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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l 22. 2022

높이 쌓는 게 전부일까?

젠가라는 게임을 아는가? 젠가는 왼쪽 사진의 나무 탑에서 나무 조각을 하나하나 빼고, 그 뺀 조각을 원래 탑 위에 올리는 게임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나무를 무너트리는 사람이 게임에서 지는 게임이다. 



위 두 가지의 젱가는 어떤 이미지로 보이는가? 왼쪽은 단단하고 견고한 모습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반면 오른쪽은 툭치면 쓰러질 것 같고, 하나만 더 빼도 넘어질 것 같이 불안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오른쪽 사진의 젠가 같다. 탑을 높게 쌓고 싶다. 탑을 높게 쌓아야 눈에도 들어온다. 무엇보다 다들 탑을 높게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나도 탑을 높게 쌓으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다른 곳에서 나무토막을 구해 오거나 새로운 나무토막을 만들며 느리지만 견고하게 나의 탑을 쌓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과정이 너무 답답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다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을 나무 조각을 하나쯤 빼서 위에다 쌓아도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나무토막을 구하는데 노력이 들지 않기에 탑을 올리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리고 워낙 견고하게 쌓아놓은 탑이기에 나무토막이 하나쯤 없어져도 문제없다. 여전히 튼튼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번 효과적으로 탑을 쌓는 것을 경험해보고 나니 이전에 했던 방식이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빨리 탑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을 놔두고 왜 견고하고 천천히 탑을 쌓아가겠는가? 


그렇게 내 안에 있는 나무 조각을 하나씩 하나씩 빼다 보니 어느 순간 오른쪽 젠가처럼 된 것이다. 분명히 남들보다 빠르게 탑을 쌓았기에 높이 쌓을 수 있었다. 문제는 탑이 너무도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더 이상 내 안의 나무 조각을 뺄 수 없다. 그랬다가는 분명히 지금까지 공들여서 쌓아놓은 탑이 무너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나무 조각을 위에 쌓는 것도 영 불안하다. 아래와 중간이 텅텅 비어있는 상태로 위에 계속 하나씩 나무 조각을 쌓자니 이것도 언젠가 무너질 것만 같다. 


이 모습이 한동안 나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성과를 내는데 모든 관심을 빼앗겨 내 몸을 돌보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많이 받았고, 휴식은 취하지 않았으며 내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열심히 달리고는 있었으나 어느 방향으로, 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곰곰이 돌아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불안정한 젠가를 쌓고만 것이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한동안 하는 일에 실패가 많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 실패로 인해 많이 좌절했다. 

실패가 다가오면 크게 기뻐해도 좋다. 당신의 수준보다 높은 과제가 눈앞에 나타났고, 곧 레벨 업할 거라는 듯이니까 - <역행자, 자청> 

저 불안정한 젠가를 다시 쌓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제 그 듬성듬성한 사이를 채우는 일이다. 한동안 눈에 보이는 성장이 없더라도 말이다. 다시 돌아보니 그간의 실패는 내가 무언가 방향성을 잘못 잡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제 높이 쌓는 것은 그만두고 탄탄한 내실을 다지면서 다시 한번 레벨업 하라는 뜻이었다. 탑은 높아지지 않겠지만, 그렇기에 주의의 탑들이 높아지는 것을 보며 불안하겠지만, 그럼에도 꼭 하나씩 하나씩 빈 틈을 채워가야 한다. 그것이 멈추어 내가 가는 방향이 어디인지 살펴보고,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목적지는 어디었는지 돌이켜 보는 것이다. 그것이 내게 지금 필요한 레벨업이다. 


레벨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독서와 글쓰기다. 독서를 하면 무언가 꼬여있는, 한동안 실패했던 내 삶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부지고 출세한 성인이 되는 데는 역경과 실패가 필수적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66p 
실패란 없다. 오직 경험만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215p
삶은 때로 엉망진창인 게 사실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한 일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105p

독서를 통해 내가 도전했다 이루지 못한 것들이 나를 성장시켜 줄 것을 믿을 수 있으며, 나아가 그것이 결국은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생각들을 축적하고 발전할 수 있다. 인간의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너무도 추상적이다. 이런 추상적인 생각들은 쉽게 축적되고 발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을 글이라는 도구로 논리적으로 가공하면 내가 가진 생각들이 정리가 된다. 그렇게 생각들이 정리가 되어야 나의 생각이 발전하고, 나의 탑의 구멍을 하나씩 하나씩 메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적지 않으면 분명히 내일도 오늘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높이 쌓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기준의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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