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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y 12. 2024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카르페 디엠, 지금/오늘을 즐겨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미디어에서 유명했던 말이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카르페 디엠과 함께 짝궁으로 나오는 말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죽음을 기억하라. 마치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저주하는 것 같고, 마음을 심란하게 하여 독자를 불행하게 만드려는 것 같을 수 있지만 실은 그 정반대다. 그렇기에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는 함께 짝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그러니 이 소중한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 수 있을지 곰곰히 고민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며 지금을 즐기라는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삶이 무한한 것처럼 자신의 삶에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살아가곤 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삶에는 언젠가 끝이 있음을 기억 한다면 지금의 우리의 모습에 훨씬 더 집중할 것이다. 


약 2주 전, 아버지가 갑자기 응급실을 찾으셨다. 배에 통증이 있어 동네 병원을 찾았더니 응급실로 바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장천공이 의심되었다. 하필 응급실을 간 대학 병원에는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다. 그래서 2시간 엠뷸런스를 타고 다른 대학병원에 가게 되었다. 최대한 수술을 하지 않고 항생제로 치료해보려 처음에는 시도했으나, 경과가 좋아지지 않아 결국 개복수술을 했다. 개복수술을 한 직후에는 관련 수치들이 좋아지지 않아 굉장히 마음 고생을 하셨다. 수술 이후 수치가 떨어지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죽음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셨다고 한다. 다행히 하루가 지나 수치들이 좋아졌지만, 그 하루가 아버지는 굉장히 불안하고 힘드셨던 모양이다. 인상 깊었던 말씀은 그 하루덕분에 자신이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 점이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남은 삶의 우선순위를 바꿔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의외로 죽음에 가깝게 갔던 사람들이 그 이후에 훨씬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외상 후 성장 (Post-traumatic growth)으로 알려진 현상이다. 그 현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깊어지며, 내적으로는 강인해지고, 영적인 가치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마도 삶의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Tedeschi & Calhoun, 1996) 


그렇다고 우리가 성장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메멘토 모리, 라는 오랜 격언이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필연적으로 죽음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가지고 있다. 그 사실은 어차피 변치 않는 진실이다. 그 진실을 기억하는 것 만으로 우리는 외상 후 성장에서의 외상 부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외상 후 성장 하지는 않는다. 개방적이고 낙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 사람들을 둘러싼 좋은 지지체계가 있는 사람이 주로 외상 후 트라우마로 남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한다고 한다.(Reynolds, & Tomich, 2006) 그러니 주변에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들고, 낙관주의자가 되며,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스스로를 만들자.


그리고 죽음을 기억하자. 그렇게 된다면 죽음에 가까운 큰 사건 없이도 충분히 외상 후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우리의 삶에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내적으로 성숙해질 것이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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