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할머니 할아버지는 로아를 한 달 넘게 못 보다가 5일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아주 많이 행복했단다. 로아가 독감에 걸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내 걱정이 되긴 했지만, 로아의 병세가 호전되면서 다시 쾌활하고 명랑한 수다쟁이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구나.
그래, 로아는 지금보다 더 어려서부터 수다쟁이였어. 그것도 아주 귀엽고 야무진 수다쟁이. 한 달 만에 본 로아의 수다는 더 많이 늘었더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어제 엄마가 올린 로아 영상이었지. 영상 속 냉장고 앞에 선 로아, 막대로 냉장고에 부착한 메모판을 가리키며 질문하고는, “오 잘했어, 잘했어!”라고 칭찬한 뒤, 또 다른 질문을 이어갔지. 마치 칠판 앞 선생님처럼. 누구에게 말하는가 봤더니, 로아의 애착 인형인 포미를 앞에 앉혀 놓았더구나. 질문과 대답 대응, 이야기 내용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그럴듯해서 깜짝 놀랐지.
로아의 구연동화 스토리텔링!
뒤이어 올라온 영상은 할아버지를 더욱 놀라게 했지. 로아가 한자리에서 쉬지 않고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 모습이었어. 한 자리에서 즉시즉시 이야기를 꾸며내며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른들도 쉽지 않은데, 로아는 막힘없이 잘해 내더구나. 감기로 목이 쉬고 잠기어서 말하는 것이 불편할 텐데도 잠시도 쉬지 않고, 40분간이나 이어가더구나. 로아가 들려주는 ‘구연동화’에는 그동안 로아가 읽었던 스토리와 엄마아빠와의 여행, 어린이집 생활이 들어있었어. 놀라운 것은 이들 내용을 소재로 삼아 로아만의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었지.
로아의 구연동화는 할아버지가 듣기에도 매우 그럴듯했구나. 어린이들은 대체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능력이 있지만, 상상력을 발휘해 여러 요소를 배열하고 연결하여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일은 쉽지 않아. 아마도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 2시간 이상 놀이 삼듯 책을 끼고 살아온 로아이기에 자신만의 구연동화 만들기는 자연스러운 결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구나.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꾸준히 하면 연결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내면에 쌓이고 숙성되어 언젠가는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니까.
상상력과 논리, 그리고 위트
상상을 통해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그럴듯한 스토리텔링, 로아와 할아버지가 손을 잡고 걷는 것처럼, 상상력과 논리가 손잡은 모습이어서 반갑단다. 로아가 성장하면서 꼭 갖췄으면 하고 할아버지가 바라는 능력이 상상력과 논리, 여기에 유머 감각이란다. 유머 감각은 다른 말로 하자면 위트라고 볼 수 있어. 흥미롭고도 유머 있는 통찰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위트로, 그저 우스꽝스러운 말이나 몸짓하고는 조금 다르지.
‘포미는 감기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치료를 받지 못했어?’
‘의사 선생님이 감기에 걸려서 다른 병원으로 치료받으러 가셔서 안 계셨대.’
‘아주 멀리 있는 병원이래’
로아의 ‘구연동화’에 나오는 내용이었지. 로아는 아직은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할아버지는 이 내용이 매우 위트 있다는 생각이야. 우선은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 때문이지. 우리는 흔히 의사는 감기 걸린 사람과 같은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사람으로 의사 본인이 환자가 된다는 생각을 잘 못하지. 로아의 이야기에서는 의사도 환자로 등장하니 아이러니한 위트이지.
아직은 위트가 무엇인지도 전혀 모르는 로아가 자신이 만든 구연동화에 위트를 ‘구사’ 한 일은 우연일성싶어. 그래도 한 가지 단서는 읽히는구나. 위트는 학습이나 연습을 통해서 얻어지기보다는, 책을 많이 읽고 상상력을 통해 통찰과 종합 능력을 기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는 능력일 것이야.
상상력과 논리, 위트, 그리고 돈키호테
어제 영상을 보면서 떠오른 스토리가 돈키호테구나. 이 스토리에는 상상력과 논리, 위트가 아주 잘 담겨있거든. 돈키호테는 안토니오 세르반테스라는 스페인 작가가 쓴 <<돈키호테>>라는 소설에 나오는 인물 이름이야. 이 소설은 어린이 스토리북은 아니야. 어른들이 읽는 책으로 이 책이 나온 지 600년이 넘고 책 분량도 아주 많지만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아주 인기가 많아. 할아버지도 정말 좋아하는 책으로 아주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요즈음 다시 읽고 있단다.
그럼, 로아와 같은 어린이들은 어떻게 이 스토리를 어떻게 만날 수 읽을까? 6세부터 읽을 수 있는 어린이용 스토리북으로 읽을 수도 있고, 훌륭한 고전 작품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유튜브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단다. (유튜브 영상 -- “Don Quixote de la Mancha for kids — classic stories for children” https://www.youtube.com/watch?v=JzKMlzxxxfc )
<<돈키호테>>에 나오는 많은 스토리 중 오늘 로아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돈키호테가 풍차에 달려드는 장면이야. 이 소설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장면이기도 하고, 오늘의 주제인 상상력과 논리, 위트가 담겨있어. 아래 그림은 인공지능에게 부탁해서 받은 것인데, 아주 잘 표현했더구나. 말에 앉아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이 주인공 돈키호테이고, 당나귀에 앉아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은 시종인 산초 판사야.
이 장면을 로아와 같은 어린이들을 위한 스토리로 바꿔 볼 텐데, 위 그림하고 함께 보면 더 실감이 나겠지?
옛날 옛적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 돈키호테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돈키호테는 그 옛날 용감했던 기사도들에 대한 영웅담과 전설을 다룬 책에 흠뻑 빠져 지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돈키호테는 자신도 용감한 기사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낡은 갑옷과 나무칼로 무장하고, 자신이 탈 나이 들어 힘이 없는 빼빼 마른 말에게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리곤 같은 마을에 사는 순진한 농부인 산초 판사를 부하로 삼아 드디어 모험의 길에 나섭니다.
그 모험에서 첫 번째 만난 대상이 풍차입니다. 마을을 나선 돈키호테와 산초는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는 너른 벌판을 기분 좋게 건너고 있었습니다. 돈키호테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멀리 앞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세히 응시합니다.
“산초, 저것들 좀 보게. 악하고 못된 거인들이 저 멀리서 우리 길을 막아서고 있네! 긴 팔로 창을 든 채 말이야. 나 돈키호테는 그대로 넘어갈 수 없지. 내가 당장 물리치겠어!”
이 말에 놀란 산초도 돈키호테가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응시하더니 이내 돈키호테에게 대답합니다.
“오, 주인님, 저것들은 거인들이 아니고, 그냥 풍차들인데요. 커다란 나무 날개가 바람으로 회전하면서 수확한 밀을 찧어 밀가루로 만드는 풍차 말이에요.”
멀리 보이는 풍차를 기사 전설 책에 나오는 못된 거인들로 생각한 돈키호테는 머리를 단호하게 가로저으면서 말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산초!. 자네는 지금 제대로 못 보고 있는 거야. 저것들은 틀림없는 거인들일세. 우리를 겁주려고 긴 팔을 휭휭 돌리고 있는 게 안 보이나? 겁먹지 말고 내게 맡기게.”
이 말을 남기고는 돈키호테는 창을 곧게 세우고 말을 몰아 풍차를 향해 이내 돌진해 가자, 깜짝 놀란 산초는 뒤따라가며 소리칩니다.
“주인님, 안 돼요! 기다려요. 저것들은 풍차일 뿐이라고요!”
산초의 말은 돈키호테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돈키호테가 한 풍차 앞에 다다랐고, 이때 마침 바람이 일자 거대한 풍차 날개가 ‘휭, 휭’ 소리를 내며 힘차게 돌아갔습니다. 돈키호테에게는 거인이 창을 든 거대한 팔을 자기에게 휘두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덤벼라!” 외치며 돈키호테도 창을 세우고 풍차로 달려들었습니다.
이내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돈키호테와 그의 말 로시난테는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돈키호테의 나무 투구와 창도 두 동강이 난 채 땅에 널브러져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산초는 이내 돈키호테에게로 달려갔고, 산초의 부축으로 돈키호테는 간신히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참, 주인님, 제가 뭐라고 했어요. 저것들은 풍차에 불과하다고 말했잖아요! 풍차가 주인님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돌고 있는 풍차 바퀴에 주인님이 내동댕이쳐진 것이라고요”
궁색해진 돈키호테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오, 산초, 내 말 좀 들어보게나. 저것들은 마법사인 게 틀림없네. 내가 이길 것 같으니까, 거인에서 풍차로 변신한 거야. 속임수를 써서 말이지. 어쨌든, 이 일은 잊고 다음 모험이나 준비하세.”
돈키호테는 땅에 내동댕이쳐졌고 창은 부러졌지만, 자신은 매우 용감하게 악당인 거인들에게 맞선 자랑스러운 영웅으로 생각했다. 몸을 추스른 돈키호테는 이내 산초와 함께 또 다른 모험 길에 올랐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