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출산하면 드는 돈은 얼마일까
아빠가 되었다. 3주가 조금 지나가고 있는데, 그 3주의 밀도가 내가 기억하는 그 어떤 3주보다 조밀했다.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싶었지만 초반에는 두시간 이상 연속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키고 글을 남길 여력이 없었다. 지금은 최대 3시간 정도 연속된 잠을 잘 수 있다. 여전히 피곤하지만, 이렇게라도 기록으로 남겨놓아야 이 소중한 감상이 휘발되지 않을 것 같다. 졸린 눈이 조금만 버텨주길 바라며 글을 적어본다.
1. 한국 vs 미국의 반응
미국으로 출국을 하기 전부터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미국에 오기 한달 전쯤 임신을 확인했다. 아내가 임신을 하고, 박사과정을 하는 대학원생으로서 아버지가 되면서 느낀 한국과 미국의 반응의 차이가 제법 컸다.
아이를 가지려고 한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 많은 주위 친구들의 가장 먼저 반응은 경제적인 걱정이었다. 물론 내 주위 사람들은 전혀 악의가 없었을 것이다. 현재 아내는 소득이 없는 상태이고, 나는 대학원생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이미 힘든 육아가 더 힘이 들테이니,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의 우려였을 것이다. 혹은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경제적인 부담이다보니 그러한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 다만 그런 우려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마치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지 걱정하게 되었다. 물론 모든 상세사항까지 다 하나하나 계산을 하고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충분히 큰 문제 없이 자식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주변에서 걱정을 하니 괜히 나도 망설이게 되었다. 나는 현재 28살, 아내는 25살이다. 주변에 이 나이에 아이를 가진 사람이 아예 없다. 결혼을 한 경우도 많지 않았다. 주변에 사례가 없으니 더 많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임신한 사실을 주변에 알렸을 때 가장 먼저 돌아오는 반응은 어마어마한 축하였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렇게까지 큰 축하를 받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나와 그렇게 가깝지 않은 직장동료들 까지도 너무 진심으로 기뻐해줘서 참 좋았다. 처음으로 받는 반응이 우려인지 축하인지는 내가 스스로 임신과 출산에 대해 여기는 감정을 다르게 했다. 주변에서 우려를 해줄 때는 가장 먼저 걱정이 앞섰고, 뒤에 따라오는 생각들도 주로 불안과 부정적인 감정이 따라왔다. 그에 비해 축하를 먼저 들었을 때는 신이 났고, 뒤에 따라오는 감정들은 얼마나 아이가 귀여울지,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미래가 기대되곤 했다. 나아가 내 나이 또래에 아이를 가진 친구들이 조금은 있었다. 그 친구들의 아이들이 하루 하루 성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젊은 부부가 소득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키워나가는 것에 대한 사례가 많지 않다. 이러다 보니 혹시라도 아이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그나마 몇 안되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가지려고 할 때에도 한국에서는 주변에서 조차 우려섞인 목소리로 반응한다. 스스로 정말 큰 확신을 가지지 않는 이상 아이를 가지기 참으로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당장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주변에서 아이를 가지려고 한다고 했을 때 우려보다는 축하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것은 어떨까. 상세한 경제적인 계획은 부부 스스로가 알아서 하게 믿어주고, 너무도 기쁜 일이니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해준다면 조금이나마 출산율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2. 돈은 얼마나 들까
그렇다면 아이를 기르는 것은 정말로 돈이 많이 들까. 나는 사실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구체적인 경제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뭐가 필요한지도 모르고, 그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가격이 나가는지도 몰랐다. 다만 임신을 하고 나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서 하나씩 준비했다.
먼저 첫번째로 아이의 옷을 사는 데에 사용한 돈은 없다. 전부 다 중고로 친구들과 살고 있는 기숙사에서 지인들에게 받았다. 마찬가지로 아기 침대를 비롯한 육아에 필요한 용품들도 90%이상 중고로 구매했다. 나는 현재 MIT 대학원 가족기숙사에 살고 있다. 이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박사과정 학생들이 아이를 기르면서 살고 있다. 그러니 아주 좋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아기는 정말 놀랍게 빨리 성장한다. 이제 3주가 겨우 지난 내 아들도 그세 3.5kg 에서 5kg이 되었다. 일부 받은 옷들 중에서 아예 한번도 사용하지 못한 옷들이 꽤 있다. 어차피 한두번 입는 옷, 중고로 입히자는 마음이 있으면 옷을 사는데 드는 옷은 많이 아낄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병원비가 천문학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이는 보험을 어떤 보험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우리 부부의 경우 MIT에서 학생들을 위한 보험을 들었다. 나는 박사과정 학생이기 때문에 MIT에서 보험을 내주었고, 아내의 경우 내가 따로 돈을 내면 MIT학생 보험을 받을 수 있었다. 아내 보험료로 들어간 금액은 $4 275.25( ~5,881,760원)이다. ($1,781.25- 가을학기,$2,494.00 - 봄학기 ) 물론 절대 적은 금액은 아니다. 다만 좋은 것은 MIT 학생보험이 미국의 건강보험 중에서 가장 좋은 보험 중에 하나로, 이 보험을 가지고 있으면 대부분의 진료에 추가로 드는 금액은 없다. 아내는 초중반에는 한달에 한번, 그리고 임신 마지막 2달은 매주 병원을 방문했다. 그리고 출산을 하고 2박 3일간 병원에서 회복했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추가로 드는 금액은 없었다. 원래 지불한 600만원으로 다른 병원 진료도 가능하고, 추가로 임신과 출산 때문에 드는 금액은 사실상 없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저기값과 분유값도 필요하겠으나, 우리의 경우 모유수유를 하고 있으니 분유값은 따로 들지 않고, 기저귀값은 대략 하루에 10개의 기저귀라고 계산한다면 한달에 300개가 필요하다. 대략 한달에 $150, 2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MIT가 정말 최고의 학교라는 것을 느낀 것이 있다. MIT에서는 박사과정 중에 출산을 하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금이 있다. 나의 경우 한학기에 $8300을 받았고, 매 학기 계속 받을 수 있다. 다음 학기에 받으면 1년에 대략 $16,600로 한화로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해준다. 나의 경우 아내가 학생으로 현재 소득이 없는 상황이라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금액을 받은 경우긴 하다.
물론 앞으로 아이를 데이케어를 하는 경우, 유치원과 학교를 보내는 경우에는 더 금액이 많이 들겠지만, 지금까지는 MIT에서 주는 지원금이 필요한 아이 옷, 용품과 기저귀 값은 충분히 낼 수 있다. 경제적으로 빠듯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리고 곧 아내도 이제 소득이 생길 것이고, 나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가면 나의 소득도 증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제적인 것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3. 행복
행복하다. 지금까지 그 어떤 것으로 느꼈던 행복보다 더 깊은 층위의 만족감과 풍족함을 느낀다. 내 아들을 안고 있으면 세상이 다 내 품에 안긴 기분이다.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자극하는 행위가 바로 육아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결국 이것을 위해 진화해 온것이 아닐까. 진화적으로 자신의 후대를 기르는 일에 가장 큰 보상을 주게끔 진화해온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지금까지 참 열심히 살았다. 항상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리며 살아왔다. 그러나 돌아보면 결국 목표를 만들고 외부의 성취를 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내적 만족감과 충만함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아이를 기르는 경험은 커리어와 성취에서 내가 경험해 보았던 그 어떤 경험보다 깊은 층위의 벅찬 느낌이다.
현재로 돌아오게 된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인간의 고통은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을 후회하거나,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느라 생긴다. 그러나 눈 앞에 아이가 있으면 강제로 현재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갓난아이에게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항상 현존한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있으면 그 순간 순간을 느끼며 지낼 수 있게 된다.
하루의 밀도가 높다.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느껴지곤 했다. 큰 변화 없는 하루하루가 지루했고, 한달, 심지어는 1년도 큰 변화가 없이 바뀐다고 느꼈다. 그러나 아이의 하루하루는 너무나 꽉 차 있다. 어느날은 웃지 않던 아이가 처음으로 눈 웃음을 짓고, 그 다음 날에는 눈과 입이 함께 웃는다. 왼쪽의 고개를 오른쪽으로 어느날 갑자기 돌린다. 앞서 말했듯이 3주만에 아이가 약 1.4배 커졌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밀도 있게 느껴진 것은 내가 기억하는 순간에서 처음이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4. 육아휴직
그렇지만 진짜 힘들다. 이 글을 쓰며 앞서 행복감에 대해서 설명했지만, 아마 이는 내가 어제 3시간씩 두번 잘 수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처음 이주간은 최대 두시간 이상 연속으로 잠을 자지 못한 것 같다. 너무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그나마 젊은 나이에 건강한 28세, 25세인 우리 부부도 이렇게 힘이 들다. 현재 한국의 초산 평균이 33.1세라고 한다. 남성의 경우 보통 결혼할 때 평균 2.4세(33.7-31.3) 높으니 아버지의 경우 첫 아이가 태어날 때 평균 나이가 35.5세다. 요즘 한국에서 왜 이렇게 육아가 힘들다고 하는지 나이를 생각해 보면 더 이해가 된다.
그래서 적어도 초반에는 두명이 해야 할만 한 것 같다. 나의 경우 유급 육아휴직을 4달 반을 받았다. 대학원생이라 원래 받는 돈도 많지 않고, 초반에는 수업 듣는 것이 일이라 비교적 탄력적으로 긴 시간의 육아휴직을 받았다. 그리고 아내의 경우 얼마전 석사학위를 졸업하고 현재 박사과정을 준비 중이다. 둘이 풀타임으로해도 이렇게 힘든데, 대체 우리 부모님들 세대들은 어떻게 육아휴직 없이 했는지 불가사의하다.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 육아휴직은 정말 필요하다. 당연히 둘이 하면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줄어드니 기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으로 기쁜 것이 두배로 는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의 첫 웃음을 보며 소리를 질렀을 때 나의 아내도 함께 소리를 질러 주었다. 아이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그 순간에 함께 기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으니 육아의 기쁨이 두배다. 또한 아빠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아이도 아빠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 극 초반에는 자연스럽게 아이는 엄마와의 친밀감을 더 쉽게 개발한다. 아빠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초반에 보내야 아이가 아빠와의 시간도 편안하게 느끼게 되고, 엄마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초반에 엄마와의 시간만을 보내면 주말에 아빠가 도와주려고 해도 아이가 보채서 도와주지 못할 수 도 있다.
비교적 어려 체력이 아직은 좋고, 대학원생이라 돈은 없지만 시간이 많은 상황에서 아이를 기를 수 있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자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본다.
출산과 육아는 당연히 부부의 선택이다. 그리고 한국의 출산율은 너무도 많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엮여있다. 너무 어려운 문제라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아이를 기르는 것의 행복에 대한 목소리가 조금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어 이렇게 조그맣게나마 목소리를 내어 본다.
https://youtu.be/BwqSb_yla1M?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