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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n 04. 2024

여행의 즐거움

- 상하이 여행기 1

미국에서 진행했던 연구를 드디어 저널에 제출했다. 오래간만에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나는 여행이 좋다.


여행은 다양한 관점을 제공한다. 인생은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삶을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조지 버나드쇼는 말했다. 삶에 정해진 하나의 정답은 없다. 수 없이 많은 관점 중,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의 정답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에서는 획일적인 관점을 가지기 쉽다.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과 같은 역사와 언어를 공유하면서 살면 자연스럽게 비슷한 가치관이 생긴다. 과거의 나는 그 가치관에 염증을 느꼈다. 나는 남들과 다르고 싶고, 다른 가치관을 추구하고 싶은데 한국의 가치관은 그 기준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떠나기 시작했던 여행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여행을 떠나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세상의 다양한 관점을 배우게 된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옳다고 생각했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새로운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진정한 여행은 다른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 프루스트 ”


세상의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만을 배워도 넓은 마음을 가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내게는 세상의 여러 가지 정답이 있다는 것을 배웠던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세상에 여러 가지 정답이  있다는 것을 배우니 오히려 한국의 가치관에 더 넓은 마음이 생겼다. 한국의 가치관도 절대 틀린 가치관이 아니다. 수많은 정답 중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는 훌륭한 후보다. 일부 나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내가 취사 선택하면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벗어나 더 많은 문화를 경험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나의 많은 부분이 생각보다 한국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행을 떠났던 것이 오히려 나의 가장 큰 정체성 중 하나인 ‘한국인’을 받아들이고 수용하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 즉흥적일 수 있다. 나는 기질적으로 즉흥적인 면이 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MBTI검사를 하면 항상 P의 성향으로 나온다. P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놀라곤 하는데, 이는 아마 매일매일 하루를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이 가진 천성과는 별개로 하루를 생산적으로 잘 보내고 싶다면 하루는 반드시 계획해야 한다. 계획하지 않고 일을 하면서 일을 생상적으로 보내는 방법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을 계획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의 즉흥성은 평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삶에서는 억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나의 즉흥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지다. 나는 여행에서 계획을 최소화한다. 교통편과 첫날의 숙소 정도면 충분하다. 그 외에는 모든 것들을 그 순간순간 나의 욕구에 충실하여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아무 때나 그 순간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느끼는 충족감은 여행에서 느끼 수 있는 가장 큰 해방감이다.


이번 상하이 여행도 나의 즉흥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첫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어떤 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상하이에는 어떤 일로 왔는지, 처음 왔는지 물었다. 큰 거부감 없이 대답을 했더니 자신은 Trip.com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 Trip.com에서는 상하이에서 환승을 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무료 5~6시간 투어를 진행한다며 팸플릿을 보여줬다. 공짜로 가이드를 해준다고 하니 나는 의심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 이후로 관광 산업이 큰 타격을 입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더 많은 방문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웹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충분히 믿을만해 보였고, 또한 한국어로 검색을 해보니 trip.com 상하이 익스프레스에 대한 기사가 하나 있어,   믿기로 했다. 그래서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무료로 중국인 가이드와 함께 상하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3곳(Wukang Road, Yu Garden, The Bund)을 여행하게 되었다.



https://www.trip.com/hot/shanghaiexpress-halfdaylayovertour/​​​​​



공항에서부터 교통편도 무료로 제공해 주었고, 가는 곳마다 그곳의 역사를 설명해 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가이드와 함께 6시간을 여행할 수 있었다. 첫날 여행에 꼭 해야만 하는 계획을 세워놓았다면 절대 불가능했겠지만, 아무런 계획도 없었기에 재미있어 보이는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해 즐길 수 있었다.

Yu Garden

여행은 이동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한다. 내게 하루는 마치 미션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매일 하루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얼마나 지켰는지 돌아보는 습관을 가진 지 9년째다. 덕분에 높은 생산성을 가진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하루의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따라오는 스트레스도 많았다. 어떨 때는 하루에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특히 여행을 위해 이동할 때는 ”이동“ 그 자체가 목적이다. 수많은 계획을 따라 하나하나 모든 일을 수행할 필요가 없다. 그저 출발지에서 출발하는 교통수단에 탑승하여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교통수단이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혹시라도 집중을 못해서 이동 중에 글을 쓸 계획이 영화로 바뀌어도 괜찮다.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그날의 목표는 ”이동“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목적지에 도달했다면, 오늘 하루 가장 중요한 일을 끝냈다며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뿌듯함에 빠져도 된다. 쉬운 목표다.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내게 이런 쉬운 날은 일종의 상이다. 상하이 여행 첫날도 성공적으로 상하이의 호텔에 들어갔다. 오늘 하루는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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