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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n 12. 2019

대통령도 궁금해한 핀란드의 교육을 배우며.

핀란드 교육학 수업 6개월 정리

필자는 대한민국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관심과 함께 불만도 많다. 그렇게 불만이 많을 때 자료를 찾아보면 항상 비교되는 대상이 핀란드의 교육이었다. 핀란드에서는 대체 어떤 교육을 받으며 학생을 키우는가 궁금했다. 그래서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왔다.


핀란드 오울루 대학에 ITE(Intercultural teacher education, 국제 초등학교 교사 교육 )에서 지난 학기 교육학 수업을 들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배운 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사회


사회가 먼저인가 교육이 먼저인가는 사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이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사회와 교육은 절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아주 유기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교육에 영향을 줄법한 사회적 요소들을 생각해보자.


1) 슬로 라이프


사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은 느림이다.

https://brunch.co.kr/@geonahn/33

최근에 추가적으로 있었던 일은 택배가 잘 오지 않아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한 시간 동안 기다리고 결국 답변을 받지 못한 일이다.


위와 같은 단점이 있는 반면, 전체적인 삶의 여유가 생기는 큰 장점이 있다.


2) 약자 보호


시내를 나가면 장애인이 정말 많이 보인다. 심지어 클럽을 갔는데 장애인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 확률 상 분명히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은 활동이 훨씬 더 용이하다는 것이다. 강연을 듣는데 틱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었다. 틱 때문에 강연 중 소음을 계속 내셨다. 그러나 아무도 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아기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유모차를 타고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에서 아기가 우는 경우가 있으나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기 계발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어머님께서는 2살짜리 갓난아이를 매 세션마다 데리고 오셨다. 갓난아이를 데리고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생각과 현실적으로 가능한 환경이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도 대단하다. 오히려 여기서는 대부분 노동자가 갑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3) 고 신뢰 국가


존경하는 신박사님께서 항상 한국의 문제로 저신뢰를 이야기하신다. 특별히 대조할 것이 없으니 잘 몰랐다. 그러나 대조군을 보니 왜 높은 신뢰가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대중교통에 버스 찍는 것을 검사를 잘 안 한다. 본인이 알아서 티켓을 사서 알아서 찍는 형식이다. 가끔 검사를 하고, 티켓을 사지 않은 것이 발각되면 8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하나, 검사는 자주 있는 편은 아니다.


트램과 지하철 티켓 찍는 곳. 아무도 체크하지 않고 스스로 구간을 선택해 버스카드를 찍는다.

당연히 지키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승객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전체적인 계산으로 봤을 때 지하철 개찰구와 철저한 검토로 드는 비용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보다 큰 것이다. 그러니 이런데 투자할 비용으로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


또한 렌털 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고객을 믿고 빌려준다.

https://brunch.co.kr/@geonahn/36


4) 복지국가


이러한 신뢰와 약자에 대한 보호를 바탕을 대단한 복지가 가능하다. 핀란드의 최고세율은 67%에 해당한다. 그냥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주변 친구들을 살펴보아도 거의 30~40%대의 세금은 보통 내는 것 같다.


95.9%의 장학금을 받고 있다.


그 복지를 통해 무료 교육이 가능하다. 대학교 석사까지 모두 무료이다. 심지어 대학을 다니는 학생에게 500~600유로 (한화 70만 원) 정도의 용돈은 매월 준다. 돈이 없어서 교육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5) 도전 정신


핀란드는 정말 많은 스타트업이 생기는 나라이다. 사진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얼음물에서 연설하는스타트업 경진대회.

스타트업 포럼 중 가장 큰 SLUSH라는 포럼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매년 이루어진다. 또한, 단위 인구 당 스타트업의 비율이 가장 높다.


사회적으로 도전정신이 많고, 스타트업이 많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사회적 안정만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정망이 아주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2. 교육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 특성들이 교육에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있다. 그러나 교육의 이상향을 만들어 놓고 그 방향성으로 꾸준하게 달려간 결과 위와 같은 사회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0) 학생으로서 교육에 큰 자부심을 스스로 느낀다. 선생님들은 교사로서의 자긍심이 크다.


가장 흥미로운 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의 교육을 참 자랑스러워한다. 어떻게 영어를 잘하는지 물어본다면, "핀란드의 교육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라고 스스로 평한다.


교사들도 핀란드의 교사 생활에 참 만족도가 높다.


1) 위계서열이 없다.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재미있는 분장을 하는 vappu.

5월 1일은 근처로 약 1주일 정도를 핀란드에서는 와뿌(Vappu)라고 부른다. 보통 이때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분장을 하고 춤을 추고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른다.


이 문화는 초등학교에서  역시 이뤄진다. 학생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선생님들 모두 분장을 하고 수업에 들어간다. 함께 장난을 치고 재미있게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


반면 수업시간에는 전문성이 높아 오히려 수업에는 선을 정확하게 긋는다. 수업시간에 통제는 분명히 하되, 수업시간이 아닐 때에는 친구처럼 지낸다.


그렇기에 수업시간에도 자유롭게 토론이 가능하다. 선생님의 권위에 눌려 질문을 하지 못하거나 의견에 반박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다. 주로 수업시간에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 주제를 던져주면 서로서로 토론을 하면서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


2) 철저한 경쟁이 필요하지 않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핀란드는 정말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경쟁이 아주 치열하지 않다. 성취도에 따른 평가가 뚜렷하지도 않고, 성적이 높다고 더 좋은 조건에 취업을 할 수 있는 문화도 아니다.


주로 시험은 pass/fail 시험이 많다. 시험의 형태도 오픈북 시험이거나 시험이 아닌 팀 과제를 통해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3) 대학을 가는 비율이 높지 않다. UAS(University of applied sicence, 전문대학교)가 아주 잘 되어 있다.


핀란드 교육 모식도

핀란드에서는 대학을 가는 비율이 약 45% 정도가 된다고 한다. 또한 고등학교 진학 비율 자체도 높지 않다. 중학교 졸업 이후 고등학교와 전문계고등학교로 진로가 나뉘고, 이어서 대학과 전문대학으로 진로가 나뉜다.


전문대학의 구성이 특히 잘 되어 있다. 취직을 했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고등학교와 전문대학교에서 배운다. 대학교의 학사는 3년제, 전문대학교는 오히려 4년 제로 학문을 특별히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히려 전문대학교에서 배워 취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전문대학교에서는 2학년 이후 취직을 하는 경우가 많고, 취직 이후에 회사에서 공부하는 것은 항상 편의를 봐준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같이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다. 전문대학교의 과정에서는 반드시 회사에서 일을 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학문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와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그 학생들은 더 긍정적인 동기부여 (즐거움, 의미, 성장)을 따라 공부를 잘한다.


4) 공교육 퀄리티


교사 한 명당 17~18명의 학생을 맡는다. 그러나 보통 보조교사가 한 명 최소 붙는다. 아주 유별난 아이가 있는 경우는 그 아이를 위해서 한 명 더 붙는다. 따지고 보면 1: 10 안쪽의 비율이다.


그렇기에 교육에서 한 교실 단위의 교육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학생별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얼마나 설정했는가를 알아본다. 개별화 학습이 아주 잘 되어 있다.


핀란드에 있는 것이라곤 나무와 사람뿐이다.

핀란드 역시 우리나라처럼 지하자원이 거의 없는, 사람이 귀한 나라이다. 그 귀한 사람을 잘 기르기 위해서 과감하게 교육에 투자를 했다. 그 결과 현재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육을 가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더욱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가장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교육에 상대적으로 투자가 너무 적다. 또한 아직도 너무 한국의 교육은 너무 딱딱하다. 조금 더 유연하게 학생들에게 다양한 가치를 알려주었으면 한다. 긍정적인 동기부여(즐거움, 의미, 성장)를 부여하고 부정적 동기부여 (경제적 압박, 정서적 압박, 타성)의 이유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도와야 한다. 더 많은 지원금으 제공하고, 학습에 정서적 압박을 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도 더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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