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기억에 남는 한 구절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무능력자”인 학생에서 직장인이 된 지 4개월째다. 이제는 “능력자” 이자만 오히려 나의 능력이 떨어져 간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난 4개월간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점점 나의 생각과 나의 행동 간의 균열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이 끝나면 외국어 공부도 1시간, 독서도 1시간 하고 싶은데 몸은 그렇게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1주일에 한 권은 독서를 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유형의 아웃풋을 만들고 싶지만, 학생 때와 다르게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얄팍한 보상심리가 나 자신을 속인다. “나는 오늘 일을 했으니 이제는 좀 쉬어야겠어”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를 갉아먹는다.
의지를 다잡기 위해 예전에 수강했던 <동양의 지혜> 강의에서 배우던 <大學>을 꺼냈다. 그리고 거기엔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답이 있었다.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毋自欺
毋自欺는 옛 성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개념 중 하나이다. <大學>의 기본인 성의(誠依) 편에 처음 소개되는 이 개념은 많은 유학자들의 좌우명이기도 했다. 유학자들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그 뜻을 진실한 생각으로 선을 행하는 것이 선행의 , 선비 됨의 시작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유학에서는 다른 서양 철학과 유사하게 행위의 동기를 중요하게 판단했다. 단순히 남이 나의 행동을 칭찬할 것 같아 하는 행동은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이다. 그 행위에는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연스럽게, 선을 갈구하는 행위, 마치 악을 싫어하는 것을 마치 악취를 싫어하듯 하며, 선을 좋아하기를 미인을 좋아하듯이 하는 것(如惡惡臭, 如好好色)이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옛 성현들은 이것이 자신의 뜻을 진실되게 한다는 말이라고 믿었다.
毋自欺는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도덕적인 개념이지만. 조금 더 확장해 본다면 , 그리고 조금 더 단편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일상생활의 다양한 행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계획 세운 것을 지키지 않는 것, 나와의 약속을 깨트리는 것도 “자신을 속이는 행위이다” 이런 행위들도 선(善)의 반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때 퇴근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본 적이 있다. 왜 그 사람들은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4개월 해보니 그 사람들이 이해가 되었다. 그 사람들은 자기 계발을 하기 싫어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직장에서 8시간, 혹은 그 이상을 보내고 나면, 몸의 에너지가 빠진다. 그리고 몸의 에너지가 빠지게 되면 자신을 속이게 된다.
사실 20분 정도는, 30분 정도는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지만 “나는 오늘 충분히 일을 했어” 하면서 자신을 속이게 된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다른 때에는 그리고 결국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친구들이, 후배들이 주말, 혹은 자투리 시간에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거짓을 말하게 된다. 사실 그저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다가 외국어 공부를 30분 정도 했지만, 주말에는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독서를 한다고, 해야 한다고 말하게 된다. 어느 순간 뜻이 진실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毋自欺를 강조한 것 같다. 결국 가장 걱정해야 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습관화
그래서 그 자신을 반대로 속이려고 노력한다. 습관을 들여서, 이것은 당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속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쉽지 않다. 몇 달간 노력을 했지만 정착된 것은 일기와 운동, 가계부 정도이다. 외국어 공부, 독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쩌면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것일 수도 있다. 비현실적인 목표는 오히려 습관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서 습관화를 통해 다시 나 자신의 뜻을 진실되게 하고자 한다. 조금씩 습관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如惡惡臭, 如好好色) 선을, 내 의지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출처
. https://theconversation.com/how-setting-a-schedule-can-make-you-less-productive-97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