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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13. 2019

"아시아 포즈 지어봐!!" 인종차별?

오울루 대학 핀란드 교환 학생 일기 #20

바다를 다녀왔다. 

바다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바다가 전부 얼어서 걸어 다닐 수 있다. 가까운 곳에 섬이 있는데 겨울엔 전부 얼어 섬까지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워낙 바다를 좋아하기에, 바다를 보아 필자는 아주 신이 났다. 



1. 아시아인 포즈


친구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평소에 굉장히 시끄럽고 말 많고 웃긴 친구이다. 재미있는 친구라 평소에 재미있게 잘 지낸다. 그런데 그 친구가 사진을 찍으면서 이렇게 부탁을 했다. "전형적인 아시아 포즈 지어봐!

관광지에서 다들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이걸 보고 아시아인 포즈라고 했다.

이렇게 웃으면서 브이 하는 거 있잖아! 아시아인 들은 다 그렇게 찍던데 ㅋㅋㅋㅋㅋ"

순간적으로 엥? 싶었다. 워낙에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말했고 실제로 나도 어느 정도 웃겼기에 적당히 웃으면서 받아줬다.  드립을 받아주며 웃으면서 "아시아인 포즈"를 취했다. 기분이 좋은 상태였기에 특별한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 


다음 날 sns에 위 사진이 아닌 다른 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댓글에 그 친구가 "아 나는 아시아인 포즈 사진 기대했는데"라고 댓글을 달았다. 역시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였다. 평소에 드립을 많이 하는 친구이니 이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딱히 기분이 좋은 상태도 아니었다. 두 번이나 똑같이 이야기를 하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모두가 볼 수 있게 댓글을 달아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면 그 친구도 민망할 것 같아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너의 그 표현 별로다. 그 표현 별로 재미없다." 


2. 인종차별


이것도 차별일까? 그럼 차별이 뭘까? 

차별(差別)은 합리적 이유 없이 종교, 장애, 나이, 신분, 학력, 이미 형(刑)의 효력이 없어진 전과, 성별, 외모, 성적 지향, 인종, 신체 조건, 국적, 나이, 출신 지역, 이념 및 정견 등의 이유로 고용, 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수당 지급,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에 있어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 배제,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고,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위키피디아)


정리하면, 차별은 "합리적 이유 없이 ~를 이유로 ~에 있어서 특정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다.


한 스테레오 타입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은 하나로 묶어버리는 것. 그것도 차별이다.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쁜 것. 그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유럽 내에서 수많은 스테레오 타입, 유머는 어떠한가? 

프랑스인은 오만하다. 독일인은 재미없다. 스페인인은 시끄럽다. 등도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맥락에 따라 다르다. 차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구조이다. 

https://au.reachout.com/articles/what-is-racism-and-how-to-spot-it


상대적으로 기득권 세력이 비기득권 세력을 대상으로 스테레오 타입을 만드는 것. 그것 만으로도 차별이 될 수 있다. 큰 권력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농담을 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농담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소수자나 약자에게 한다면 그것은 차별이다.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면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차별이다. 


"아시아 인들은 항상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던데?"
"오 영어 엄청 잘하네? (아시아인인데도 불구하고?)"
"너도 셀카 찍는 거 좋아해? 항상 눈으로 보진 않고 다들 사진만 찍던데" 
"칭챙총이 뭐야?(이건 진짜로 몰라서 물었던 말이다.)"
"아시아인 포즈 해봐!" 
"중국어 or 일본어 할 줄 알아?"


들으면서 짜증이 났던 말들이다. "아시아인"이라는 카테고리로 묶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 아시아에 국가가 대략 50개가 있다. 그 사람들은 다 "아시아인 포즈"를 취하는 것인가. 정말 순진하게 칭챙총이 뭔지 물었던 친구도 있다. 정말로 몰라서 물어본 것이긴 한데(듣고 나서 미안하다고 했다.) , 참 이걸 설명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3. 반성


사실 한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공부와 운동 등을 어려부터 제법 잘했던 필자는 차별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차별이 왜 문제인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몰랐다.


상대적 소수자가 되어보니 왜 이런 것이 생기고, 기분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 차별적 표현들은 종류도 많고 다양하다. 한국은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단어가 많다. 흑형과 짱깨라는 표현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이 된다. 


인종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도 많다. "서양인"을 통째로 묶는 것 자체도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서양인에 대해서는 동경 어린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맥락에서는 서양인 역시 소수자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 그런 표현도 그들에게 자유로움을 빼앗아 가는 차별적 표현일 수 있다. 우리가 "서양"이라고 칭하는 곳에도 미국과 유럽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유럽 내에서도 스칸드나비아 반도와 동유럽,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들마다 전혀 각각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동유럽 내에서도 서로 비슷하게 묶으면 기분 나빠한다. 


남성스럽다. 여성스럽다.라는 표현도 차별이다. 특히 남성이 기득권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스럽다는 표현은 여성을 스테레오 타입에 가둘 수 있는 차별적 표현이다. 


그렇다면 과연 필자는 얼마나 차별하지 않는 삶을 살았는지 반성해 보았다. 적어도 그러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다. 그러나 내심 속으로 서양인, 중국인, 흑인 등에 대해서 고정관념을 머릿속으로는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분명히 차별을 받는 사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그룹에서 차별적 이야기를 할 때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불편하긴 하지만 굳이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4.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러면 이러한 차별에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생각보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내가 만난 친구들 중에 대놓고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다!, 성차별주의자다! 외치며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우리의 세대는 그렇다. 대부분 "차별은 나쁜 것이다."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혹시 나는 지금 차별적 발언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잘 한번 생각해보자. 누군가 내게 " 그것은 차별적 발언이다" 이야기했다면 얼른 사과하자. 변명보다는 일단 사과로 말을 시작하자. 차별은 나쁜 것이다. 이 정도는 다들 인지하고 있지 않은가. 차별인지 아닌지는 말한 사람보다는 듣는 사람이 훨씬 더 잘 판단할 것이다.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한 번도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로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몰랐다면 얼른 사과하고 배우자.


본인이 그런 불쾌함을 느끼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냥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이런 친구들이 위와 같은 "실수" 혹은 "실례"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누군가가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다. 대부분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소수자이다. 그냥 한번 참고 넘어가자 해서 웃으며 넘어간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 내가 웃으면서 넘어가면 그 사람은 똑같은 행동을 똑같이 반복할 것이다. 



최대한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면서, "그건 인종차별이다." "그건 사람에 따라 당연히 다르지"등 한마디 정도는 하고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 


나와 집단에 대한 직접적 발언이 아니어도, 차별적 발언이 있다면 불편함을 이야기하자. 누군가 한 명이 이야기하면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이 좀 더 쉽게 동의하며 포문을 열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과 그래야 하는 이유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법"의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https://brunch.co.kr/@annejeong/41



부당함을 더는 참지 않기로 거부하는 것,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이런 것이라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지금껏 세상은 그렇게 진보해왔다. - 정문정.


그렇게 우리도 그렇게 조금씩 세상을 진보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brunch.co.kr/@geonahn/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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