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백마흔여덟 번째 날 ― 3. 12.

by 바비아나


이르쿠츠크를 떠나는 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 위해 언제나 그랬듯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기차 출발 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40분 남짓. 택시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기차역 도착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은 약 10분. 근데 웬걸? 지도 위에 찍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10분에서 20분으로, 20분에서 25분으로. 도로 위에 차들도 점점 늘어가고, 당연한 듯 도로도 막히기 시작한다. 어느덧 차는 제자리에 멈춘 채 옴짝달싹하지 않고, 기차 출발시간은 점점 더 가까워 온다. 그래도 넉넉한 시간에 나왔기 때문에 괜찮겠지, 라며 마음을 다독였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기차를 놓쳐 본 적도 없고, 비행기와 버스를 놓친 적도 없었다. 자의적이건 타의적이건 나의 여행은 몹시도 순탄했지만, 러시아에서 이런 고비를 또다시 맞이할 줄이야.


기차 출발시간까지 이제 겨우 10분 정도 남았지만, 아직도 택시는 길 한가운데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나는 시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덧 택시 안에 나의 한숨들은 쌓여 가고, 택시에서 내려 뛰어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뛰어간다 해도 역까지 도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폴란드에서 있었던 일을 교훈 삼아, 마음 편하게 기차를 포기했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이런 게 인생이지.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더 연장하고 다음 기차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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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출발시각은 36분. 내가 역에 도착한 시간은 33분.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기적처럼 차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택시에서 내린 나는 앞만 바라보며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탑승이 거의 끝난 승강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기차표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 역무원누나에게 티켓을 보여 주었다. 환하게 웃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역무원누나에게 “하라쇼.”라고 웃으며 대답한 다음, 겨우 기차에 탈 수 있었다.


여행의 막바지이지만,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나의 마지막 3박4일간의 기차여행이 나에게 어떤 즐거움을 선물할지 이때까진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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