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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pr 17. 2019

핀란드인들아 한국음식 맛 좀 봐라!!

오울루 대학 핀란드 교환학생 일기 #27

필자는 현재 핀란드의 오울루 북부지방에 주거 중이다. 나름 핀란드에서 4~5번 째로 큰 도시이지만, 전체 인구는 25만 명으로 한국의 춘천과 비슷한 정도의 규모이다.

이번 행사에 쓰일 포스터. 싸이와 BTS 그리고 음식

한류가 여기저기 난리라고 하지만, 이 조그마한 동네까지 한류가 오려면 아직은 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항상 한국음식은 뭐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다. 일식당과 중식당은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타이 음식과 터키음식 베트남 음식점도 지나가면서 봤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한식당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뭘 먹는지 물어볼 때마다 참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너네는 주로 어떤 음식을 먹지?  sushi나 wok 같은걸 먹는 건가?

초밥은 일식이고 wok은 중식이다!!


항상 화딱지가 났다. 나도 유럽에서 처음 들어보는 국가가 있으면 잘 몰라서 여러 번 물어본다. 한국을 그냥 모르면 상관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일본과 중국은 잘 아는데, 한국을 모르는 경우가 제법 많으니 참 화딱지가 났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중국이랑 일본한테 지는 건 뭔가 싫다.)


그리고 오울루 대학교에서 일본인들끼리 모여 친구들을 초대한 축제가 한번 있었고 중국인들끼리는 아예 오울루 지방정부에서 후원을 해줘서 대대적으로 큰 축제를 했다. (중국과는 어떤 협약이 맺어져 있어 이곳에서 역시 중국인은 정말 많다.)


언젠가 한번 한국인의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Korean party!


그러던 중 얼마 전 핀란드 한국대사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특별히 불편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냐는 질문에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하여 한국에  대해서 알리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 아주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셨고, 이에 여기 있는 4명의 한국인이 모여 아래와 같은 포스터를 만들었다.


대사관에서는 약 50만 원 정도의 후원을 해주신다고 했다. (아주 감사드립니다.) 파티룸을 빌리고, 포스터를 만들고 페이스북 이벤트를 만들어 홍보를 했다.


https://www.facebook.com/events/2051495604979824/


친구를 한두 명씩 초대하다 보니 생각보다 관심 있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돈도 있고, 참여할 사람도 있고 공간도 적절하다. 이제 뭘 먹을지와 뭘 할지가 문제다.


음식은 4가지 정도를 할 생각이다.


김밥, 떡볶이

열심히 김밥을 만들어 보는 중
준비된 재료들
떡볶이 그리고 김밥


후라이드 치킨,  불고기


위 2가지의 음식은 아마 내일 연습을 해볼 것 같다. 딱지를 조금 접어서 가져가고, 스피커로 k pop 정도를 열심히 틀 것 같다.


제법 재미있는 행사가 될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오는지, 얼마나 재미 있는 행사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준비하는 과정이 제법 즐겁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사실 핀란드에 오기 전에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나는 그냥 사람이지, 나를 소개할 때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는 없었다. 당연하다. 내가 만난 99.9%의 사람이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는 한국인의 스테레오 타입과 많이 다른 독특한 아이덴티티라고 자부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핀란드에 나오고 나를 소개함에 있어 내 이름 다음으로 오는 것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다. 솔직하게 친구들 기억할 때 이름보다 국적이 먼저 기억날 때도 있다. 분명 그 친구들도 나를 한국인으로 먼저 기억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내게 참 중요하다. 괜스레 누가 BTS 이야기하면 어깨가 으쓱한다. 누가 김밥 보고 이거 초밥 아니냐고 하면 화가 난다. 건배가 중국의 건빠이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하면 왠지 기분이 나쁘다.


한국을 알리고 싶다.


생각보다 내 안에는 깊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이 한국을 열심히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왜 그렇게 아시안들은 쉬지 않고 일만 하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우리가 가진 문화를 이해시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그리고 우리는 사실 쉬지 않고 일을 해야만 했다.


한국인이 얼마나 70년의 짧은 역사 동안 대단한 일을 해왔는지.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 이제는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경제 대국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 민주주의를 만들어 낸 것도 자랑스럽다. 이 자랑스러움을 외국에 알리는 데에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BTS 형님들(너무 멋지니까 형님이다.)께서 한국을 열심히 알려주고 계신다. 한국 음악과 드라마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을 전 세계에 가져오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나도 아주 작게나마 공헌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30~40명의 친구들에게 나중에 다른 한국인을 만나서

한국인들이 공짜로 초대해줘서 파티 갔더니 재밌더라, 김밥이랑 치킨 맛있더라.


이런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친구들은 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어쩔 수 없다. 나도 한 국가에서 온 여러 명의 친구들을 통해 그 나라의 이미지가 결정된다.)


그래서 조금 더, 친절하고 되도록 멋진 사람으로,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중에 다른 한국인을 만나서


나 한국인 친구 "Gun" 있는데 그 친구 아주 매력 있는 친구였다.

이렇게 기억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그 친구가 새로운 한국인을 만날 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기쁘게 만나면 좋겠다.


그래서 파티준비는 계속된다.

https://brunch.co.kr/@geonahn/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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