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ble Consulting 리뷰
컨설팅 펌에 들어와 8개월 정도가 되었을 때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워크는 몇 번 경험했지만, 컨설팅이 정확히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의 제목 “Humble Consulting”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채워줄 것 만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비교적 짧지만 간결하고 명료한 논리 전개와 저자가 경험한 실제 사례들은 진정한 컨설팅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컨설턴트, 코치, 상사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들 앞에서, 어떤 태도와 행동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이 아니라 입사 초기에 이 책을 접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전통적인 컨설팅의 정의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컨설팅은 ‘전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떠한 정의된 문제에 대하여, 전문가 혹은 의사의 역할을 수행하며 정보를 제공하거나, 해결책을 처방하는 행위” 로 정의된다. 조직 사회학자인 저자는 여기서 “전문적인 관계”와 “역할”에 주목한다. 전통적인 컨설팅 정의/모델에서는 클라이언트와 컨설턴트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관계이고 역할 또한 고정적이라고 본다. 이는 마치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와 같다. 의사는 환자의 사생활을 물어볼 수 있지만. 이는 잡담을 하고 싶어서이거나, 환자의 인생이 궁금하기 때문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의학적인 정보를 얻기 위하여이며, 환자 또한 이러한 역할과 관계의 전제 하에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사 혹은 환자가 정해진 역할과 관계의 전제를 넘어서는 행동을 한다면, 그 관계는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저자는 그런데 이러한 관계가 현대 조직들이 처한 문제 해결하는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공식적인 관계보다는 그 보다 한 단계 위의 신뢰와 열린 태도를 기반으로 하는 조금은 개인적인 관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뢰와 열린 태도가 없다면, 진정한 문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있어 우리는 종종 환자가 의사에게 중요한 의학적인 정보를 고의로 혹은 실수로 숨겨, 치료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례를 듣는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를 숨겼고, 이는 진정한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조직도 이와 유사하다. 기업의 임원들이 컨설턴트와 같은 외부 인력에게 프로젝트를 맡길 때, 혹은 잠재적인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그 배경을 모두 안 밝히는 경우가 있다. 외부인력에게 내부 사정을 모두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찾지 못한다면, 컨설턴트는 전혀 엉뚱한 업무를 수행할 것이고, 이는 컨설턴트와 고객사 모두에게 엄청난 시간과 자원의 낭비가 될 것이다. 따라서 고객이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자신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 정도의 관계가 요구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조금은 개인적인 관계에 기초하여 동반자로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지시/수행하는 것을 “Humble Consulting”으로 정의한다. 이는 다음의 10가지 가설에 기반한다.
진정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고객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고객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열린 커뮤니케이션과 신뢰가 필요하다.
열린 커뮤니케이션과 신뢰가 있는 관계를 위해서는 공식적인 관계 이상의 개인적인 관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를 역할이 아닌 개인으로 바라보고, 개인화(Personalization)를 해야 한다.
Personalization을 위해서는 진정한 호기심에 기반한 개인적인 질문들을 하거나, 개인(나)의 생각을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와 처음 대면할 때, 개인화의 의도를 밝혀야 한다.
고객의 Bottleneck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모두가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과 요인들의 분석 또한 쌍방의 리뷰가 필요하다.
대책으로서 복수의 행동들이 요구될 때는 쌍방의 합의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문제가 복잡하지 않고, 특정 영역으로 제한된 경우에는 컨설턴트는 의사의 역할로서 해결책을 처방하거나, 전문가에게 소개해줄 수 있다. 문제가 복잡한 경우에는 쌍방의 대화를 통해 실현 가능한 Adaptive Move를 취해야 한다.
10가지 포인트들과 그와 관련된 사례들을 읽으면서 과거 프로젝트에서 다른 태도와 행동들을 택했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고객의 해외진출 전략을 작성하는 프로젝트에 있어 내가 속한 팀은 지금까지 배워왔던 대로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의 목표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리서치를 진행하고, 2주 정도 지난 뒤 고객 앞에서 보고를 했다. 그런데 보고가 끝난 뒤 고객의 태도는 책이 소개한 실패사례의 고객 태도 그대로였다. 보고회 내내 무표정한 했던 그는 보고가 끝나자 우리에게 감사를 표하며, 별다른 질문 없이 보고회를 종료시켰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가 진정으로 걱정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보다는 정해진 포맷에 맞춰, 답을 아는 “의사”로서 고객에게 접근했다. 비록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고객과 보다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다면, 고객의 반응이 조금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진정한 컨설팅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컨설팅을 위한 태도와 행동들을 소개한다. 책이 소개하는 구체적인 행동들과 사례들은 컨설팅을 커리어로 생각하는, 혹은 이제 막 커리어로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던스를 제공해준다. 나도 아직 펌에 들어와 이제 막 1년이 된 햇병아리 컨설턴트지만 언젠가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Humble Consulting을 체화하여,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컨설턴트가 되길 바란다.
출처: Humble Consulting, Edgar H. Schein, 2016 from Amazon Audible