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거리의 ‘허디거디’ 악사와 스팅의 음악

by 로아 할아버지

로아야, 오늘 아침이었어.


지난여름 로아와의 포르투 여행을 떠올리게 해주는 음악이 흘러나왔단다.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방송된 것인데, 집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책상 앞에 앉아 몇 자 적는 중이지. 요즈음 할아버지가 기억력이 예전과 같지 않으니 말이야.


무슨 음악인지 궁금하지?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영국 가수 스팅이 부른 ‘허디-거디 맨’이야. 허스키한 스팅의 목소리와 이 노래의 가사 내용이 오늘 같은 겨울 날씨에 딱 어울리는구나. 반주 악기 소리도 물론이고. 로아에게는 이 노래와 분위기가 마음에 와닿으려면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겠지만.



사실, 스팅은 이 ‘허디거디 맨’을 슈베르트에게서 빌려왔단다.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에 수록된 마지막 노래가 ‘허디거디 맨’이거든. 스팅은 가사 내용은 조금 바꿨지만, 슈베르트 노래와 비슷한 분위기와 정서를 담아내고 있어.


그런데,


이 노래의 이 가사를 들으면 로아가 포르투 거리에서 자주 보았던 장면이 바로 떠오를 거야. 그래서 할아버지가 서둘러 책상 앞에 앉은 이유이고. 먼저 슈베르트의 ‘허디거디 맨’ 가사로 내용을 살펴보자꾸나.


마을 뒤 언덕 위, 한 거리 음악가가 서 있어요,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그는 있는 힘껏 허디거디를 돌리고 있죠.
얼음 위에 맨발로 서서 그는 앞뒤로 흔들리고;
그의 작은 접시는 동전 한 닙 없이 비어 있어요.
아무도 그의 연주를 들으려 하지 않고, 아무도 그를 바라보지 않아요;
개들만 그 노인 주변에서 으르렁거려요.
하지만 그 노인 악사는 모든 것에 마음 쓰지 않고 내버려두어요,
그가 손잡이를 돌리면 그의 허디거디는 절대 멈추지 않지요.
이상한 노인이여, 제가 당신과 함께 가도 될까요?
제 노래에 당신의 허디거디 손잡이를 돌리며 동행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어, 할아버지와 손잡고 포르투 거리를 걸었던 것은 따뜻한 날씨였는데?’


로아는 이렇게 반문하겠지?


맞아. 이 곡은 한겨울 마을 어귀에서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수동식 오르간의 일종인 ‘허디-거디’를 연주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늙은 악사를 묘사하고 있어. 노래를 부르는 겨울 나그네도 외로운 사람인데, 이 악사를 보며 함께 길을 떠나 노래하고 싶은 심정을 표현하고 있지. 그러면 서로에게 위안이 되겠지 싶어서.



그런데, 이 노래에 나오는 허디거디를 연주하는 나이 든 노인분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반응은 로아가 포르투 거리에서 보았던 장면과 비슷하지 않니? 아마도 이 삽화를 보면 로아의 기억이 더욱 선명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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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가 감탄했던 멋진 계단이 있고, 인형과 책을 샀던 렐루 서점 근처 인도에서 자주 보았던 이 할아버지 연주자 기억나지? 우리가 머물던 아파트와 시내 오가면서 이 허름한 옷을 입고 매일 같이 연주하던 이 할아버지 모습을 로아도 한참 동안 지켜보았지. 그것도 여러 번이나.


이 노인분이 한 손으로 손잡이를 돌리면 손잡이에 연결된 둥근 통이 돌아가면서 이 허름한 구식 물건에서 신기하게도 음악 소리가 나왔지.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학교 교실에서 자주 듣던 풍금 소리와 매우 닮았었지. 이 할아버지가 연주하던 악기가 ‘허디거디야. ‘거리의 풍금’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허디거디란 악기는 모양이 여러 가지로 존재한다고 해. 이 할아버지가 연주하는 악기도 그중 하나일 것이고.


이 할아버지 연주에서 로아가 재미있어했던 것은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있던 닭이 내는 ‘하모니’였지. 할아버지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계속 돌려 음악이 흘러나오게 하면서 다른 손으로 중간중간 닭 머리를 툭 쳐서 소리를 내게 하는데, 그 소리가 ‘허디거디’가 내는 소리하고 하모니가 참 잘 어울렸지. 할아버지의 ‘꿀밤’ 맞는 닭의 머리 정수리는 털이 빠져 보기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슈베르트의 ‘허디거디 맨’ 가사처럼, 이 할아버지 거리의 악사도 외로워 보이긴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 포르투 거리에는 매일 방문객들로 넘쳐났고, 인근 렐루 서점에는 입장객들로 하루 종일 긴 줄이 나 있었지만, 이 거리의 악사 주변에 걸음을 멈추고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겨우 몇 사람에 불과했지. 앞에 놓인 모자 안에는 작은 단위의 지폐와 동전이 조금밖엔 담겨있지 않았고.


할아버지에게서 지폐를 받아 직접 그 할아버지 연주자의 모자에 넣어드리면서 로아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허디거디가 만들어져 연주된 지 천 년이 넘었다고 하니, 정말 오래된 악기이지? 그 후 다양한 악기들이 만들어지면서 지금은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고 해.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기억 속에 잊힌 악기라도 때로는 듣는 사람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단다. 오늘 아침 들은 스팅의 노래처럼.


할아버지에게는 같은 곡의 슈베르트 노래보다 스팅의 노래가 더 마음에 와닿는 것도 반주에 사용된 악기 차이 때문일 수도 있어. 슈베르트는 허디거디 대신 피아노를 반주기로 삼았지만, 스팅은 노래 반주로 실제의 허디거디를 사용하고 있거든.


‘허디거디’


이 아침, 이 할아버지와 로아 간 대화와 동행에 또 하나의 징검다리를 놓아준 고마운 존재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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