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건 Apr 12. 2022

[보이스피싱]서울 중앙 지방검찰청 김진호 검사의 전화

"안건 씨 맞으십니까." 이렇게 010 번호로 전화가 왔다. 가끔 학과 행정실이나 기숙사 이런 곳에서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어 맞다고 전화를 받았다. 


본인은 박성호 수사관이며 귀하는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해 72명이 고소해 조사자로 지명되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그리고 2021-형제-8052 건으로 조사가 되는 중이니 담당 검사로 전화를 바꿔줄 테니 전화를 받아 조사를 충실히 받으라고 했다.  


서울 중앙 지방검찰청 김진호 검사에게 전화가 다시 왔다. 서울 어딘가에 거주하는 49세 강인철을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니 강 씨는 금융범죄사기조직이고, 현재 약 30% 정도가 검거되었으며 수사과정에서 내 이름으로 된 대포통장이 발견되어 전화를 했다고 했다. 


대포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끼고 있어 cctv 상으로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내가 아니라고 입증이 어렵다고 했다. 


현재 공범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중이며, 지금의 수사에서 무죄를 입증할만한 내용이 밝혀진다면 피해자 신분으로 바뀌게 되고, 그렇게 되면 3개월간의 9번의 재판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고, 따로 변호사를 선임해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은 내가 실제로 피의자인지 피해자인지 밝혀야 하니, 모든 질문에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으며 거짓이 있는 경우 바로 피의자 신분으로 변환할 것이라고 했다. 


무려 2시간 동안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했으며, 고소, 고발, 재판 일정, 긴급체포 및 고압적인 말투로 유선 수사가 진행되었다. 카톡으로 관련된 서류를 보내주었는데 정말로 내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법무부의 서류들, 고소증 등등이 날아왔다. 


거기에 검거되지 않은 강인철 검거를 위해 제삼자에게 내용을 유포할 경우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하는 죄에 해당하며 벌금형 및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최인철이라는 사람과 정말로 거래한 내역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나의 계좌 내역을 확인하는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한다고 했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나의 무죄가 입증되면 오늘 내로 피의자 신분에서 피해자 신분으로 검사인 자신이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격조정을 통해 디지털 포랜식을 진행한다고 하면서 나의 휴대폰에 anydesk 원격제어 앱을 깔게 했고, 또 특정 url에 들어가서 새로운 app(피싱 아이즈라는 앱)을 깔게 했다.


그렇게 디지털 포랜식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계속 수도 없는 서류들이 왔고, 정말로 진짜 사건에 연루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질문을 받는 동안 내가 웹툰 다시 보기 사이트에 들어간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과거에 이태원 클래스 웹툰을 다시 보기로 보고 싶어 해당 사이트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아마 거기에서 나의 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때 정말 어이가 없었다. 웹툰 다시 보기 웹사이트 한번 들어갔다고 나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대포통장을 만들게 되고 이게 금융범죄에 연류가 되다니...) 


그러더니 조사를 위해 나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통장을 전부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나의 통장에 있는 인출기로 가서 꺼낸 다음, 그 일련번호를 금융감독원이 역추적해야 한다고 했다. 이때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갑자기 돈을 인출하라니 뭔가 이상했다. 


그전까지는 내 개인정보에 대한 내용을 자신들은 묻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 강조했고, 원격제어를 할 때에는 내 휴대폰 사진에 있는 개인정보를 모두 지우라고 했다. 그래서 보이스피싱은 절대 아닐 거라고 믿으며 무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전화를 계속 받고 있었다. 


내 통장에 있는 모든 금액을 다 빼야 한다고 했다. 무려 한 통장에서  600만 원씩 빼야 한다고 했다. 일단 그 통장에는 600만 원이 있지도 않았고, 나의 하루 출금 금액이 넘는 금액이라 불가할 것 가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른 통장에 있는 금액을 넣어서 600만 원을 맞추고 출금 금액을 변경한 다음 출금을 하라고 했다. 듣자 하니 일일 한도가 600만 원인데 그것으로 맞추고 금액을 출금하라니 이상했다. 이때 처음으로 보이스피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서울 중앙 지방검찰청 김진호와 보이스피싱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봤고, 찾아보니 보이스피싱의 상당히 전형적인 스토리라고 했다. 기사들이나 인터넷 블로그를 보니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 같았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jimi0424&logNo=220122513805

https://brunch.co.kr/@maluyoung/8

http://www.uj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287996


그제야 이게 사기라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서에 가서 관련한 내용들을 다 알려주고, 휴대폰을 스캔받고 왔다. 가서 진짜 수사관들이 보니 서류들이 조작된 것이라고 했고, 

왼쪽 서류 같은 경우 1번을 보면 상대방에게 고소장이 접수된 사실을 통지하는 것에 아니오라고 체크했는데 나에게 통보한 것은 모순이라고 말해주었으며, 오른쪽 서류의 경우 검찰은 어떤 경우에도 민원인에게 영장, 재직증명서, 공무원증 등을 사진 촬영하여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내가 받은 서류들은 다 조작인데, 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실제로 이런 서류를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무려 이 어이없는 전화 때문에 나의 3시간을 허비했고, 경찰서까지 다녀오느라 1시간 반을 더 사용했다. 기사나 뉴스 등을 통해 접하는 보이스피싱을 보면 저런 걸 대체 사람들이 왜 속나 생각했는데 수법이 대단하다. 앞선 2시간 반 동안은 출금을 하라는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수많은 진짜 같아 보이는 서류들을 보내 내가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게 하고, 한참 동안 나를 패닉 상태로 만들고 난 다음 본인들의 본래 목적을 꺼낸다. 심리학 공부를 꽤나 많이 한 것 같다. 해당 서류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인지, 아니면 바로바로 만들어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리얼하다. 


경찰의 경우 실제 이런 사건에 혐의가 생기면 서로 나오라고 하지 절대 이렇게 전화를 오래 한다고 하지 않는다. 검찰 사칭 피싱이 의심된다면 010-3570-8242로 서류들을 사진 찍어 보내면 해당 서류들이 진짜인지 조작된 것인지 검증을 해준다고 한다. 나도 위의 블로그 글 덕분에 의심을 하고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 수법이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최대한 내가 기억하는 보이스피싱의 내용을 글로 적어 다른 사람들도 피해를 받지 않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좋겠다. 


나의 아까운 4시간 반을 허비했지만, 다행히 돈이 빠지진 않았으니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받을 수 있을 법한 것에 대한 백신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다시는 웹툰 다시 보기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겠습니다ㅜㅜㅜㅜ


다들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똑바로 얘기해봐. 코로나가 문제니, 게이인 게 문제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