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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01. 2020

핀란드의 지하철 무임승차 후기

새로운 나라에 갔을 때 대중교통을 타는 것은 항상 어렵다. 처음 핀란드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도 그랬다. 북부 지방 오울루에서 주로 생활을 했는데, 그곳에는 지하철이 없다.


그래서 수도인 헬싱키에 처음 갔을 때 처음으로 지하철을 탈 기회가 생겼다.

핀란드의 지하철도 당연히 한국의 개찰구처럼 생겼을 것이라 생각했다. 보통 표를 구입하는 곳이 이런 개찰구 옆에 있다. 뭐든 부딪혀보고 사람에게 물어보는 방법을 선호한다. 핀란드에서도 이 개찰구를 만나면 옆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테니 직원에게 문의를 해볼 생각이었다.


입구를 갔다. 아무런 개찰구가 없다. 이상하다. 한국에서 입구가 아니라 지하로 내려가 개찰구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일 것이라 생각하고, 밑으로 더 내려갔다. 개찰구를 기다리고 기다리며 계속 내려갔다. 그랬더니 결국 개찰구는 나오지 않고, 지하철에 도착을 해버렸다.

티켓을 어디에서 구입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티켓을 구입했는지 체크하는 방법도, 사람도 없었다. 지하철을 타러 오는 도중 티켓을 구입하는 사람도 못 봤다. 정신없는 와중 타야 하는 지하철이 도착해 지하철을 탑승했다. 의도치 않게 무임승차를 했다. 친구의 집에 도착을 해서 대체 지하철 개찰구가 어디 있는지, 티켓은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 물었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헬싱키 지하철에는 개찰구가 없다. 관광지라면 관광객들이 일회용 티켓을 구입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현지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에서는 HSL이라는 앱에서 한 달 정액권을 자발적으로 결재해 사용하거나, 매번 지하철을 탈 때마다 티켓을 끊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 입구에 있는 이 작은 기계에 카드를 자발적으로 찍어야 한다. 트램을 탈 때도 마찬가지다. 대중교통에 탄 이후 자발적으로 티켓을 구입하거나 카드를 찍는다. 물론 불시에 검사를 해 티켓을 구입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벌금을 부과한다. 그럼에도 아예 개찰구가 없는 것은 충분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헬싱키의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더 멋진 점은 주변에 모든 친구들이 당연하게도 매번 지하철을 이용할 때 마다 자연스럽게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다. 단 한번도 무임승차를 하는 친구를 보지 못했다. 약간 감동도 받았다.


사람들이 무임승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자발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금액을 지불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무임승차를 하는 사회라면 위와 같은 형식은 사용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극 소수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신뢰가 가능한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의 공통점에는 항상 "고신뢰"가 있다. 신뢰는 실질적,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다. 개찰구가 필요하다면 개찰구를 설치하는데 비용이 필요하다. 사람이 많은 바쁜 시간 개찰구 때문에 발생하는 병목현상은 모두의 시간을 뺐는다. 이 역시 비용이다. 신뢰가 있다면 개찰구는 필요 없다.


다른 예로 자전거를 생각해보자. 자전거를 살 때 자연스럽게 라커를 같이 구입한다. 비싼 자전거는 도난의 위험의 더 크기 때문에 더 비싼 라커를 구입한다. 그러나 만약 모두가 자신의 자전거가 아닌 자전거에는 손을 대지 않는 사회라면 어떨까? 라커를 구입할 필요 없을 것이다.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이 조금 더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낸 세금이 좋은 곳에 쓰일 것이라는 믿음. 그렇기에 기쁘게 세금을 내는 시민. 탈세범을 잡으려는 조사가 필요 없는 사회. 나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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