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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아나 Sep 30. 2022

각기 다른 가을에 물든 순천의 필수 산책길


봉화산 둘레길

순천의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동천과 더불어 순천의 중심에서 변치 않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봉화산이 있다. 순천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라면 누구든 최소 10번 이상 방문 할 수 밖에 없었던 봉화산이 둘레길을 둘러 쓰고 트레일 코스로 변모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봉화산 둘레길은 총 4개의 코스로 이루어 져 있고, 각각의 코스당 소요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자세한 코스의 설명은 아래의 사진을 참조 하길 바란다.

편백나무 숲길을 걷는다. 울퉁불퉁한 돌멩이들이 발 아래 밟혀 들며 나의 신경을 자극하지만, 모나게 거슬리지 않다. 초록빛 싱그러움에 뒤덮힌채 불어오는 바람에 녹아 들어 놀멍 쉬멍 흐느적거리며 발걸음을 옮긴다. 건너편에서 걸어 오시는 어르신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보내자,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나에게 건네며 푸근한 서로의 정을 찰나에 나누다 멀어진다. 아직 시들지 않은 여러 야생화들과 미역취의 노란빛, 수국의 파아란 향기가 정겹게 노닐며 오늘을 더욱 아름답게 수 놓는다. 어느세 나의 발걸음은 등산로에 마련되 있는 벤치에 머무르고 가슴속 깊숙히에 얹혀 있던 한숨 한줌 내려놓고서 밀려오는 가을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 든다.



문화의거리

순천에는 신도심과 구도심의 정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전국의 도시재생역사에 선구자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순천 문화의 거리가 있다.

매해 찬기운이 살랑이는 가을이 돌아오면, 도로가에 오랜 시간동안 머물러 있는 거대한 은행나무들은 세찬 소낙비처럼 은행잎을 흩날리고, 거리를 걷는 시민들의 마음을 가을로 흠뻑 적셔 낭만에 허덕거리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문화의 거리에는 많은 문화인들이 자신의 기교를 뽐내놓은 공방들이 들어섰고, 생동력 있는 열정을 가진 청년들의 식당과 카페들 또한 즐비하게 늘어서게 되었다

오늘의 계절이 차분한 걸음으로, 호들갑 없는 고요한 자태로 돌담 사이를 비집고서 울긋불긋 돋아나 있다. 아직은 초록빛을 잃지 않은 은행잎과 노란빛으로 변해가는 은행잎들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의 신비로운 기분을 한층더 상기시킨다. 지금의 눈앞에 놓여 있는 골목의 풍경이 소소하게 적절하다.  


공마당길

문화의 거리를 지나 10분 남짓 걷다보면 정겨운 분위기의 푸근한 동네가 나타난다. 좁은 골목길, 오래된 담벼락, 어디선가 검정 고무신을 신은 아이들이 와르르 몰려 올 것 같은, 달빛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달빛을 받으며 골목을 서성일 수 있는, 배우 윤시윤님의 할머니가 사는 동네로 유명한, 아는 사람들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를 수 밖에 없는 순천의 숨겨진 명소, 청수골 달빛마을이라고도 불리우는 공마당길 둘레길이다.

회칠된 담벼락을 가득 채우고 있을 아이들의 낙서는 사라진지 오래, 어느 솜씨 좋은 예술가의 실력으로 멋스럽게 단장된 담장이 나를 반긴다. 꽃을 품은 토끼, 볏짚을 올려 놓은 옛날 초가집, 소소한 옛 물건들의 기록과 알록달록한 타일로 만들어진 작품들 등 눈요기거리가 좁다란 골목마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제보다 한층 더 풍성해 지는 10월. 때때로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가 우리의 정수리를 뜨겁게 만들지만, 저 멀리서부터 밀려오는 황금빛 내음에 온 몸을 맡긴 채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순천에 있는 둘레길들을 서성여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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