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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메이커 Jun 25. 2020

휴식이 필요한 이유(feat, 조급함을 버려라)

더 높이, 더 멀리 가기 위한 준비 과정

2017.10.20, 금 오후


  점심 식사 후 고도 적응을 위해 해발고도 5,073m 낭가르상을 향해 출발했다. 갔다 와서 나의 컨디션이 괜찮을 경우, 내일 하루 휴식 없이 바로 로부체로 가기로 했다. 역시 쉽지는 않았다. 한발 한발 내딛기가 힘들 정도로 숨쉬기 힘들었고 속은 더부룩했지만 참고 올라갔다. 고도가 높아지니 생각했던 것보다 걸음이 더 느려지는 거 같았다.


  '아... 너무 힘들다.'


  가고 서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천천히 그리고 또 천천히 올라갔다. 불편한 몸 상태를 이끌고 무조건 올라가겠다는 집념 하나로만 걷다 보니 어느덧 고도 적응 훈련을 목표로 했던 낭가르상에 도착했다. 


  '와!!!!! 해냈다! 나는 해냈다!'


  정상을 정복한 것 마냥 행복했다. 여기서 이 정도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는데 나의 메인 목표인 EBC나 칼라파타르에 도착하면 얼마나 더 행복하고 좋을까.

해냈다는 성취 그리고 기쁨이 저절로 묻어나는 사진


하루에도 수도 없이 외쳤던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고도 적응 훈련 중, 멋있어!


  내려가는 길은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어제 느낀 대로 내리막이 늘 안 좋거나 항상 피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때론 내가 더 강해지기 위해(고도 적응) 올라갔지만 다시 내려가기도 해야 한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휴식과 적응 시간 없이 무조건 올라가기만 한다면 결국 고산병을 만나 하산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고산병이 심할 경우에는 위급상황이기에 긴급 헬리콥터를 호출하는 경우도 있다. 비용은 몇 백만 원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리막은 있기 마련일 것이다.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곳 또는 지금보다 더 아래에서 새로운 도약과 적응을 위한 휴식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남은 트레킹과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조급함보다는 내리막과 휴식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틈틈이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멋있다. 


  기대 이상으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내려왔지만 숙소에 도착하니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낮에 잠을 안 자려고 했으나 짐을 정리하고 침대에 앉으니 잠이 몰려왔다. 1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감사하게도 컨디션이 괜찮았다. 

흔한 히말라야 숙소 화장실에서 바라보는 뷰

  저녁 식사 후 어제의 환상적인 밤하늘을 기대하며 천천히 주변 산책을 했다. 매우 추운 날씨였지만 이곳에는 야외 클럽이 있었다. 이런 고산에서 어둡고 작은 불빛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는 현지인들. 고된 일상을 이렇게라도 이겨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걸까? 신기했고 대단했다.

해발고도 4,410m 에서 열리는 히말라야 야외 현지 클럽


  물티슈로 얼굴과 팔다리 그리고 몸통을 닦고 침낭으로 들어갔다. 오늘 하루 예상보다 컨디션이 좋았음에 감사하며 내일 아침에도 컨디션이 좋기를... 하루하루 느끼며 깨닫는 것들은 물론이거니와 올라갈수록 더 큰 대자연의 위엄을 느낄 수 었어서 일까?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었지만 그보다 더 기대가 되었다. 


* 히말라야 트레킹 시 Tip 

1. 로지 식당에서 따뜻하게 끓인 물을 L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차를 주문하여 마실 수도 있지만 미리 티백을 준비해 가서 차를 우려 마시기를 추천한다. 잠자기 직전 주문한 물통을 침낭 속에 넣고 자면 난로가 따로 없을 정도다. 밤사이 식으면 아침에 그날 식수로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L 당 3,000~5,000원이 넘는 어마 무시한 금액의 물을 마시게 될 것이다. 

2. 3,000m 이상부터는 하루에 500m 이상 고도를 높이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그 이상 고도를 높여야 할 경우에는 그 지점에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서 안정을 취한 후 다시 올라가야 한다. 급작스럽게 높아진 고도를 우리 몸이 체감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8,848m의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고도를 높이며 꾸준하게 올라가는 것이 아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에서 그 이상의 고도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조금 더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서 휴식을 취한다. 이러한 과정을 며칠 동안 반복하며 몸이 높은 고도에 적응할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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