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디의 담임쌤 마음 사전 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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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담임을 맡다 보면 아이들의 순수함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을 때가 있죠.
저는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답니다.
저희 반은 내일 봄 소풍을 갑니다.
소풍을 가기 전에 버스에서 누구랑 앉을지 이야기를 나누었죠.
짧은 회의 끝에 남녀 짝을 기준으로 무작위 뽑기를 하기로 했답니다.
그렇게 뽑기를 잘 끝내고 아이들과 자기 자리를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한 남자아이가 했던 혼잣말을 했어요.
감사하게도 저는 그 말을 들었고, 뒤로 돌아 몰래 미소를 지었답니다.
“나는 짝꿍이 마음에 들어. 왜냐하면 귀엽거든!”
비록 그 짝꿍은 못 들었지만, 마음은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이 이야기를 적는 지금도 제 입은 웃고 있네요.
20XX년 X월 XX일 화요일. 안녕하세요, 여기는 건디의 담임쌤 마음 사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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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아이의 순수함을 목격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짧은 문자 50원, 긴 문자 100원입니다.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많이 남겨주세요.
그럼, 저희는 노래 한 곡 듣고 오겠습니다.
이진아가 부릅니다.
“고양이에게“
https://youtu.be/C_7r0UESmRE?feature=shared
오늘 여러분과 나눌 마음은 ‘기쁨’입니다.
우리 그래도,, 기쁜 날이 조금은 있잖아요?
기쁨을 누렸던 경험을 나누어주세요.
짧은 문자 50원, 긴 문자 100원입니다. 많이 많이 남겨주세요.
북극곰은사람을찢어님께서 “제가 준비한 교실 놀이를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재미있게 참여하니 기뻤답니다.”
세브란스병원에왜요님께서 “교실에 주어진 예산으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보드게임을 구비해 놓았어요! 쌓여있는 보드게임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형요즘벌이도안좋은데님께서 “저희 학교 곧 개교기념일이에요. 재량휴업일이라 기쁩니다! 하하!"라고 남겨주셨네요.
재량휴업일이라니,, 정말 멋지네요.
방학이 줄고 재량휴업일이 생기는 건데도 그죠? 재량휴업일은 참 좋단 말이에요.
저도 기뻤던 경험을 하나 나눠볼게요.
저희 반에 한글을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는 받아쓰기 시간마다 어디가 아프다고 저에게 찾아오곤 했어요.
한글을 못 하는 그 상황이 딱하기도 해서 아프다고 찾아올 때마다 잘 받아주곤 했는데, 그날은 이제 받아주면 안 될 것만 같았어요.
가짜로 아픈데 계속 받아주면 결국 아이에게 좋지 않은 습관을 강화하는 꼴이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눈을 찌푸리며 저에게 나오려고 할 때, 자리에 앉으라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그렇게 말하니 자리에 앉더라고요.
그런데 그다음 행동이 제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들었어요.
아이가 받아쓰기 공책을 펴더니 제가 부르는 문장을 따라 적는 게 아니겠어요?
한글을 정말 어려워해서 안 적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결국 10번까지 모두 적고 제출했다니까요? 정말 놀랐어요.
저에게 제출하면서 “저 하나 빼고 다 맞았을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기대하며 채점을 했어요. 10개 중 2개를 맞췄더라고요.
전 속으로 생각했죠. ‘2개가 어디야!’
그 모습을 보고 결론은 두 가지로 좁혀졌어요.
진짜로 아팠거나, 아니면 다 틀릴 거 같으니 시작도 하지 않았거나.
아마 후자겠지요.
왜냐하면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거든요.
만약 아이가 1학년 때부터 받아쓰기 시험을 많이 틀려왔다면, 제가 아이라도 받아쓰기 시험은 시작조차 하기 싫을 거예요.
그래도 기뻤던 건, 아이가 친 받아쓰기 문장들을 보니 들리는 대로는 받아 적었더라고요?
비록 맞춤법은 틀렸지만 제가 생각한 실력보다 훨-씬 좋았어요.
같이 공부하면 금방 실력이 늘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있답니다.
그럼 저는 이제 아이와 함께 한글 공부를 제대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노래 들을까요? 페퍼톤스가 부릅니다.
‘Ready, Get Set, Go!’
https://youtu.be/W-mInpdHSbg?feature=shared
*이 글에 있는 사연들은 사실 모두 제 이야기임을 부끄럽지만서도 조심스레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