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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pr 18. 2019

핀란드에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오울루 대학 핀란드 교환학생 일기 #28

https://brunch.co.kr/@geonahn/53


핀란드 오울루에서 한국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제법 큰 도시이지만 전체 인구는 25만 명으로 춘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곳에서는 한국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게 너무 억울해서 한국을 알려보고자 한국 파티를 기획하였고, 마침 대사관과 연결이 되어 50만 원 정도의 후원을 받게 되었다. 


어제는 김밥과 떡볶이를 만들어서 해보았다. 이번에는 치킨과 불고기 그리고 호박전을 해보았다. 그중에서 치킨이 필자의 담당이었다. 백종원 님의 레시피를 따라서 만들어 보았다. 


1. 밑간과 튀김옷 만들기


먼저 생닭을 깨끗하게 씻어서 우유에 담군다. 30분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튀김가룰를 넣고 섞어주고, 모두 섞이면 다시 튀김가루를 더 넣어 준다.

2. 튀김옷 입히고 튀기기


튀김 옷을 입히고 기름에 들어갈 준비

튀김가루를 먼저 비닐봉지 등에 넣은 다음, 튀김 반죽을 입힌 치킨을 넣어서 모든 면에 튀김가루가 잘 묻게 한다. 


튀김온도는 170 정도로 맞추고, 이는 튀김가루를 넣었을 때 떠오르는 온도이다. 7분 30초 정도를 권장했다.


3. 결과는??


망했다. 기름의 온도가 너무 높았다. 다 태웠다. 용케 안은 맛있었다.


4.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다음 번 시도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기름의 온도를 낮춰서 다시 튀기니 아주 맛이 좋았다.
갈비 양념까지 버무려 치킨 완성!

5. 연습 겸 한 끼 식사!


완성시켜 한국인 친구들과 몇 명의 다른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를 했다. 다들 치킨에 대해 칭찬해 줬다. 


6. 교환학생 하면 좋은 점!


교환학생을 하면 뭐가 좋을까? 좋은 점이야 참 많다. 구체적으로 좋은 점이야 끊임없이 이 브런치에 적고 있다. 조금 가볍게 장점들을 이번에도 정리해 볼까 한다. 


1) 요리 실력이 는다.


이전에도 요리는 제법 해 먹었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자주 하지도 않았고, 그냥 간단하게 때우는 용도로 많이 했다. 그러나 핀란드에 오고 나니 매일 외식을 할 수 없다. 간단하게 대충이라도 한 끼 식사하려면 15,000원 정도는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거의 매일 밥을 해 먹는다. 그리고 혼자 해 먹는 게 아니라 친구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해 먹는다. 불고기, 떡볶이, 김밥, 애호박 무침, 만두,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 등 많은 음식을 해봤다. 거의 대부분 레시피를 참조하고 얼추 감으로 이것저것 넣는데 제법 맛있다! 한국에 있으면 아마 이렇게 요리 실력이 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하다 보니 재미있다. 새로운 음식을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 정말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다.


2) 새로운 시야가 생긴다.


한국에 있었다면 생각도 못 할 새로운 관점들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첫째로 채식을 하게 되었다. 

https://brunch.co.kr/@geonahn/51

물론 어제오늘 치킨에 불고기에 김밥에 난리다. 그러나 그 외에 일반적인 식사를 할 때는 채식만 하고, 학교 음식을 먹을 때는 항상 채식메뉴를 선택한다. 대단한 선택이라기보다는 관점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간 것이다. 그리고 한국 파티를 할 때에도 비건이나 이슬람교도를 위해 채식 만두와 아보카도 김밥을 준비할 것이다.


둘째로 차별에 관심이 많아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운 좋게 어렸을 때부터 제법 덩치가 있고 공부도 곧잘 한 남자로 태어나서 거의 차별을 느낄 일이 없었다. 그러니 이 곳에 오니 아시안이다. 이런저런 차별을 당하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별을 당해보니 차별 참 하면 안 되는 것이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배웠다.


https://brunch.co.kr/@geonahn/52

https://brunch.co.kr/@geonahn/40


3) 한국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이 가능하다.


"헬조선" 아직도 많은 젊은 세대가 한국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필자는 기왕이면 말과 글이 정신을 지배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절대로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한국의 상황이 참 어렵다고 생각될 때가 많았다. 


핀란드에 나오고 나니 한국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인 관찰이 가능해졌다. 대한민국, 객관적으로 절대 "헬조선"은 아니다. 뭐 주관적으로 비관하는 것이야 어떻게 말리겠냐만,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절대 헬조선은 아니다. 전 세계의 200개의 국가 중 살만한 순위로 뽑으면 10위 내외는 할 것 같다. 일단 폭탄이 날아다니지는 않고, 좋은 의료시스템, 상대적으로 안전한 치안, 편리한 생활. 


https://brunch.co.kr/@geonahn/35


심지어 꽤나 종종 

 한국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부자가 된 거야? 심지어 너네는 민주주의까지 가지고 있잖아? 대박이다 진짜. 

라는 부러움 섞인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 BTS 형님들께서 분전해주셔 친구들이 k pop 좋아한다고 하면서 짧은 한국어로 말을 걸면 어깨가 으쓱하다. 


생각보다 한국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나라다. 당연히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부정할 생각 전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70년의 정말 짧은 역사 동안 많은 것을 이뤄왔다. 분명히 앞으로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내게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소수라도 해외에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 그리고 도전하면 좋겠다. 밀레니엄 세대(81년생 이후를 정의하는 가장 큰 특징이 세계시민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만 기회를 찾지 말고, 해외에 있는 기회도 찾아보면 좋겠다. 그 시선의 변화만으로도(구직자가 해외에서 취직하면 경쟁자가 조금은 줄어 들지 않을까) 헬조선을 조금 더 나은 조선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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