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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by 안건

카르페 디엠, 지금/오늘을 즐겨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미디어에서 유명했던 말이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카르페 디엠과 함께 짝궁으로 나오는 말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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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기억하라. 마치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저주하는 것 같고, 마음을 심란하게 하여 독자를 불행하게 만드려는 것 같을 수 있지만 실은 그 정반대다. 그렇기에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는 함께 짝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그러니 이 소중한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 수 있을지 곰곰히 고민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며 지금을 즐기라는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삶이 무한한 것처럼 자신의 삶에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살아가곤 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삶에는 언젠가 끝이 있음을 기억 한다면 지금의 우리의 모습에 훨씬 더 집중할 것이다.


약 2주 전, 아버지가 갑자기 응급실을 찾으셨다. 배에 통증이 있어 동네 병원을 찾았더니 응급실로 바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장천공이 의심되었다. 하필 응급실을 간 대학 병원에는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다. 그래서 2시간 엠뷸런스를 타고 다른 대학병원에 가게 되었다. 최대한 수술을 하지 않고 항생제로 치료해보려 처음에는 시도했으나, 경과가 좋아지지 않아 결국 개복수술을 했다. 개복수술을 한 직후에는 관련 수치들이 좋아지지 않아 굉장히 마음 고생을 하셨다. 수술 이후 수치가 떨어지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죽음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셨다고 한다. 다행히 하루가 지나 수치들이 좋아졌지만, 그 하루가 아버지는 굉장히 불안하고 힘드셨던 모양이다. 인상 깊었던 말씀은 그 하루덕분에 자신이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 점이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남은 삶의 우선순위를 바꿔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의외로 죽음에 가깝게 갔던 사람들이 그 이후에 훨씬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외상 후 성장 (Post-traumatic growth)으로 알려진 현상이다. 그 현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깊어지며, 내적으로는 강인해지고, 영적인 가치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마도 삶의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Tedeschi & Calhoun, 1996)


그렇다고 우리가 성장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메멘토 모리, 라는 오랜 격언이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필연적으로 죽음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가지고 있다. 그 사실은 어차피 변치 않는 진실이다. 그 진실을 기억하는 것 만으로 우리는 외상 후 성장에서의 외상 부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외상 후 성장 하지는 않는다. 개방적이고 낙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 사람들을 둘러싼 좋은 지지체계가 있는 사람이 주로 외상 후 트라우마로 남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한다고 한다.(Reynolds, & Tomich, 2006) 그러니 주변에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들고, 낙관주의자가 되며,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스스로를 만들자.


그리고 죽음을 기억하자. 그렇게 된다면 죽음에 가까운 큰 사건 없이도 충분히 외상 후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우리의 삶에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내적으로 성숙해질 것이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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