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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메이커 May 10. 2020

지방자치단체 자전거로 유럽 일주

EBS <나도 작가다> 공모전 -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오래전부터 꼭 도전해 보고 싶던 꿈이 하나 있었다. 


  나만의 인생을 살아보기로 결심한 후 퇴사와 동시에 세계일주를 떠났다. 우리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유럽은 치안, 교통 그리고 언어 등 다른 대륙에 비해 여행하기 쉬운 편에 속한다. 그래서일까?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유럽을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오랜 꿈이 떠올랐다.


  문제는 자전거가 없었다. 유럽에서 구입해도 되지만 물가도 비싸고 자전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설프게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한국으로 귀국 후 내 입맛에 맞는 자전거를 구입하여 다시 나오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더 아까웠다. 막연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자전거를 타고 유럽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 여행하며 만났던 유럽 국가의 몇몇 친구들이 떠올랐고, 중고자전거를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헤이, 건! 우리 집에 안타는 자전거가 몇 대 있어"


  반가운 소리였지만, 남의 자전거를 빌린다는 게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오 진짜? 그럼 내가 잠시 빌려 타도 괜찮아?"

  "당연하지! 네덜란드 오면 연락해"


  남미 페루라는 국가에서 트래킹 하며 약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였는데 이들은 오랜 기간을 알고 지낸 친구처럼 나를 환영해주었다.


  "근데 얼마야?"

  "에이, 무슨 소리야! 너 타고 싶은 만큼 타고 여행 마치면 다시 돌려줘"

  "진짜? 그래도 괜찮아?"

  "당연하지! 우린 친구잖아."

  "(감동) 고마워 얘들아! 절대 잊지 않을게"


  네덜란드에 도착 후 로버트와 메렐 커플을 만났다. 나는 기어가 21단 이상인 자전거일 줄 알았다. 그러나 기어가 겨우 7단뿐인 동네에서나 탈만한 그런 자전거였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지를 위해 길거리에 비치해두는 자전거들의 기어가 보통 3~7단이다. 순간 고민을 했다. 당시 나는 2년이 넘는 장기 여행으로 인해 몸 상태는 물론 모든 면에서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대한 경험이나 기본적인 자전거 수리 방법도 몰랐다. 그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막연한 꿈이 전부였다. 


  "네덜란드는 평지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을 거야." 

  "다른 국가들은 힘들면 중간에 기차나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는 방법도 있어." 


  시작부터 아무런 준비도 없었고 경험도 없이 막연한 도전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한번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도전해서 이루려고 노력하는 나는, 그렇게 유럽 자전거 일주를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자전거 여행이었다. 중간에 타이어가 펑크 났고, 짐 가방을 싣는 뒷부분이 휘어지기도 했다. 초겨울을 향하는 시기였기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를 만났고 여러 번의 소나기를 만나기도 했다. 끝이 안 보이는 오르막이 나오기도 했으며 길을 잘못 들어서 풀 숲을 헤치며 방황하기도 했다. 맨몸으로 걷기에도 힘든 산 길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허벅지는 터질 듯이 아팠고 홀로 가는 이 여정 가운데 수시로 몰려오던 외로움이 나를 막아서기도 했다. 먹어도 먹어도 항상 배가 고팠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달리던 길바닥에 그대로 앉아 바게트 빵과 치즈로 끼니를 해결하던 게 거의 매일의 일상이기도 했다. 중간중간 만났던 현지인들 중 몇몇은 '이거 동네용 자전거 같은데, 너 정말 프랑스까지 간다고?'식의 걱정과 우려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누가 봐도 무모해 보였지만 결국 35박 36일 정확히 5주 동안 서, 북유럽 7개국(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독일, 덴마크, 스웨덴)을 약 15kg의 짐 가방을 실은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총 1,200km 이상을 달렸다. 프랑스의 에펠탑까지 순수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아 약 900km를 이동했고 이후부터는 날씨와 시간(비자 기간) 등의 이유로 기차와 버스를 통해 국가 간 이동을 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나만의 꿈같은 여정이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수많은 사람들과 흔쾌히 자전거를 빌려주고 며칠 동안 숙식을 제공해준 나의 네더란드 친구들인 로버트와 메렐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정말 행복했어요.'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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