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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an 17. 2019

해외에서 인지하는 나의 국가, 대한민국

오울루 대학 핀란드 교환 학생 일기#5

이번엔 핀란드에 대한 것보다는 교환학생의 경험 자체에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



1. 다양한 생각, 경험


정말 좋은 경험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다. 

가끔 여행을 다니며 경험하기도 했고, 외국인 친구들도 몇 명 있다. 그러나 6개월 동안 한 곳에서 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다른 경험이다. 

색다른 환경에서 색다른 사람들의 매일매일은  많은 경험치를 내게 준다. 



2. 무지, 무관심 


21세기를 가장 특징짓는 한 단어는 citizen of world(세계시민)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 세상은 글로벌화되어 있으며 서로 친숙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서로에게 많이 무지하고 무관심한 것 같다.


유럽에 이렇게 많은 나라가 있는지 몰랐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는 처음 들어 봤다. 또한 홍콩과 중국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잘 몰랐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은 한국이 일본이랑 문화와 습관이 거의 같은지 물어본다. K pop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내가 만난 유럽 친구들은 한국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것이 없다. 한국 음식도 잘 모르고 문화도 전혀 모른다.



3. 한국인


그나마 한국에 대해서 좀 아는 친구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너도 춤 잘 춰?", "드라마 좋아해?", "너는 한국인인데 영어를 되게 잘한다!?" 


한국에서 내겐 "한국인"이라는 특징은 없었다. 모두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선 나를 가장 대표하는 특징은 "한국인"이라는 특징이다. 


 왜 대체 한국인이라면 춤을 잘 추고 드라마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을 하는 것일까. 어떤 친구는 정말 선의로 영어를 잘한다는 칭찬을 해줬지만, 그 칭찬을 굉장히 의외라는 듯이 말하는 친구가 가끔 있다. 동양인은 모두 영어를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독일인이면 맥주 많이 먹을 것 같고, 이탈리아인이면 사랑꾼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긴 했다. 생각보다 그 선입견이 기분 나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심지어는 아시아인들 3명이서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오더니 이렇게 물었다. "너네는 왜 영어로 이야기하는 거야?"

그 친구 눈에는 똑같이 생긴 애들 3명이서 굳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데 영어를 사용하니 뭔가 이상 했을 것이다. 이렇게 아시아를 모른다. 그 똑같이 생긴 3명은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으로 서로 인사말 외에는 모국어로 대화할 수 없는 사이이다. 당연히 영어로 이야기한다.


(친구들 사진) 왼쪽부터 Gun, Serena, Yu, Robin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독일인)



4. 영어


그래서 영어는 중요하다. 지금까지 인사한 친구들이 대략 50명은 넘는다. (너무 많아서 이름도 잘 기억은 안 난다.) 그중에서 영어가 모국어인 친구는 3명이다. 미국인 1명, 호주인 2명. 나머지는 모두 각자의 언어가 있다. 프랑스인, 독일인, 이탈리아인, 중국인, 일본인, 핀란드인 등등. 


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집단의 공용어는 영어이다. 각자의 억양의 영어로 소통한다. 

영어는 이제 미국인이나 영국인, 호주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배우는 언어가 아니다. 외국의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하는 공용어이다. 영어를 잘 말하고 듣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하락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 새로운 문화를 위해서 일단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바로 영어이다. 



5. 콩글리쉬


 Konglish(콩글리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콩글리시라는 단어를 마치 틀린 영어의 의미로 사용한다. 발음이 촌스럽고, 원어민 같지 못한 것을 뜻한다. 

대체 이 원어민이 누구인가. 실제로는 미국의 아나운서의 발음을 말하며, 이 또한 미국 한 지방의 발음에 불과하다. 


전 세계의 각각의 지방에서 각자의 발음으로 영어를 한다.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수많은 유럽 국가들의 영어 발음이 조금씩 다르다. 영어가 모국어인 인도, 영국, 호주, 미국의 악센트도 다 각각 다르다.

물론 나는 미국식 영어에 익숙해서 가끔 다른 악센트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다른 것이지 절대 틀린 것이 아니다.


콩글리쉬는 잘못된 영어가 아니라, 한국식 영어가 되어야 한다. 한국인의 정서를 반영하고, 한국인 특유의 발음이 들어간 영어. 물론 서로 알아듣기는 편해야겠지만 나의 발음을 억지로 미국인처럼 만들 필요는 전혀 없다.

 


6. 의외로 핀란드를 느끼기는 어려움. 


교환학생을 분명히 핀란드로 왔는데 인사한 핀란드 친구는 2명이다. 그리고 아직 핀란드 전통음식은 하나밖에 먹어보지 못했다. 다양한 유럽 친구들은 만나지만 정작 핀란드를 온몸으로 느끼진 못했다. 



(유일하게 먹은 핀란드 음식, joulutorttu, 크리스마스에 먹는 파이)



6. 외로움과 피곤함


생각보다는 외롭다. 가끔 사람들 곁에 있을 때에도 공허함을 느끼고, 약속이 없어 혼자 방에 있을 때는 더욱 쓸쓸하다. 한국인과 한국어가 내게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서로 각자의 역사와 문화의 디테일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프랑스의 정치에 대해 풍자한다. 각자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네덜란드어를 조금씩 할 줄 안다며 인사말을 주고받고 웃는다. 그리고 각각의 지방마다 다른 사투리를 이야기하며 웃는다. 


나는 단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따라 웃었다. 파티에선 영어가 더욱 불분명해지고 빨라지는 것도 영향이 크다. 그러나 영어자체보다는 배경지식이 문제다. 유머는 서로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배경지식이 같을 때, 그리고 그 배경지식의 맥락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럽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금 외롭다. 


그리고 너무 피곤하다. 영어를 쓰고 듣는 것은 내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영어를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집에 들어와 쉬고 싶을 때 까지도 내 룸메이트들은 영어를 쓰고 최소한의 소통은 영어로만 가능하다. 그래서 조금 피곤하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마음껏 한국어를 쓰면 참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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