피아노 음악이 설교를 통해 새들의 순화된 마음을 표현하듯이, 음악은 실제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키는 역할을 한단다. 로아와 같은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좋은 음악을 친구로 둬야 할 이유이기도 해.


그런데, 음악은 한편으로는 추상적이어서 이 할아버지처럼 어른들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지.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고. 어린이들은 더 하겠지? 하지만, 어린이들은 동물들에게 말을 거는 순진무구함과 상상력을 갖고 있고 스토리를 좋아하니, 스토리가 있는 음악으로 시작하면 오히려 쉽게 음악에 다가갈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이지. <새들에게 설교한 앗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처럼.


다음번 로아가 ‘백조’를 만나게 되면, 리스트의 <새들에게 설교한 앗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를 들으면서 말을 걸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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