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응수가 외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나라이지만, 우연히 그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문화가 재미있어 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그 나라에 여행을 가게 되었고, 그 나라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 나라에서 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던 중 우연히 방송에 나갈 기회가 생겼고, 아시아인이 많지 않은 그 나라의 특성 덕분에 자신을 알려 방송을 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유명인이 된 것이다. 전혀 새로운 곳에서 예상치도 못한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응수는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응수는 sns를 보던 중 우연히 아래와 같은 밈을 보게 되었다. 아시아인을 대놓고 놀리는 밈이었다. 응수는 너무 화가 났다. 더 화가 났던 일은 자신과 함께 지냈던 친구들이 이 밈이 너무 웃기다며 sns에 자꾸 공유하는 일이었다.
응수는 마치 그 국가의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도 화가 났기 때문에 응수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위로를 받고도 싶었다. 응수는 그 나라의 언어로 sns에 글을 올려 이 밈을 비판했다. 이것은 전혀 웃기지 않다고 말이다. 이 밈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고 말이다. 앞으로는 제발 이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적어도 응수는 자신의 친구들, 자신을 좋아해 주었던 사람들은 자신을 지지해 줄 것임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렇게 응수는 씁쓸한 기분과 함께 홀로 집에 아껴놓았던 소주를 까서 마셨다. 씁쓸함과 외로움을 안주 삼아 소주를 한 병을 다 비웠다. 그렇게 술김에 일찍 잠에 들었다.
응수는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sns를 확인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sns에 댓글이 수천개가 달렸다. 응수의 sns에서 댓글로 사람들은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한쪽은 응수의 일에 공감하고, 응수를 위로해주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굉장한 비난조였다.
유머는 유머로 넘어가야지, 아시안들은 유머를 몰라
그렇게 매번 진지해서 어떻게 사나?
네가 뭔데 우리를 훈계해?
맘에 안 들며 니 나라로 돌아가!
한마디 한마디가 응수의 가슴에 꽂혔다. 분명히 응수를 지지해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응수의 눈에는 그것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모두가 응수를 배척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욱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 몸에 나오는 배우가 직접 자신의 SNS에 그 밈이 너무 웃기다고 포스팅을 올린 것이다.
반으로 갈라졌던 응수의 포스팅에 대한 댓글은 이제 한쪽으로 통일되었다.
본인이 괜찮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혼자 쇼를 다하는구먼
응수는 정신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더 최악인 것은 응수 스스로 본인이 지나치게 예민했는지 반추해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응수는 그 나라에 대한 온갖 정이 다 떨어졌다. 얼른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응수는 이미 그 나라에서 많은 터전을 닦아 놓았다. 이 일 하나 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다시 포기해야 한다. 응수는 한국에서 많은 연예인들이 이런 이유에 휘말릴 때마다 사과문을 올렸던 것이 기억이 났다. 응수는 자신의 sns에 다시 글을 올린다. 사과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부끄러운 일이네요.
부끄러워야 할 대상은 누구일까? 응수일까? 저 밈을 처음에 올린 사람일까? 그 밈을 웃기다고 포스팅 한 사람일까? 응수의 sns에 공격을 한 사람일까? 이 일을 보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