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 시리즈 1. "거울"
우리가 매일 보는 거울은 정확하게 무엇이며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을까?
거울은 금속 표면의 빛 반사를 이용한 광학 도구이며, 사물의 상을 비추어 보는 용도이다. 금속 표면을 떠도는 자유전자의 한계 진동수 미만의 진동수를 갖는 빛 (주로 가시광선)이 금속 표면에 입사되면 즉시 자유전자에 흡수되어 다시 같은 진동수의 파장으로 반사각에 맞게 방사된다.
가장 오래된 거울은 기원전 6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6000년이나 된 줄 처음 알았다. 괜스레 그때부터 사람들은 자기 얼굴을 봐왔단 소린데. 그 6000년 전 얼굴들이 새삼 궁금해진다) 다만, 이 당시의 거울은 지금의 방식이 아닌, 암석을 갈아 매끈한 윤기가 나는 면을 이용한 방식이었다. 그 이후에는 금속을 이용했는데, 기원전 3000년 전 이집트인들이 구리를 갈아, 기원전 2000년 전 중국에서는 청동을 갈아 거울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후에, 오늘날 볼 수 있는 유리를 활용한 거울이 발명되었다. 처음에는 유리판에 얇은 주석과 수은의 합금을 붙이는 방식이 개발되었지만, 이 공정이 매우 어렵고 위험해서 대중적으로는 퍼지지 못했고, 이후 은을 도금하는 방식을 거쳐 알루미늄을 도금한 오늘날의 거울이 되었다.
거울은 우리 인간의 삶에서 어떤 존재이며 어떤 역할을 했을까? 과거에는 얼굴을 보는 용도로도 사용되었지만, 만들기 어렵고 값비싼 재료가 사용되기 때문에 권력의 상징 도구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가장 1차원적으로는 화장용이나 사물의 상을 비추는 용도로 사용되고, 탐조등이나 자동차의 전조등 백미러 등 거울의 반사의 특성을 이용하여 기술적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이와 더불어서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곳이 상점이나 무대와 같은 실내 공간이나 건축물의 외부공간이다.
그러면 건축적으로 거울은 어떤 공간감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공간 구성에 이용하는 것일까?
첫째로, 거울은 공간 자체를 넓어 보이게 한다.
거울은 바라보는 공간을 거울이 놓인 축을 중심으로 반사하기 때문에 데칼코마니처럼 공간을 ctrl+C ctrl+V 해주어 원래보다 훨씬 넓게 보이게 해준다.
아래는 건축이나 인테리어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김수자 작가의 거울을 이용한 카르트 블랑쉬 김수자 《호흡 — 별자리 To Breathe — Constellation》 작품이다.
이 공간은 본래 1763년 곡물 저장소로 출발해 1889년 상품거래소, 이후에 상공회의소와 증권거래소로 이용되던 건물이었다. 이후 방치되어 있다가, 케링 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 타다오 안도와 손을 잡고 Bourse de Commerce라는 현대 미술관을 만들었다. 내부의 로툰다 (돔 형태의 공간)에는 Bourse de Commerce의 공간에서 아주 인상 깊은 역할을 하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김수자 작가는 이 28m 지름의 로툰다 (*로툰다 ‘rotunda’란 서양 건축에서 둥근 천장이나 돔 지붕이 있는 원형 홀이나 원형 건물을 의미한다. 중세 시대 중부 유럽에서 가장 널리 유행했던 건축 양식으로 로마의 판테온 신전, 워싱턴의 미국 국회의사당, 런던 대영박물관 도서관이 가장 유명하다.) 전시장의 바닥을 418개의 거울로 덮었다. 이를 통해 어떠한 효과가 얻어졌을까? 애초에도 엄청난 대공간이었던 로툰다 전시장은 거울을 배치함으로써 천장이 바닥이 되고, 바닥이 천장이 되며, 반원형의 공간은 상하 복제가 되어 원형의 공간이 된다. 비록 이 발아래의 공간이 물리적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기존의 천장고만큼의 깊이가 있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비로소 체험자는 깊은 바닥과 높은 천장 사이 절반의 높이에 떠있는 비현실적 감각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이 공간에 가보았는데, 그때는 전시 작품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공간감에 압도되었던 것이 인상적이다. 전시 작품이 있는 현재는 어떨지 궁금하다.)
둘째로는, 언젠가는 벽이나 천장으로 가로막혀질 수밖에 없는 공간을 반사시켜줌으로써 장벽의 존재감을 없애주고 공간에 깊이감을 만들어준다.
우리 사무실 근처인 가로수길 골목에는 입구는 도로 및 인도 레벨로 진입하고 지하층의 공간이 연달아 이어지는 상업공간이 하나 있다.
이전에는 카페로 운영되었다가 현재는 와인바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었던 요소는, 지상층에서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지점에 수벽이 내려오는 공간이다. 이 수벽은 진입부에서 임팩트가 굉장히 크다. 그래서 그런지, 두 상업공간 모두 이 수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 카페의 경우, 기계식 스피커를 예술작품처럼 설치하였고, 현재 와인바의 경우 이 수벽의 공간에 가로로 긴 거울을 비스듬히 설치하였다.
나는 여기서 거울을 설치한 후자의 경우, 거울의 특성을 적극 활용했다고 판단한다. 아무래도 지하로 내려가는 지점과 천장이 낮아지는 공간이 평면상 매우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서 답답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현재 와인바의 경우 이전의 카페보다 훨씬 더 많은 장식과 테이블 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스듬한 거울을 수벽에 설치함으로써,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이게 하였다. 또한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다과를 즐기는 모습이 도시 속으로 투영되어 바깥의 보행자들에게도 전달된다. 나는 어쩐지 이 모습이 어찌보면 잠수함의 잠수함 망원경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우리가 설계를 진행하면서 공간적 제약을 거울을 통해 해결한 사례가 있다. 영등포에 위치한 ‘경희우리한방병원’의 경우, 건물 자체가 천장고가 공간 크기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가로로 깊고 좁은 복도 공간의 제약적 상황에서 천장이라도 높은 공간감을 주도록 하자고 계획했다.
셋째로 두 개의 거울을 맞대어 붙이는 경우이다. 이 경우, 무한한 반사를 통해, 끝이 없는 무한의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거리감을 초월한 무한의 깊이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래는 ARCHSTUDIO라는 중국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후통의 구시가지에 위치한 전통가옥을 리모델링한 프로젝트이다. 건축 및 실내공간의 주요 컨셉은 거울과 정원을 활용한 내부와 외부의 연결이다. 건축가는 특히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 무한하게 확장되는 시각적 효과를 거울을 통해 이루고자 했다.
이는 건물 내부 전체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데, 건물 내부의 천장, 벽면이 모두 거울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매트릭스의 무한의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넷째로는 앞의 세 개의 특성과는 구별되는 특징으로써, 건축물이나 오브제 전체를 거울로 감싸는 경우에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이 오브제 또는 건축물이 주변을 완전히 반사시키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숨겨진다. 거울은 오브제를 주변에 흡수하게 만들어준다.
아래의 프로젝트는 스웨덴 Harads 지역에 있는 treehotel이다. 나무 위에 얹혀있는 거울의 정육면체는 거울로 입면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간이 있다는 인식조차 안되게 숲속에 흡수된다.
거울은 이처럼 우리 매무새를 정돈하고 얼굴을 점검하는 것뿐 아니라, “반사”라는 특성을 통해 건축과 실내 공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어떻게 기발하게 거울을 응용해 볼 수 있을까? 각자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아도 좋을 것이다.
2024. 11. 19
Written by Minjoo Jeong
"Design and Growth in One Motion"
개오망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GCS)는 공간 디자인, 브랜딩, 아트 컨설팅까지 토탈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GCS의 디자인 모델은 기업들과 함께 중장기적인 공동성장을 목표합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함께 강화하고 미적 컨셉과 철학을 담아 하나의 호흡으로 함께 기업의 성장을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