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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Nov 26. 2019

1. 한 분야의 전체 판도를 바꾼 인공지능.

왜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인가? 

2016년 3월 13일, 인류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은 날이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역사적 날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다. 이날이 어떤 날일까? 

바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바둑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날이다. 

2016년 3월 구글의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에게 5국의 대결을 신청했고, 이세돌 9단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를 비롯한 바둑의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세돌 9단의 압승을 예상했다. 이세돌 9단이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관심사는 과연 알파고가 몇 번이나 이길 수 있을까? 였다. 


유년 시절 프로바둑기사를 준비했던 필자에게 이 이벤트는 너무도 큰 이벤트였다. 그렇게 시작된 2016년 3월 9일의 첫 1국. 라이브로 틈틈이 방송을 지켜보며 초조하게 관람하고 있었다. 결과는 이세돌 9단의 불계패. 이세돌 9단이 먼저 본인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때의 전 바둑계의 충격을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이어진 2국과 3국에서 연이어 이세돌 9단은 패배한다. 결과는 이미 3:0 완패. 


4국에서는 익히 알려져 있는 신의 한 수 78을 두며 끝끝내 한 경기의 승리를 가져간다. 

이 신의 한 수 78은 사실 "신의 한 수"라고 할 수는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08XJokXsxUQ&t=3s


이후 78수를 바둑 관계자들이 분석한 결과, 알파고도 최선의 수로 받아주었다면 사실 78수는 성립하지 않는 수였다. 


그러나 이는 바둑이 끝난 이후 부담감과 시간제한 없이 수많은 바둑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찾아낸 결과이다. 수능 다 끝나고, 학원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시간제한 없이 마지막 문제의 조금 더 나은 해결책을 만들어 낸 느낌이다.


최고의 수는 아닐 지라도 그러나 그 엄청난 부담감과 시간제한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수순으로는 최선의 수이다. 


실제로 78수는 알파고도 계산하지 못한 낮은 확률의 수였고, 이 78수 이후 알파고는 본인의 승률을 깎아먹는 기이한 행마를 계속하다가 결국 패배를 인정한다. 그만큼 대응하기 정말 어려운 수였던 것이다. 


완전무결한 "신의 한 수"는 아닐 지언 정 아직은 실수가 존재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레벨에서는 비유로서 "신의 한 수"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이다. 알파고는 이날 3월 13일 이후로 인간 바둑기사와의 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패배하지 않는다.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커제 9단을 3:0으로 마무리한다. 커제 9단의 통한의 눈물과 함께 알파고는 바둑계를 평정하고 은퇴한다. 


나아가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모든 바둑계의 판도가 변했다. 이세돌 9단의 경우 인공지능과의 바둑 이후 무언가를 깨친 듯 파죽지세의 9연승을 이어나갔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SNp4J5lX-7Y

실제로 모든 바둑기사가 인공지능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엘프고가 나오기 전까지 이세돌 9단의 승률은 71%로 고공 활공했다. 이후, 엘프 고를 통해 대부분의 기사들이 인공지능을 통한 학습을 하면서 인공지능과의 경험의 희소성이 옅어졌다. 더불어, 이세돌 9단은 바둑의 맛을 위해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을 썩 즐거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로 이세돌 9단의 성적은 급속도로 떨어진다. 


이제는 프로바둑기사가 인공지능과의 학습 없이 바둑을 두기에 어려워질 정도로 모든 바둑기사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인공지능과의 학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이후에 바둑이 상대적으로 정형화되고 공식화되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승리가 가장 중요한 기사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승률이 높은 정형화된 공식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렇게 인공지능(Google Deepmind)이 바둑계에 입문하면서 바둑계는 그 판도가 통째로 바뀌었다. 

또한, 바둑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고 바둑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제 바둑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람보다 빨리 달리는 자동차가 나왔다고 해서 육상경기가 의미가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육상의 경우 동물들 중에서도 인간보다 빠른 동물이 많았다.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크게 구별 짓는 요소가 바로 고등 사고가 아니었던가? 바로 그 고등 사고를 대표하는 바둑의 영역에서 이미 인공지능에게 패배했다. 이제 직관을 통한 고등 사고 만으로는 인간을 정의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바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음악과 소설 미술에까지 인공지능의 작품이 나오고 있다. 이제 어떤 것이 인간의 작품인지, 인공지능의 작품인지 알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인공지능의 파급력은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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