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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Dec 16. 2019

인간을 통합하는 힘 3가지

돈, 제국 그리고 종교

지금 이 지구는 인간이 지배하고 있다. 무려 70억 개의 종이 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호랑이나 사자만큼 강하지도 않고, 치타만큼 빨리 달리지도 못한다. 날지도 못하고, 수영은 돌고래를 이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많은 동물을 동물원에서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마리의 돼지, 소, 양 그리고 250억 마리의 닭을 인간을 위해서 기르고 있다.


과연 이것을 가능케 한 이유는 무엇인가?


0. 허구를 믿는 힘, 인지 혁명


보편적으로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이유로 가장 많은 설득력을 얻는 것은 바로 언어이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는 유일한 언어가 아니다.

모든 동물은 언어를 구사한다. 벌이나 개미 같은 곤충도 복잡한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을 갖추어 먹을 것이 있는 위치를 서로에게 알려준다. (중략) 녹색 원숭이는 여러 종류의 울음소리로 의사소통을 한다.
사피엔스-45p

그렇다면 수많은 다른 언어와 인간의 언어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바로 허구를 만들어 내고, 그 허구를 믿는 힘이다.

이전의 많은 동물과 인간 종이 "조심해! 사자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인지 혁명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령이다." (중략)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사피엔스 - 48~49p

바로 이 언어를 통해 허구를 만들어 내고, 그 허구를 통해 뭉칠 수 있는 그 힘이 사피엔스를 지구의 패권자로 만들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위해 협력하고 심지어 가장 소중한 목숨을 내던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어떤 것들이 인간을 통합해 왔을까?


1. 돈


돈은 참 재미있는 존재이다.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종교적 갈등과 정치적 갈등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경쟁을 했을 뿐이지, 돈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갈등은 거의 없었다. 사실 돈은 인간이 만들어 내고, 인간을 하나로 묶는 허구의 무언가 중에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돈을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욕망을 가진 사람을 속물적이거나 돈밖에 모른다고 한다. 도덕 시간에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이야기는 "황금만능 주의"에 대한 비판이었다.


먼저 "돈"을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돈은 상호 주관적 실체이다.

돈의 목적은 재화의 용역을 교환하는 데 있다. 돈이 있으면 각기 다른 물품의 가치를 쉽고 빠르게 비교할 수 있고, 하나를 다른 것과 쉽게 교환할 수 있으면 부를 편리하게 쌓아둘 수 있다.
- 사피엔스 254p


그렇기에 돈은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는데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항상 돈을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 역시 항상 돈은 원하기 때문이고, 그것은 곧 당신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모든 것과 돈을 교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중략) 그러므로 돈은 거의 모든 것을 다른 거의 모든 것으로 바꿀 수 있게 해주는 보편적인 교환 수단이다.
사피엔스 256p

이런 돈의 원리 때문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함께 일 할 수 있고, 공통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기 위해선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좋아야 하고, 그 사람의 뜻을 이루는 것이 나의 뜻을 이루는 일이 여야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사람에 대해서, 그 사람의 뜻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돈은 그것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내가 하는 일의 대가로 적절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리고 그 돈으로 내가 원하는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돈에 대한 보편적 믿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의 뜻이 무엇인지 몰라도 일할 수 있다. 그것이 좋은 현상인지는 추후에 생각하더라도 훨씬 효율적임에는 분명하다.  


2. 제국


현대 사회에서는 제국 역시 상당히 부정적인 언어로 사용된다. "제국주의" 적 사고를 가졌다는 말은 욕에 가깝다. 거의 모든 제국은 피를 흘리며 세워졌다. 그리고 그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을 앗아갔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가치는 거의 대부분 제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믿고 있평등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가치는 사실 유럽 제국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는 유럽의 제국들이 다른 나라를 직접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한국은 유럽의 제국들에게 직접적으로 지배당한 적도 없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그러한 가치들을 믿고, 그 가치를 가져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쳤다.

3. 종교


마지막으로 종교가 돈과 제국 다음으로 인류를 통일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종교는 크게 두 가지의 속성이 필요한데, 첫째 언제 어디서나 진리인 보편적이고 초인적인 질서를 설파해야 한다. 둘째, 이 믿음을 모든 사람에게 전파하라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 사피엔스 298~299p


종교는 참으로 신기한 현상을 나타낸다. 인간을 통합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언가 이지만, 그 만들어진 무언가에 의하면 인간은 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신에 의해서 자신이 만들어졌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종교는 돈과 달리 현재에서만 그치지 않고 무려 죽음 이후에 세계까지 관리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죽음 이후, 그리고 탄생 이전을 상상을 통해서 만들어 낸다.


그래서 다른 돈과는 다르게  강력하다. 돈은 모두가 믿을지언정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들 죽고 나면 돈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는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이는 타협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종교를 위해 내놓기도,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신학논쟁은 16~17세기에 매우 격렬해져서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는 수십만 명이나 서로 살해했다. 1572년 8월 24일, 선행을 강조하는 프랑스 가톨릭교도들은 하나님의 인간 사랑을 강조하는 프랑스 개신교 공동체를 공격했다.
- 사피엔스 307p



인간,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한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사례 3가지를 알아보았다. 돈, 제국, 그리고 종교까지 모두 인간이 만든 것임을 강조한다. 조금 새로운 방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방향의 관점을 제시하는 것. 제국은 사라졌지만, 제국의 유물은 사라지지 않았고, 많은 것들이 인간이 만들어 냈지만 인간을 다시 지배하고 있다.


참고: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싶은 분께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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