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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18. 2021

연구자로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

들어가며


 나는 2015년에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에 진학하여 공부하고 있는 STEM의 선배 회원이다. 학부를 졸업한지 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고, 조심스레 미래를 계획해보곤 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불안감을 항상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앞선 다른 STEM 회원들의 솔직한 진로 고민 이야기를 읽으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였던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랐고 그래서 많은 공감을 하였다. 고등학교 시절의 우리는 ‘물리’나 ‘화학’같은 자연 과학 과목에는 비교적 익숙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공학’을 겪어볼만한 기회가 좀처럼 없기 때문에 대학을 진학할 때 내가 정말 공학을 즐길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곤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대’를 선택하였고, 그 안에서 점차 공학에 빠지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 또한 그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이를 통해 용기를 얻고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글에서는 학부시절, 그리고 대학원을 진학 했을 때 겪을 수 있는 고민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그럼으로써 학생들이 조금 더 먼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진로 고민의 한 단면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박사 유학을 준비하기 시작하다


 내가 본격적인 대학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한 것은 조금 늦은 시기인 3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사소한 일로도 불안해하는 소심한 성격 탓인지 진로에 대한 별 생각이 없었던 저학년 시절에도 나름 꼼꼼하게 수업 과제를 제출하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학점을 관리 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함 때문이었다. 졸업 후 어떤 일이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적어도 낮은 대학교 성적표 때문에 그 길을 못걷게 되는 것 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시작한 약 2년동안의 군복무 기간 동안, 전공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영어와 수학을 많이 까먹어서, 전역과 복학을 한 뒤에는 하루하루 수업을 따라가기에도 정신이 없었던 지라 미래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군복학 후 정신 없이 바쁘게 몇 학기를 보내고 마침내 4학년이 될 무렵에는 그래도 제법 전공과목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본기가 생겨서 수업을 들으면서 동시에 좀 더 먼 미래에 대해 고민해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더욱이 4학년에 진학하게 될 무렵부터는 대학 동기 친구들이 한 명씩 “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휴학을 한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관심 있는 연구실의 연구원으로서 인턴을 시작한다.” “바로 산업계에 취직을 할 것이니 산학장학금을 신청하였다.” 는 등, 각자의 진로 계획에 따라 점차 다른 길을 찾아 걷기 시작하는 모습들을 보게 되었고, 그제야 나는 학부 과정을 마치고 난 뒤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나’ 자신에 대해 궁금해지게 되었다.  


 지난 2~3학년 동안 정신없이 전공 수업을 따라가는 일 외에는 특별히 경험했던 일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진로는 여러 전공 과목들 중에서 유독 재미있게 공부 했었던 ‘유체역학'과 연계된 대학원 연구실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4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부터는 관심있는 연구 분야 교수님께 컨택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연구실 인턴을 하며 평화로운 4학년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던 중, 문득 최종적으로 진로 선택을 하기 전에 먼저 내 앞에 놓인 다양한 진로에 대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충분히 알아보고 고민하고 난 뒤에 결정하지 않는다면 훗날 큰 후회를 하게 될 것 같아 뒤 늦게 갑작스럽게 진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졸업까지는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만 남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직접 겪어보기보다는 나보다 앞서 길을 가고 있는 선배들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전해 듣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핸드폰 연락처를 뒤져 산업계, 공공 기관 연구소, 그리고 내가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박사를 졸업하고 자신만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으신 선배님들에게 “형 잘 지내세요? 제가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인데 커피 한잔 할 수 있을까요?”라며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이들 중 몇몇 분들은 나와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니었으며, 심지어는 전혀 나를 기억하지도 못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러나 후배에게 갑작스럽고 어찌보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연락을 받은 모든 선배분들이 귀중한 시간을 내어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며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선배님들은 주로 나보다 나이가 4~5살 정도 많았는데, 그분들의 경우 학부를 졸업한 이후 자신의 커리어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경력을 쌓으면서 동시에 본인이 직접 겪어 봐야 알 수 있는 현실적인 고충과 현재 진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주셨기 때문에 비슷한 길을 선택한다면 향후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실감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었던 점은 이 시기에 내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선배들 중에는 유학이라는 진로를 선택 하셨던 분은 없었음에도, 이 과정에서 내가 결국 박사 유학을 준비하기로 결심하게 된 사실이다. 이야기를 나눈 몇몇 선배님들이 꽤 공통적으로 유학의 길을 도전해보지 않았던 과거의 선택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씀을 하셨고, 본인의 동기들 중 몇명이 국내 대학원에서 석사를 졸업 한 뒤 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에 조선해양공학이 아닌 다른 학문을 주제로 유학을 나간 선배님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당시에는 도전적인 커리어가 왠지 멋있어 보였기 때문에 박사 과정 유학에 서서히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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