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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l 12. 2022

노력의 진짜 보상은 바로 오지 않는다.

노력은 힘들다. 게으름과 나태는 달다. 게으름과 나태가 단 이유는 단순하다. 그 보상이 바로 오기 때문이다. 시간적 딜레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력은 다르다. 시간적 딜레이가 제법 많이 발생한다. 공부를 지금 한다고 당장 보상을 느끼긴 어렵다. 시간이 지나고 좋은 성적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더 어렵고 멋지다고 말하는 일일수록 노력은 길어야 하고 그 노력이 결국 보상으로 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 


멋진 몸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렇고 글쓰기 역시 그러하다. 책을 쓰는 것은 더욱 그렇다. 


작년에 열심히 일했던 것 책이 지난주에 출판되었다. 이번이 3번째 책이다. 글을 쓰고 그것이 책으로 출판되는 데에는 평균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책을 쓴다는 노력은 최소한 1년 이후의 직접적인 보상을 기대하면서 투자하는 것이다. 

대학을 다닐 때 첫 책을 출판했다. 책을 출판한다는 것 자체가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처음이었던 만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쓰였다. 컨택하는 요령도 없었고, 출판사가 큰 곳이 아니라 퇴고를 비롯한 클라우드 펀딩 그리고 마케팅까지 직접 해봐야 했다. 결과적으로 책은 약 1000권 정도 팔리며 여행 에세이 분야별 베스트셀러에 안착하며 성공했다. 


그러나 1000권의 책 판매조차 바로 보상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 해 유학에 도전했었는데, 지원한 학교들에서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책을 쓰지 않고 그 시간에 유학 준비에 지원했다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불합격 통보를 받고 난 뇌는 비판할 거리를 찾게 되었고, 책을 쓰느라 나의 에너지를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타깃이 되었다. 타깃이 되고 나니 만들어 낼 이유는 너무도 많았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생한 결과인데 내게 들아오는 수익은 150만 원이다. 최저시급과 비교할 수도 없는 정도다. 내가 유학을 가려고 하는 분야는 결국 공학이고 뇌과학인데, 이런 교육학이니 사회학과 관련된 책을 쓰는 것은 내 커리어에 결국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그 노력으로 비교적 빠른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학교 시험이나 연구실 인턴에 투자했어야 한다." 등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이유로 내 선택에 아쉬움을 만들어 냈다.  


그래도 다행히 글쓰기가 주는 보상이 끊기지 않은 덕분에 글쓰기 자체에 대한 노력을 놓지는 않았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 벌써 내가 출판한 책이 3권이다. 출판한 책이 3권쯤 되니 이제는 나의 정체성을 "작가"로서 가져가게 된다. 그 정체성이야 말로 그 어떤 것보다 큰 보상이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나를 크게 지탱했던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 이제 연구를 하는 사람이니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대학원생으로서 핵심적인 역량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연구는 참 쉽지 않았다. 연구 자체가 어렵기도 전에, 연구할 적절한 주제를 잡는 것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니 내가 다른 한 손에 잡고 있던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럴 때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이 바로 이 "작가"라는 정체성이다. 내가 무언가에 뛰어나지 않아도,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사실 뛰어나거나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누군가와 비교를 통해 만들어지는 정체성은 나를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작가"라는 정체성은 매일 꾸준히 읽고, 쓰기만 하면 된다. 그렇기만 해도 나를 지탱해줄 정체성이 생기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도 생기고 있다. 이제 석사를 곧 마치고 박사로 유학을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많은 외국의 교수님들과 미팅을 하고 있는데, 그때 내가 꾸준히 글을 써왔고 3권의 책을 출판했다는 사실이 아주 큰 장점으로 어필이 된다. 내 연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지 않더라도, 나의 생각을 문자로 바꾸어 정리하고, 원하는 바를 꾸준하게 노력해 하나의 결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성실성을 봐주시는 것 같다. 책을 써왔던 것이 나에게 직접적인 기회로서 보상해주고 있다. 


처음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2019년 초, 출판한 것이 2020년 8월이다. 그 노력들이 이제 내가 느낄 수 있는 보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역시 노력의 진짜 보상은 바로 오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그 노력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내게 보상으로 돌아올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방향성이 설정된 노력이라면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것을 경험했기에, 오늘 또 글쓰기라는 노력을 한다. 이 노력들이 모여 다시 내게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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