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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30. 2019

내게 가장 어려웠던 것, 휴식.

쉬고 싶은 자신을 허락해 주세요.


사람들마다 각자 어려운 것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책을 읽는 것이 어렵다.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려고 하면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도 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는 것, 계획한 것을 끝까지 수행하여 마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게는 그 어떤 것 보다 어려운 것이 있었다. 바로 쉬는 것이다.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아시하라 가즈코> 참고


사실 지금은 조금 휴식이라는 것을 배워가며 휴식이 그렇게 까지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대략 2018년 1학기쯤을 생각해보면, 내게 있어서 휴식은 정말 어려웠다.




나의 대학 생활은 흔한 대학생의 클리셰이다. 1~2학년 때에는 공부가 하기 싫었다. 당연히 열심히 술을 마시고 친구들을 사귀었다. 대략 술과 함께 3학기를 지내고 술병도 2번이나 나서 응급실 신세까지 지고 나니 술에 대한 흥미는 줄어들었다. 대략 현자 타임이 왔고, 마침 하고 싶은 것도 생겼다. 공부를 하려 선 처니 노는 습관이 제대로 잡혀 어려웠다.


전문 연구요원으로 군대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군대를 가기 싫어 대학원을 가기는 싫었다. 마침 신검을 받으니 4급 공익이기도 해서 2016년 3월 자로 복무를 신청했다.


운이 좋게 한 번에 합격했다. 군대에 붙었다는 문자를 보고 30초간 기쁘다가 이후 30분간 기분이 나빴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군대를 지내고 2018년 3월에 복학을 했다. 나의 전역 날짜는 2018년 3월 13일이었다. 휴가를 아껴서 복학을 했다.


사정이 있어 경제적으로 일부 독립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 전세금을 도와주셨다. 그러나 이외에 생활비와 관리비는 내가 충당해야 했다.


장학금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나의 생활비를 위해서 학원 알바를 했다. 그 와중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상이 있었기에 대외활동도 놓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말 높은 학점을 받았고,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굶어 죽지 않고 집값을 다 냈다.


주변에 많은 친구들은 나를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나의 내면은 그렇게 멋지진 않았다. 나는 그즈음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23살의 대학생이 겪는 스트레스. 사실 별거 아닐 수도 있다. 돈을 벌고 장학금을 받아야 했던 나의 스트레스는 적어도 내게는 가볍지는 않았다.


단순히 생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뛰어났던" 학생이다. 그렇기에 나의 정체성은 "뛰어남"이다. 학원 알바를 해도 잘해야 했고, 공부도 내가 열심히 하는 한 뛰어나야 했다. 뛰어남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당연히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밖으로는 높은 학점과 학원에서도 인정을 받고 멋지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 준비를 위해 나는 쉬지 못했다.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공부를 하거나 대외활동을 하거나 알바를 했다. 가끔 물리적으로 쉬곤 했지만 내 머릿속에선 항상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쉬어도 되는 건가? 힘들다 할 수 있을까?


그때, 내가 아주 힘들어하는 상황에 있을 때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다. 책 제목과 책의 표지가 참 도망가고 싶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 책을 잡고 싶게 만들었다. 


우리는 언젠가 한 번쯤 항상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산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정말로 도망을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항상 마음으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현실로 이루지는 못한다. 언제나 나보다 힘든 사람은 있기에, 겨우 나 정도의 힘듬을 가지고 뭘 도망씩이나 가려고 하는가. 가끔 어른들에게 힘들다 하면


너만 힘든 거 아니니까 힘 좀 내고 인마


이런 이야기도 참 많이 들었다.


적어도 힘들 자격은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 일단 도망가진 못하더라도 힘들 자격은 있다. 힘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쉬어야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 경우에 쉴 시간이 전무하진 않았다. 정말 쉴 수 있는 시간, 혹은 꼭 쉬어야만 하는 시간에도 나는 잘 쉬지 못한다. 사람이 어떻게 계속 일 혹은 공부만 하겠는가. 반드시 쉬어주어야 한다. 


헌데 나는 쉬는 게 참 어렵다. 괜히 쉬면 불안하고, 할게 많은 것 같아서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리는 쉬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나의 마음을 끌었던 한 문구가 있다.


참 좋은 말이다. 내게 좋은 휴식은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과연 좋은 휴식이 무엇일까 참 많이 고민했다. 

그냥 쉬는 것이 아니고, '쉬고 싶은 자신'을 마음으로 허락하는 일. 참 마음을 울리는 문구다. 


지금 도망가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연 그 사람이 도망갈 자격 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망가는 것, 그거 정말 쉬운 일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물리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적어도 그 시간마저 머릿속으로 나를 괴롭히며 쉬지 못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쉴 수 있는 시간만큼은 쉬고 싶은 나를 인정해주고 쉬자.


p.s 핀란드의 사우나는 휴식으로 최고다. 정말 최고다. 우리 집에도 하나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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