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전통주와 순천 브루어리

햇살에 어우러진 벼들이 한껏 무르익어 고개를 숙여가는 9월. 평야 저편에서부터 시원하게 밀려오는 바람결에 쿰쿰한 누룩냄새가 뭍어 있다. 나는 오늘도 몰아치는 향기에 취해 낙안으로 향한다. 

1397년. 처음으로 흙성을 쌓은 후 지금껏 조선시대 풍경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고, 금전산에서 내리는 암벽의 기운을 머금었는지 해년마다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매화가 있는 이곳 낙안. 덕분에 그곳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 또한 더욱 강맹해진 기분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삼일로 38 '낙안전통주연구소' 이다. 얼기설기 엮여 있는 돌담을 걷는다. 옛 풍경의 고즈넉함과 멋과 맛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곳에는 유구한 우리나라의 전통을 고수하며 지켜온 박인규 대표가 있다. 박인규 대표는 KBS프로듀서로 30년을 근무하다, 퇴직 후 고향인 낙안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주)낙안명주를 설립하였고, 전통주 납월홍매를 만들게 되었다.

납월홍매를 보면 전통의 방식 그대로만을 유지하려는 박인규 대표의 고집이 느껴진다. 탁주에는 쌀과 누룩,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쌀은 낙안벌 내에서 나오는 낙안 햅쌀만을 사용하고, 물맛이 술맛이라는 생각에 물 또한 1급 판정을 받은 청정 암반수만을 사용한다. 

단촐하게 놓인 자그마한 회색잔 위로 납월홍매가 떨어진다. 손을 들어 잔에 담긴 탁주 한입 머금어 본다. 첫입에 걸죽하지 않은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혓바닥 위로 진하게 내려 앉은 누룩향을 따라 산뜻한 단맛을 품은, 매화향기를 닮은 달콤함이 뒤따른다. 탄산기는 없다. 17도라는 높은 도수 덕분에 취기가 올라오지만, 딱좋다. 눈썹 언저리를 맴도는 알코올의 기분이 오히려 지금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박인규 대표는 일제강점기와 밀주 단속을 거치며 우리 술에 대한 계보가 약 100년간 끊어진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고 이야기 하며, 우리 쌀과 우리 물과 우리 누룩으로 만든 술이 얼마나 품격있고 고급스러운 것인지 대중들이 알아봐주기를 바란다며 이야기를 끝마쳤다. 

낙안전통주연구소는 우리술 양조 체험도 진행하는데, 최소 10명의 인원이 모이면 예약을 통해 체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문의 : 010-6429-2301

그리고 순천대학교 평생교육원 16주 과정으로 전통 우리술 -가양주 만들기도 진행한다고 하니, 전통주 주조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옛 순천부읍성의 정취와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이곳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중앙교회,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조성된 문화의 거리. 순천의 역사와 문화의 시발점인 이곳 매곡동에 또 다른 신, 구의 조화를 이룩하기 위해 뿌리를 내린 수제 맥주 스타트업 유한책임회사인 ''농업회사법인 순천 맥주''의 매장 '순천 브루어리'를 방문했다. 

순천브루어리 김승철 대표는 대한민국 생태 수도인 순천에서 활용 할 수 있는 다양한 자연 환경과 특색있는 자원들을 활용하여 개성있는 맥주들을 개발했다.

열대과일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순천 특별시를 비롯, 와온해변의 석양을 표현하여 붉은색이 특색인 맥주 와온, 황금갈대밭을 형상화한 황금빛 맥주 순천만, 다량의 복숭아가 들어 있는 월등 맥주와 낙안읍성, 흑두루미 등, 다양한 순천의 멋과 맛을 맥주에 담아 놓았다. 2022년 5월 기준 순천 3곳의 지점과 4곳의 협력 매장에서 앞서 소개한 순천을 닮은, 순천을 담은 맥주들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수제 맥주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중에 있으며 순천브루어리에서 최소인원 : 5인이상이 예약 되면 진행시간 : 화~금 / 오후2시 ~ 오후 4시(1회 2시간) 비용 : 5인 이상 인당 3만원, 10인 이상 인당 2만원 

주요 내용으로는 수제맥주 기원, 역사, 발전, 테이스팅(시음포함), 양조실습을 진행하며 1인당 2리터의 맥주도 수령할 수 있다.

끝으로 월요일은 전 지점이 휴무이고, 각각의 매장별 영업 시간은 순천브루어리 : 오전 11시 ~ 오후 11시 / 브레이크타임 오후2시30분 ~ 오후 5시 순천양조장 : 오전 11시 ~ 오후 11시 / 브레이크타임 오후2시30분 ~ 오후 5시 달밤야시장점 : 오후 5시 ~ 오후 11시까지 운영중이다.

그 외 추가적인 사항은  

관련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suncheon.brewery/

연락처 010-9255-2743

볼거리만 풍성하다 여겨졌던 순천에 새 물결,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오늘도 우리 순천은 과거에 기대어 전통을 지키고, 새로운 멋과 맛을 창조해간다. 말이 살찌는 올 가을, 구름 한 점 없이 뻥 뚫린 하늘보다 허한 우리들의 속을 순천이 빚어낸 다양한 전통주와 색다름을 품은 맥주들로 가득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